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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By 2003/12/1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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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0일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 개최
■ 12월 11일, 전 세계 시민사회 독자적인 시민사회 선언문 발표!
■ 한국 시민사회 네트워크, 공식 선언문에 대한 승인 거부!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UN이 주최하는 국제 회의인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회의는 ‘정보사회’와 관련된 첫 번째 국제회의로, 정보사회에 대한 공통의 비젼을 제시하고 이행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준비과정을 통해 각 국 정부는 정보 인권에 대한 무지와 정보사회의 비젼을 제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또한, 준비과정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이 회의에서 발표될 선언문은 시민사회의 승인이 없는 반쪽자리로 전락하였으며, 이 회의의 준비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최종 선언문에 동의할 수 없음을 명백히 선언하는 바이다.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지난 2002년 7월에 개최된 1차 준비회의를 비롯하여 3차에 걸친 준비회의,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남미, 아랍 지역 등 각 대륙별 회의, 3차례에 걸친 임시회의 및 수 차례의 비공식 회의 등을 통하여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최종 선언문과 실천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준비과정과 최종 선언문에 각 국 정부뿐만 아니라, 업계, 국제기구, 시민사회 등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할 것을 공언해왔다. 이에 전 세계의 시민사회단체들은 1차 준비회의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시민사회의 의견을 제시해왔으며,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역시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해왔다. (정보사회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 선언문을 홈페이지 http://www.wsis.or.kr 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의 결과는 무척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애초에 이 회의의 중요한 취지 중의 하나였던 전 세계적 정보불평등의 확대 문제에 대해, 선진국 정부들은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드러내었다. 정보사회 역시 인간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료들의 인권의식은 1948년에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으로부터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였다. 2003년 11월에 있었던 제3차 준비회의의 보충 회의가 끝날 때까지도, 정부들은 선언문에 대해서조차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그들은 정보사회에 대한 공통의 비젼에 대해 합의할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증명하였다. 준비회의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은 무능력함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한국 대표단으로부터 인권에 대한 옹호나 정보불평등의 해결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사치였다. 공식 회의에서 한국 대표단의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애초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무시해왔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요구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정보사회 역시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여성·장애인·원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옹호되고,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네트워크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 실현되고, 정보불평등을 해결해야한다는 것, 공공·공유정보와 자유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 프라이버시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문화적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등 너무도 당연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최종 선언문에서 애써 외면되고 말았다.

지난 11월 14일, 전 세계 시민사회 대표들은 ‘더 이상 시민사회의 의견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며, 최종 선언문을 승인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오늘 12월 11일 시민사회의 독자적인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무능력한 정부를 대신해서, 시민사회 스스로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사회의 비젼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시민사회 역시 국제적 시민사회 선언문을 만드는 작업에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를 해왔다.
우리는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될 선언문을 인정하지 않으며, 반대로 정보사회에 대한 국제 시민사회 선언문에 적극 동의함을 선언하는 바이다.

2003년 12월 11일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를위한시민사회네트워크

200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