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보도자료]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이 바로 에이즈 예방이다

By 2006/07/0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일시 : 2006년 7월 4일 오전 11시
장소 : 여의도 국민은행 앞(국회 앞)
주최 :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
(연락처: 권미란 016-299-6408, 변진옥 011-9040-6260)
기자회견 순서
– 발언 1: 정부의 예방정책과 에이즈예방법에 대한 규탄
(공동대표 김진섭-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대표)
– 발언 2: 공동행동의 발족취지와 향후계획
(공동대표 손상열-인권단체연석회의)
– 기자회견문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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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이 바로 에이즈예방이다

에이즈가 발견된 지 25년, 한국에서 HIV 감염인이 확인된 지 21년이 지났다. 그러나 한국의 에이즈 인권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그 현실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에이즈예방법이다. 1987년 허둥지둥 만들어진 에이즈예방법은 지금까지 네 차례나 개정되었지만 감염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본질은 그대로다. 즉, 감염인들을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겠다는 것이 에이즈예방법의 역사를 지탱하고 있는 패러다임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다시금 에이즈예방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지만 개정안은 감염인들과 에이즈를 바라보는 후진적 시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에이즈예방법은 HIV 감염인들을 마치 질병을 퍼뜨리고 다니는 시한폭탄처럼 여긴다. 감염인들이 주소를 옮길 때마다 부과되는 신고의무조항이 대표적이다. 이는 전염병예방법에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제1군전염병에서나 부과되는 의무조항이다. 전혀 다른 질병인 HIV/AIDS에 대한 신고의무는 감염인들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뿐이며 전염병예방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감시의 수단일 뿐이다. 누구보다도 치료를 원하는 것은 감염인들인데도 에이즈예방법은 치료를 위한 지원은 뒷전이고 치료를 원하지 않는 감염인이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강제치료조항을 두고 있을 정도다.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HIV 검사와 비밀누설금지의무를 아랑곳하지 않는 검사결과 통지 등이 감염인들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은 한순간이다. 감염사실의 폭로로 수많은 감염인들이 직장으로부터 쫓겨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빈곤의 나락으로 빠져가는 데에도 에이즈예방법은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감염인들을 고립시키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질병 자체보다도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다.

에이즈는 감염인들을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예방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에이즈는 ‘개인의 잘못’, ‘부주의한 성행위’의 결과로만 여겨져 질병을 앓는 것이 오히려 낙인의 이유가 되어왔다. 그러나 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더욱 많이 감염되는지, 왜 여성들이 점점 더 많이 감염되는지, 그 중에서도 결혼한 여성들이 더욱 감염되기 쉽고 아이들이 점점더 많이 HIV에 감염된 채 태어나는지에 대해 질병의 원인을 개인의 행위로 돌리는 인식은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한다.

감염인들의 인권증진이 바로 에이즈예방이며 여성,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빈곤이 종식될 때 에이즈는 사라질 수 있다. 한국의 후진적인 에이즈예방법은 새로 쓰여져야 한다. 우리는 에이즈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향해 에이즈예방법 대응의 첫발을 내딛는다. 감염인들을 억압할 뿐이며 에이즈예방의 단추를 잘못 끼운 에이즈예방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투쟁은 국경을 넘어 전세계의 감염인들과 인권옹호자들에게로 번져나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감염인의 목소리로 이야기된 적 없는 진실을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2006년 7월 4일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HIV/AIDS 인권모임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윤한기),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나프(Nopi Narara HIV/AIDS people)공동체,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노동건강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인권단체연석회의[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광주인권센터,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 다산인권센터, 대항지구화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민가협,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모임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전국 36개 인권단체)],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모임 ‘공감’, 문화연대, 최용준, 김형석,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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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에이즈예방을 위한 법률에 반영되어야 할 내용

1. 에이즈예방을 위한 법률의 목적
○ 감염인에 대한 감시와 차별을 통해서는 에이즈예방이 불가능하고, 감염인 인권증진과 이를 통해서만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이 가능하므로 예방패러다임의 전환이 법률상에 반영되어야 함.

※ 참고 ;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신규제정 이유 (1987년)
① 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감염된 자의 보호․관리와 동 질병의 전파방지를 위한 신속한 조치를 위하여 감염자를 진단한 의사 또는 의료기관 등은 관할보건소장에게 이를 즉시 신고하도록 함.
② 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예방을 위하여 공중과 접촉이 많은 업소에 종사하는 자에 대하여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관한 수시 또는 정기검진을 받도록 하고, 영업자는 감염자나 검진을 받지 아니한 자를 그 영업소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함.
③ 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전파를 방지하기 위하여 혈액원에서 채혈되는 혈액과 수입혈액제제에 대하여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검사하도록 하고, 검사를 받지 아니하거나 검사결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난 혈액 및 수입혈액제제에 대하여는 이를 유통․판매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함.
④ 후천성 면역결핍증의 전파방지 및 감염자의 보호․치료를 위하여 감염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에 대하여는 보호시설에서 보호 및 치료를 받도록 함.
⑤ 후천성 면역결핍증의 감염자는 타인에 대한 감염의 예방조치 없이 전파매개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함.

2. 감염사실의 신고 및 보고
○ 신고 및 보고가 익명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확인함. 이는 전염병 예방법의 신고 및 보고체계와 달리 병력정보에 대한 철저한 보호가 필요함을 확인하기 위함. 익명검사를 한 경우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실명으로 검사를 했더라도 신고 및 보고가 익명으로 이루어져야 함.
○ 의사의 신고의무 외에 사망이나 주소이전시 감염인이나 세대주 등에게 부과되는 신고의무는 없어져야 함. 이는 전염병예방법에서 “전염속도가 빠르고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해정도가 너무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제1군전염병에 해당하는 것임. 3군전염병인 HIV/AIDS에 대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며 감시의 수단이 되며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됨.
○ 비밀누설금지 조항은 정부개정안과 같이 강화될 필요 있음. 또한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

3. 검사
○ HIV 검사는 당사자의 동의를 구한 후 시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확인되어야 함. (법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인지 검토 필요) 무분별한 HIV 검사가 감염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감염인을 위축시키고 고통에 빠트리고 있음. 또한 검사가 무분별해지면서 결과를 통보하는 것 역시 무분별해짐. 이는 감염사실의 누설을 통한 인권침해의 시발점이 되고 있음.
○ 병원에서의 의학적 적응에 따른 검사, 수술 및 장기이식 등을 위한 사전 검사, 직장에서의 검진, 그 외 모든 검사들은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도록 함. 다만, 각각의 검사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달라질 수 있을 것임.
○ 피검사자가 익명으로 검사를 요구할 경우 익명검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해야 함. HIV 감염진단은 한 번의 검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익명검사와 신고를 연동할 필요 없음.
○ 검사 전후 상담 절차를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수 있으나 권고 혹은 장려하는 내용은 포함되어야 함.

4. 치료
○ 감염인의 치료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진료기관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의약품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원칙이 확인되어야 함.
○ 치료를 한다고 전염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염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님. ‘감염시킬 우려가 높은 자 등’에 대한 치료 및 보호조치는 사실상 직접 감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임. 치료 및 보호의 권고와 조언, 조치 등은 모두 사라져야 함.
※ 전파매개행위 금지의무조항은 당연히 사라져야 함. 이 조항은 에이즈예방법의 패러다임의 정점에 있는 것임.

5. 노동권, 기초생활권 등의 보장
○ 현행법에서는 보칙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부분을 감염인 인권보장을 위한 부분으로 재정립하고 주요 인권침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함.
○ 기초생활보장의 의무를 명시해야 함. 이것 역시 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 가능할 것이므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명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 필요함.
○ 자활 지원 등을 위한 조항이 필요할 것임. 자활 지원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검토 필요함.
○ 감염사실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야 함. 다만, 현재 제정 준비 중인 차별금지법의 내용과 별도로 세부사항에 대한 언급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는 검토되어야 함.

※ 참고 ; 차별금지법 시안
– 차별사유 ;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 차별 영역 ; 고용,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법령과 정책의 집행에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
– 고용 ; 모집․채용, 임금․금품지급, 교육․훈련, 배치, 승진, 해고․퇴직 등 고용단계별 차별행위 금지

200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