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TRIPs)의약품특허입장

[특허/성명] 공중보건에 대한 도하선언의 의미 퇴색시키는 ‘8·30 결정’ 반대한다! (WTO 칸쿤회의 관련)

By 2003/09/0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공중보건에 대한 도하선언의 의미 퇴색시키는 ‘8·30 결정’ 반대한다!!>
– WTO는 수많은 민중을 죽이고 있다!!

2001년 도하선언에 대한 배신
-지적 재산권 보호가 민중의 건강권에 우선한다?

제네바 현지시각으로 8월 30일 WTO(세계무역기구)회원국들은 공중보건 부문의
이른바 ‘도하선언 6항’에 관해 합의하였다.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과 공중보건에 대한 선언(도하선언)"은 2001년 11월 도하에서 채택되었던 선언
문이다. 그 내용은 주로 지적재산권에 관한 TRIPs협정이 공중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할 수 없다는 것과(도하선언 4
항), 제약부문의 제조기술이 불충분하거나 제조기술이 없는 WTO회원국들이
TRIPs협정하에서 강제실시를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법을 찾는다는 것
이다(도하선언 6항). TRIPs협정은 강제실시 발동의 조건을 몇가지로 제한을 두
어 제약자본에게 유리할 뿐만 아니라, 강제실시를 국내 수요에 한정해야한다
는 단서를 두어 의약품 생산이 불충분/불가능한 개발도상국/최빈국의 의약품
공급은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지속적인 투쟁
으로 도하선언 6항에 명시됨으로써 TRIPS이사회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로 설
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8·30합의는 제약자본에게 더욱 유리하게 합의되었
고, 최빈국의 의약품 공급 문제는 ‘인도적 차원’이란 말로써 배제되었다.

-강제실시를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해법이다

이번 결정문은 1)에이즈와 말라리아, 결핵등 심각한 질병의 치료를 위한 의약
품의 특허권을 인정하되, 2)인도적 차원에서 자체 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한 최빈국들에 한해 이를 저가에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얼핏 보
면 합리적인 내용으로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합의문에 의하면 ‘수입을 위한 강제실시는 인도적 차원에서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일 것이며, 산업·상업적 목적으로는 쓰일 수 없다’고 진술하
고 있다. 언뜻 보면 좋은 말인 것 같으나, 이 말에는 강제실시를 실시하지 못
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인도적 차원의 노력은 현재 국제적 원조단체와 각종 기금, 그리고 각국의 원
조 차원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의약품 생산능력이 없는 국가의 의약품 공
급문제는 인도적 차원의 해결을 넘어 ‘건강권’보장을 위한 해법으로써 필요한
의약품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입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인도적 차원
의 시혜가 아니라 수입을 위한 강제실시를 할 수 결정권이 어떠한 제한없이 부
여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산업·상업적 목적’이 아닌 방법으로 복제약(제너릭)을 생산하
기 위해서는 정부가 생산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강제실시가 적용될 수
있는 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 제너릭 회사가 국영(내지 공공)제약회사인 경우
는 전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이며, 최근 글리벡의 복제약인 비낫을 생산한
인도의 낫코사도 민간제약회사였다. 즉, ‘산업·상업적 목적으로 쓰일 수 없
다’는 단서를 만족시키는 공공제약회사가 거의 희박하며 이 조항은 복제약(제
네릭)을 생산하는 민간제약회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합
의문에 따른 수입을 위한 강제실시는 거의 현실 불가능하다.

– 강제실시 할 때마다 보고, 자국의 결정권이 침해된다

이번 합의는 최빈국 및 개발 도상국으로 수출된 복제약이 선진국시장으로 역수
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수입을
위한 강제실시를 하기 위해서는 수입국은 무슨 약을 얼마만큼 수입할 것인지
를 일일이 TRIPS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 혹은 다국적 제
약회사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은 눈감고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또한 수출을
할 회사는 무슨 약을, 얼마만큼, 어느 국가에, 얼마의 기간동안 수출할 것인지
를 미리 알려야 하며, 특별한 색/모양/라벨/포장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
제실시를 할 때, 이러한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TRIPS 협정 어디에도 눈 씻
고 찾아 봐도 없다. 역수입방지를 위해 까다로운 절차들을 규정한 것은 강제실
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 강제실시할 수 있는 주권을 포기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21개국은 ‘국가적 비상사태나 극히 긴급한 상황하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뜻을 밝혀 수입을 위한 강제실시권을 포기할 것을 선언하였
다. 외통부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한쪽으로 확고하게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의약품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 DDA타결의 걸림
돌이 되지 않도록 원만한 합의를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정부는 입장
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지지 요청에 수긍하고 국내 환자가 아니라 제약
자본에 유리한 입장을 표현해왔다. TRIPS 협정 어디에도 강제실시를 ‘비상사태
나 극히 긴급한 상황하에서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함에도 대한민
국은 공중보건을 위한 주권을 스스로 포기했다. 국가적 비상사태나 극히 긴급
한 상황이란 대단히 제한적인 규정이며, 한국의 불충분한 의약품 공급의 상황
을 포괄할 수 없다. 향후 민중의 건강상태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
고, 국내에서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불충분할때 어떻게 할 것인
가? 지난 글리벡 강제실시를 불허한 것처럼 환자들에게 약도 먹어보지 못하고
죽으라는 말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의약품 접근권이 한국정부에 의해 위협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고, 철저히 제약산업의 특허권 강화
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미 지난 2002년 1월 31일 대
한민국 사상 최초로 청구되었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강제실시
청구가 1년도 넘게 끌다가 2003년 3월 기각하기로 결정한 것을 통해서도 드러
난 바이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민의 의약품 접근권 및 건강권을 철저히 외
면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 동참하고, 수입국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한 한국정부
는 제약자본을 위시한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보다 우선함을 천명하였다. 이번 8·30 결정이 협의에 부쳐지게
될 제 5차 각료회의가 열릴 칸쿤에서 민중의 거센 저항으로, ‘공중보건 협상
타결의 전기 마련’이라는 미사여구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투쟁을 만들어 내야
만 한다. 또한 민중의 건강권을 외면한 한국정부의 태도에 대해 그침없는 비판
과 폭로로 맞서야 할 것이다.

– 의약품 접근권 스스로 포기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각성하라!!
– 도하 선언 의미 퇴색시키는 8·30 결정을 반대한다!!

2003년 9월 1일

경제자유구역폐기 및 의료시장개방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200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