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지문날인

[지문반대] 수사과정에서 지문날인 남용을 중단하라 – 인권단체 공동성명

By 2003/12/2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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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노동네트워크
협의회(17개 인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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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각 언론사 사회부
발 신: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래군(016-729-5363)
제 목: ‘수사과정에서 지문날인 남용을 중단하라’- 인권단체 공동성명 보도 요청
발신일: 2003년 12월 29일

1. 민주주의와 인권의 실현을 위해 애쓰시는 귀사에 인사드립니다.

2. 인권단체들은 지난 12월 24일 국회에서 인권 4대 사안-파병 동의안, 집시법 개악안, 한-칠레 FTA 비준안, 테러방지법안- 반대 기습시위를 벌인 바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행된 16개 단체 30명의 인권활동가들은 경찰에서 요구하는 수사과정상의 지문날인 일체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매우 이례적으로 연행되었던 활동가 전원을 지문날인 없이 석방한 바 있습니다.

3. 인권단체들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지문날인이 남용되는 현실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였고, 이에 대해 일정 정도 검찰이 우리의 문제제기를 수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이번 선례가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여 늦게나마 공동의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4. 이후 특별한 사례로서가 아니라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나 참고인 등에게 무분별하게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관행과 규칙들이 검경 자체의 노력에 의해 바뀌길 기대합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후 수사과정에서 지문날인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5. 이에 17개 인권단체들의 공동성명을 발표하오니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보도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성명서>

수사과정에서 지문날인 남용을 중단하라

2003년 12월 24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연행되었던 29명의 인권활동가들이 경찰조서작성과정에서 지문날인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원 석방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례는 경찰조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관행적으로 채취하던 지문날인행위가 전면적으로 부정된 것으로서, 피의자 인권보장을 위한 중요한 단초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단지 범죄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형이 확정된 죄인으로 취급받았던 그 동안의 수사관행에 경종을 울렸기 때문이다.

피의자로서 경찰서에 연행되었을 때, 일반적으로 지문이 요구되는 경우는 세 가지이다. 신원확인과정, 조서 확인, 수사자료표 작성이 그것이다. 먼저 신원확인과정의 경우는 경범죄 처벌법 제1조 제42호의 규정에 의하는 것인데, 이 규정은 지문 이외의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때에만 적용되는 것으로서, 각종 신분증 및 여타의 신원확인 방법으로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경찰은 신원확인이 된 피의자에게 관행적으로 지문날인을 요구했으며, 이러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는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등 비판을 받아왔다.

다음으로 조서확인과 간인 과정에서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는 경우인데, 이것은 법률적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인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에 굳이 피의자의 민감한 신체정보인 지문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공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행위이다. 경찰은 피의자에게 조서간인 과정에서 사인을 해도 된다는 고지를 하지도 않고, 지문날인 과정에서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 이처럼 법률의 규정에도 없고, 당사자의 동의조차도 받지 않은 채 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것은 수사권의 과도한 사용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수사자료표의 경우, 경찰은 단지 신원확인을 위해서 지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재범의 방지 및 과거 범죄행위의 확인을 위한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재범이 우려되거나 과거 범죄행적을 확인한다는 것은 현재 피의자가 가진 혐의사실이 확정적 범죄가 되었을 때 필요한 일이다. 피의자는 아직 범죄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므로 이 사람을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또한 범법행위의 확신과 이에 대한 형벌의 부과는 법원에서 이루어질 일이지 경찰조사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검찰과 경찰이 법원의 권한에 대해 월권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일인데 이것은 형사소송절차에 비추어볼 때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단지 피의자로서 수사자료표를 작성하는 때에는 굳이 지문을 날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지문이 채취되어야할 중요한 사안은 지문이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되는 경우뿐이다. 이 때에는 반드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통해 지문을 채취해야하며, 이러한 내용은 “범죄수사규칙”에 신체정보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검증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는 규정으로 명문화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은 그 동안 수사과정에서 지문을 채취할 때 이러한 규정을 엄수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이번 인권활동가들의 집단적 지문거부사건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찰의 인권의식이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고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핏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이러한 수사관행이 일소되지 않는다면 피의자인권보호를 위한 경찰의 노력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피의자에 대한 부당한 지문채취행위가 사라질 수 있을 때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났음을 국민에게 확신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경찰의 수사절차가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되기를 바란다.

2003년 12월 29일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다산인권센터/민주노동당인
권위원회/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성동건강복지센터/원불교인권위원회/인
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실천시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인이동
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지문날인반대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천주교
청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노동네트워크
협의회(17개 인권단체)

2003-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