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통신비밀

[성명]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반대 – 통신비밀의 보호를 위해서는 법원의 통제가 필요하다

By 2003/12/2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 인권시민사회단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반대

[성명]

통신비밀의 보호를 위해서는 법원의 통제가 필요하다
– 국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인권시민사회단체와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따르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후 오늘 본회의 논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한 영장주의 적용 및 통신제한조치(감청)에 대한 법원의 봉인 등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의견을 통해 영장주의 및 법원의 봉인과 같은 법원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검찰의 출입기자 통화내역 조회 사건 이후인 지난 10월 9일 수사기관이 통화내역을 조회할 때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을 요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던 바 있다.(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민주당 조한천 의원 소개) 개정청원안의 주요 내용은 ▶수사기관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할 때 영장주의 적용 ▶긴급통신제한조치 폐지 ▶통신제한조치 허용요건과 적용대상범위, 기간에 대한 제한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요건 구체화 ▶통신제한조치의 결과물에 대해 법원 즉시 제출 및 집행결과 봉인 ▶통신제한 조치에 관한 사항 국회 보고 의무화 ▶몰래카메라나 CCTV 촬영에 의한 대화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규제 등이었다.

이 청원안에 대하여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지난 12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에 대하여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요구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고 △위법하게 취득한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이 관리·보관하는 일이 없도록 그 결과를 법원장에게 송부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며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경우에도 법원의 사후감독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통신제한조치 결과물의 법원제출 및 집행결과의 봉인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며 관련규정을 상세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고 △몰래카메라나 CCTV촬영에 의한 대화비밀의 침해행위에 대한 규제 신설에 대해서도 동의하였다.

그런데 법제사법위원회는 이 의견들에 대하여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 개정법률안은 휴대폰 단말기 고유번호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지 못하도록 하고 불법감청탐지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를 정보통신부장관에게 등록하도록 했을 뿐이다. 이 내용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해 요구해온 바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의 제정 이후 정치도청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개정 논의를 해 왔지만 번번이 용두사미식으로 마무리되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다. 특히 지난 1998년 국회 도청 논란 이후 수사기관이 국민의 통신비밀을 침해하려면 최소한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회 안팎에서 강력히 제기되었었는데 그 요구 수위가 점차 축소되어 통신비밀보호법이 지금과 같은 어중간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역시 통신비밀보호법에 대한 논란을 계속해온 16대 국회가 마지막에 이르러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기엔 허술하기 짝이 없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성과라고 남겨서야 되겠는가.

수사기관이 제맘대로 국민의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일이 출입기자 통화내역 조회 사건 뿐이겠는가. 이런 사건에 대한 재발을 방지하려면 수사기관에 대한 법원의 통제가 강력히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가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인권시민사회·변호사단체의 요구를 모두 등한시한 것에 대해 우리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 마지막으로 본회의에서라도 국회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을 요구한다.

2003년 12월 2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2003-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