실명제입장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한 4가지 원칙

By 2008/09/1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장여경

사이버공간에서 익명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인터넷의 가장 중요하고도 가치있는 특징들 중의 하나이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익명성은 인터넷의 형성 당시부터 태생적으로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및 유통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그것을 제한하거나 제거해야 된다는 것은 사이버공간이 자유를 상실한 공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이버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인터넷을 ‘자유의 기술’로 인식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면, 그 익명성의 제거는 곧 인터넷이 ‘감시의 기술’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익명성은 속박과 억압이 아닌 ‘자유’라고 하는 근대사회에서의 개인적 자유주의의 가치와 서로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익명성은 보다 강화된 자유의 기술로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익명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 명예훼손이나 비방 등 범죄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겠지만, 익명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긍정적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anonymous communication online)을 보장하기 위한 4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적이 있다.

첫째,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원칙이다. 익명성을 이용하여 야기될 수 있는 양면성, 즉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기능적 측면이 순기능적 측면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원칙에 입각하면, 익명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해서 모든 인터넷상의 일탈행위 내지 역기능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고, 그 익명성을 제거하면 이러한 역기능이 해소될 것이라는 현행 인터넷 실명제의 기본철학은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익명커뮤니케이션은 강력한 인권(strong human right)이자 헌법상의 권리(constitutional right)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 규범적 전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12조(사생활의 자유) 및 제19조(표현의 자유), 미연방헌법 수정 제1조이다.

셋째, 온라인커뮤니티에 대해서 익명커뮤니케이션의 이용에 관한 자신만의 고유한 정책이나 조건을 설정할 수 있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개인이 실명으로 의사표현을 하든 익명으로 의사표현을 하든, 또한 게시판 등의 온라인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자가 실명제방식으로 그것을 운영하든 익명제방식으로 운영하든, 각 개별 주체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상의 선거게시판 실명제나 정보통신망법상의 일반게시판 실명제는 실명제방식을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자율성원칙에 반하게 되는 셈이다.

넷째, 개별 인터넷이용자에 대해서 자신의 정체성이 온라인에서 어느 정도 공개되어 있는지에 관해 통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이용자는 자신이 이용하는 온라인서비스가 어떠한 조건으로 익명성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고 있는지에 관해서 충분히 고지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칙을 투명성원칙(principle of transparency)이라 할 수 있는데, 위의 자율성원칙의 논리적 필연이라고 할 것이다.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