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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단체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본격 활동에 나서{/}한국 노동자 90% 감시의 시선에 신음

By 2003/10/20 10월 29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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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업장의 90%가 노동자를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7월 31일,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은 노동자 감시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리서치 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이루어진 이번 조사에서 전국 207개 사업장 가운데 89.9%가 한 가지 이상의 감시 시스템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보건의료업종과 천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는 조사대상 100%가 감시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었다. 금융?서비스업의 경우도 감시 비율이 96.7%에 달했다. 종류별로는 CCTV 카메라 설치(57.0%)와 전자신분증 사용(56.5%)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의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도 현저히 높은 것이 미국 경영자연합이 200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77.7%가 노동자의 전화, 이메일, 인터넷 이용, 컴퓨터파일 등을 감시하는데, 이 수치는 1997년 35.3%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2년에 일본 제조업체 42%가 노동자들의 이메일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던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인터넷 감시 △전화 송수신 감시 △CCTV 카메라 감시 △전자신분증 사용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설치 등에 대한 실태를 조사했으며 감시 시스템이 노동조합과 현장 노동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조사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인터넷 감시의 경우 홈페이지 방문 차단(32.9%)과 기록(20.3%)이 많았다. 차단되는 사이트 및 이메일의 종류는 음란물이 가장 많았지만 사적인 이메일이나 동호회 활동 등 개인생활을 제약당하는 경우도 많았으며(16.4%) 노동조합(9.6%)과 정당·시민단체(1.4%) 관련 내용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홈페이지나 이메일 사용 내용을 기록하는 경우 단순한 방문 기록을 넘어 게시판이나 이메일 작성 내용까지 기록하는 경우가 18.8%나 되었다. 인터넷 감시의 경우 그 특성상 노동자가 말하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감시와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감시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CCTV의 경우 안전이나 공공의 복리 등 애초의 설치 목적과 무관하게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노동자를 감시하는데 사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기숙사, 탈의실, 화장실 등 은밀한 사적 공간에 카메라가 설치된, 심각한 경우도 5개나 되었다. 운수업의 경우에는 설치율이 40.0%에 달했다.
특히 보건의료 업종의 경우 CCTV 감시가 의사보다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들에게 집중되어 있어 노동자 감시가 계층별로 차별화하는 양상도 보여주었다. 전자 신분증의 경우 근태 관리 목적으로 바코드 혹은 마그네틱 카드를 도입한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개인정보의 집중도가 높은 스마트 카드(24.8%)나 액티브 뱃지(5.1%)의 사용이 아무런 사회적 제재 없이 마구잡이로 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됐다. 민감한 신체정보를 이용하는 지문인식기의 도입율도 3.4%에 달했다.

이와 같은 감시 시스템이 설치된 사업장의 26.3%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노동조합과 회사간에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의 요인은 프라이버시 문제(55.1%)가 가장 많았다. 반면 감시 시스템이 설치된 사업장의 절반에 가까운 46.2%가 감시 시스템 도입시 전혀 통보없이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협약에 감시 시스템과 관련한 조항이 있다는 응답율은 26.9%에 그쳐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감시가 노동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는 감시 시스템이 노동조합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율(39.3%)이 높은 것과 비교할 때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노총 최세진 부장은 "노동자 감시 문제의 심각성을 노동조합과 노동자 교육을 통해 널리 알리고 단체협약에 노동자 감시를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노동자 감시를 제재하기 위한 법률 제정에 나설 예정이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 감시를 금지하는 법률을 갖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에서도 1995년 <노동자의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행동 강령>을 발표한 바 있다.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은 노동자 감시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 결성한 것으로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지문날인 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에서 참여하고 있다.

(http://www.gamsi.net)

200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