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표현의자유

[논평] 건대생 김용찬씨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에 부쳐

By 2003/10/2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www.nocensor.org

[논평] 시대의 망령 국가보안법, 모든 사회단체 홈페이지에 유죄판결을 내려라
– 건대생 김용찬씨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에 부쳐

여전히 국가보안법은 건재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회과학 자료집을 올렸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건국대학교 김용찬씨가 끝내 유죄판결을 받았다. 23일
서울지방법원 재판부(형사1단독, 재판장 박종택)는 김용찬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7조 1항(반국가단체 고무·찬양)과 5항(이적표현물 제작·배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가운데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 7조가 적용된 부분은 김씨가 사회과학
자료집을 제작하고 이를 싸이월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거나 소지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료집이라는 것은 ‘2002 하계 반신자유주의
선봉대’ 자료집, ‘비정규직 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노동해방투사의
임무’ 등으로 대부분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사회단체 사이트로부터
내려받아 발췌, 편집하거나 그대로 게재한 것이다.

위 자료집이 정말로 엄밀한 의미에서 ‘이적표현물’일까? 그런 것 같지 않다.
애초 검찰은 김씨를 구속하면서 <자본론>, <맑스를 위하여>, <신좌파의 상상력>
등을 ‘이적표현물’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이 보기에는 서점에서
자유로이 구입할 수 있는 사회과학서적조차 여전히 이적표현물인 것이다. 이
때문에 마침 한국을 방문 중이던 <신좌파의 상상력>의 저자 조지
카치아피카스가 "나부터 구속하라"는 글을 일간지에 기고하여 국제적 사건이
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씨 측이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5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그러면서도 판결문에 "사상·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였다"고 했다니 이보다 더한 역설도 없다. 재판부에 말한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사상·표현의 자유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지난 9월 26일에는 김씨와 함께 체포구속된 또다른 건국대학생 김종곤씨 역시
국가보안법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자격정지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때 재판부(서울지방법원 형사 1단독, 재판장 노재관)는 "근본적으로 이념적인
편향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국가가 국민의 생각을 감시하고 그 생각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국민을 처벌하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다. 이보다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그런 일들이 냉전 시대를 지나 참여정부 시대라는
오늘날까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있었던 송두율 교수 구속 사건까지 떠올려 보면, 이로서 시대의 망령
국가보안법이 그 위세를 전혀 덜하고 있지 않음을, 아니 갈수록 그 위세를
더해가고 있음을 알겠다. 최근 국회에서는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도 논의 중이라 한다.

"국가안보는 권력자들이 자주 악용하는 용어다. 따라서 우리는 누가
‘국가안보’와 ‘이적 행위’를 규정하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봐야만 한다. " 위 기고문에서 카치아피카스가 한 말이다.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사라지지 않는한 대한민국에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란
없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2003년 10월 24일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동민·김진균·단병호·문규현·백욱인·진관·홍근수

※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주 NCC 인권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결혼 한국여성인권 운동본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자의힘,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산정보연대PIN, 불교 인권위원회, 사이버
녹색연합, 사회당 문화위원회, 새사회연대, 서울대 이공대 신문사,
성남청년정보센터,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시민행동21, 영화인회의,
사)우리만화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장애인의 꿈너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전북대정보통신큰눈,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 전북민중연대회의,
전북여성단체연합, 정보통신연대 INP,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하자센터 시민운동기획팀,
학생행동연대, 한국기독교네트워크,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만화가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가나다순, 총55개단체)

200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