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주민등록제도

[지문반대] 주민등록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By 2003/11/2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지문날인 반대연대 http://www.finger.or.kr

■ 지문날인 반대연대, 주민등록법 개정운동 돌입

[성명]

정보인권을 위협하는 주민등록제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
– 주민등록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제도가 국민의 정보인권을 위협하고 있다. 주민등록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타인의 명의 도용, 사생활 침해, 실명 강제는 더이상 두고볼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반인권적 주민등록제도에 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주민등록법을 전면 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지난 11월 20일 주민등록등본 유출사건(한겨레 11월 20일자 "아무나 떼는 주민등본 ‘악용’ 속출" 기사 참조)을 보면서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그동안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주민등록정보의 관리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을 누차 우려해 왔으며, 2001년 주민등록법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개정 전의 문제점이 거의 해소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던 바 있다. 우리는 행정자치부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것을 요구했지만 행정자치부는 그 책임을 방기하고 시행령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다한 것처럼 안일한 자세를 취해 왔다. 그 결과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지역 동사무소 직원의 미숙한 민원사무처리 때문이 아니라 주민등록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 때문이다. 주민등록법에 의하여 국민의 개인정보가 모두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수집되어 있는 상태이고, 만 17세 이상된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는 확신을 범법자들이 가지고 있는 한 이와 유사한 범죄는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껏 시행령의 조문 몇 구절을 고치는 미봉책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일선 동사무소에서 민원을 처리할 때 본인이나 위임증 확인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은 경찰청 관계자의 말은 우리 행정기관이 주민등록정보에 대한 보호를 매우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등록번호의 악용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타인의 명의 도용, 사생활 침해, 실명 강제도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 1/4분기 주민등록번호 도용으로 인한 사이버 범죄는 5,1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49건에 비해 6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의 2003년 3/4분기 개인정보 침해유형별 접수 현황에서도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전체의 약 36.7%)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는 정보화가 확산되면서 실명확인·금융거래 등의 용도로 민간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과 비례하여 계속 늘고 있다. 갈수록 그 규모를 더해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대한민국 전국민의 수를 초과한지 오래되었다. 중복되어 여러번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도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 문제의 원인은 국민식별번호를 광범위하게 이용하도록 허용한 데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출생과 동시에 강제로 부여되는 국민식별번호로서 누구에게나 단 하나씩 평생 단 한번 부여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등록번호가 한번이라도 유출되면 그 피해는 평생을 가게 된다. 그러나 현행 법률상 주민등록번호를 수정하거나 재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국민식별번호를 갖고 있지 않거나,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이용범위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국민식별번호의 민간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이 사용하더라도 통계나 복지서비스의 목적에만 그치고 있다.

현행 주민등록제도는 정보인권에 대한 상식에 모두 위배된다고 보면 된다. 현행 주민등록제도는 주민에 대한 지방정부의 서비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국가등록제도’이다. 특히 만 17세 때 동사무소에서 강제날인한 열손가락 지문정보는 경찰로 넘어가 평생 관리된다. 지문 뿐 아니라 너무나 많은 정보를 수집해 가면서 명확한 법률 규정도 없다.(별지서식에 양식이 하나 있을 뿐이다.) 본인의 동의권이나 동의철회권, 정정·반환·폐기·삭제청구권 등의 청구권 등 자기정보통제권은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 또 출생과 동시에 국민마다 번호를 매기고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신분증을 강제 발급하고 검문한다.

정보인권에 대한 상식과 해외의 사례를 감안할 때 주민등록제도는 ‘최소’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 중앙정부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총괄하고 있는 ‘주민등록’ 업무의 전권은 그 취지에 맞게 지방정부로 이양되어야 하며, 지방정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도 그 범위를 법률에 명시하여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수집해야 한다. 또 주민등록정보가 수집되고 이용되는 모든 과정에는 정보주체인 본인의 참여가 완전히 보장되어야 하고, 지문날인, 주민등록번호, 국가신분증의 강제 발급과 같은 인권침해적 요소는 완전히 폐지되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결국 오늘날 개인정보 침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심각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주민등록제도에 있다. 주민등록제도 자체가 국민의 정보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민등록제도는 30여년 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도입된 것이다. 국민의 정보인권 보장은 커녕 대한민국을 하나의 거대한 병영으로 보고 국민을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주민등록제도에 대한 대규모 수술을 즉각 실시하지 않는다면 주민등록정보를 이용한 범법 행위는 결코 근절할 수 없다. 정보화가 확산될수록 주민등록정보의 유출도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고, 결국 대한민국에 사생활이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주민등록법 개정운동에 본격 돌입함을 선언한다. 우리는 2,000여 지문날인 거부자들, 그리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반드시 반인권적 주민등록제도를 바꾸어낼 것이다.
지금도 늦었다. 행정자치부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반인권적 주민등록제도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위기에 처한 국민의 정보인권을 보장할
생각이 있다면 행정자치부는 지금 당장 주민등록법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2003년 11월 27일
지문날인 반대연대

※ 지문날인 반대연대 : 지문날인된 주민등록증을 반대하는 지문날인 반대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세계유래없는 전국민 열손가락 강제 지문날인 제도를 철폐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영상집단, 존재미증명자들의은신처, 주민등록법개정을위한행동연대, 지문날인거부자모임, 지문날인반대프리챌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