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입장

[성명] 부정선거 규제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

By 2004/03/3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www.nocensor.org

■ 인터넷검열반대공대위, 최근 인터넷에 대한 선거법 적용에 입장 발표
■ – 부정선거 규제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중요
■ "법원 판례서도 선거시기 네티즌 표현물에 비방죄 적용은 신중했다"

[성 명]

선관위와 경찰은 국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무조건적 단속을 자중하라!
– 부정선거 규제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중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인터넷에 대한 선거법 위반 적발건수가 28일 현재 215건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2000년 16대 총선 당시 33건이나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71건, 지방선거 122건보다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이다. 선거법 개정이 늦었다 치더라도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예년 건수를 몇 배나 훌쩍 초과해버린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선거법에 따른 인터넷 규제가 지나치게 과도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특히 경찰은 정치 패러디 작품을 올린 네티즌을 연달아 조사하는가 하면 23일 급기야 권모씨를 ‘긴급’ 체포하여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문제가 된 정치 패러디 작품의 대개는 기존의 영화나 게임에 빗대 정치 현실을 풍자한 것들이다. 최근 탄핵 사태와 관련한 작품들을 연달아 문제삼는 것은, 선거시기엔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공정한 선거를 치뤄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공정한 선거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국민 표현의 자유이다. 우리 선거법도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함을 그 목적 중 하나로 삼고 있다.(제1조) 따라서 선거운동이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대단히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행위를 말한다.(제58조) 이러한 취지에서 우리 선거법은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혹은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선거시기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국민주권의 원리가 실현되는 선거시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토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국민으로부터 비판의 자유를 빼앗는다면 민주주의는 요원해지고 국민은 정치인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선거시기에는 국민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있으며, 미국 로스엔젤레스주 법원에서는 선거시기에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인터넷이 비방을 조장한다는 항간의 우려 역시 근거 없다. 분명 편향된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언론 매체에 국한되었던 발언권이 인터넷으로 인하여 비로소 국민 일반에게도 주어진 것은 오히려 불균형의 시정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이에 대한 과잉규제를 금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한 결정문에서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면서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겨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 법원의 판결 또한 상당히 유연해지고 있다. 지난 1996년 총선 때 비방죄로 기소되었던 김모씨는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기도 하였다. 현행 선거법 상 ‘비방’의 개념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달리 ‘당선되거나 되게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995년에도 법원은 선거시기 표현의 수위는 평소보다 더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선관위와 경찰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선거법을 경직되게 적용하고 있다.

한편 선관위의 적발건수가 급증한 것은 ‘자동검색 시스템’이란 기계를 동원한 무작위 적발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떤 표현의 위법성 여부는 전체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단히 신중한 판단을 요하는데 기계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선관위는 자동검색시스템 도입 후 12월에 보도자료를 내어 매일 평균 11만 여건을 적발하고 이것을 다시 사람이 최종 검증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인력이 부족해 도입했다는 이 기계가 사람에 의해 충분히 검증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선거법에서 선관위의 삭제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너무나도 위험한 적발 방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 선거법이나 헌법은 모든 정치적 표현을 선거운동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선거시기 정치적 표현을 금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선관위가 삭제요청을 남발하고 경찰이 네티즌을 체포하는 것은 우리 선거법이 허용하는 규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자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 특히 인터넷을 다른 일방향적 선거운동 수단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은 결국 일반 국민들이 선거에 대해 자유로이 발언하는 것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따라서 선관위와 경찰은 선거운동을 규제함에 있어서도 인터넷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자유로운 표현과 토론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적 선거의 한 요소이다!

2004년 3월 30일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동민·단병호·문규현·백욱인·진관·홍근수

※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주NCC인권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결혼한국여성인권운동본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자의힘,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산정보연대PIN, 불교인권위원회, 사이버녹색연합, 사회당, 새사회연대, 서울대이공대신문사, 성남청년정보센터,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시민행동21, 영화인회의, 우리만화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인의꿈너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전북대정보통신큰눈,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 전북민중연대회의, 전북여성단체연합, 정보통신연대INP,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 한국기독교네트워크,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가나다순, 총 52개 단체)

200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