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입장

[인터넷실명제/보도자료] 올바른 접근법과 외국 사례

By 2003/06/0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1. 논쟁중인 주제를 분명히 하자

– 하나의 커뮤니티나 운영자가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 "국가가" 실명제를 강제하려는 것에 대해 논쟁중이라는 것을 분명히 전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표현의 자유 침해

– 표현의 자유가 아무말이나 하겠다는 뜻인양 오도되는 경우가 많은데 적극
반박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자기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과는 명백하게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이 자기 행위에 대한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 것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헌법에는 영장주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국가가 국민을 수색할 때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서는 국민이 범죄자로 취급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헌법의 정신에 따라 우리 일반 법률에서도 이런 원칙을 지키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실명을 쓰라는 것은 법원의 허가 없이 국가가 국민을 언제든지 심지어
사전에 수색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법률적 해석이 그렇게 됩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현실 거리에서도 경찰이라고 아무나 수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범죄의 소지가 있다고 하여 국민에게 명찰을 달고 다니도록 강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도 똑같이, 헌법상의 원칙과 법적인 절차에 따라
행정 행위가 있어야 하며 불법 행위가 일어나면 국민이 ‘사후에’ 자기 글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지면 될 일입니다.

– 인터넷 실명제의 가장 큰 목적이 글쓰는 사람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할때 인터넷 실명제는 우리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명백한 검열입니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영화검열을 결정할 당시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위축적 효과’를
낳는 정부의 행위를 검열로 인정했습니다.

– 권력관계에 의해 구조적으로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내부
고발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익명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무조건
실명을 쓰라는 것은 말하는 것 이외에 다른 권력을 갖지 못한 이들을 억압하는
권력의 폭거이며 때로는 심각한 폭력입니다. 정보통신부는 ‘고발 게시판’에
익명을 보장하겠다고 말하지만 인터넷의 게시판을 ‘고발’과 ‘비고발’로
줄세우겠다는 계획은 비현실적입니다.

3. 익명은 권리

– 왜 최근 개인정보보호나 프라이버시권이 중요하게 이야기되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리에서 추적하는 것보다 네트워크에서 사람 추적하기가
훨씬 용이합니다. 네트워크의 기술적 특성상 발신자와 수신자가 반드시 남기
때문입니다. 검사비판 네티즌 추적과 구속이 손쉽게 이루어진 것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이런 추세를 악용하면 말그대로 국가권력에 의한 전자감시사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엔 오히려 국제적으로 국민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익명이 권리로서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 익명이 권리라는 국제적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유럽의 기준

o 유럽 의회 ‘정보보호분과’의 "인터넷 프라이버시 – 온라인 정보보호에 대한
유럽의 통합적 접근"(Privacy on the internet – An integrated EU approach
to online data protection, 5063/00/EN/FINAL) 보고서
– http://europa.eu.int/comm/internal_market/privacy/docs/wpdocs/2000/wp37en.pdf
– 정부 게시판에서의 실명제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해봐야 할 것은 ‘공공
영역에서의 익명성’에 대한 장인 것 같습니다.(Anonymity on Public Fora)
– "특히 공공 영역에서의 인터넷 익명성과 관련해서 ‘가상 정체성'(익명성)은
개인 정보의 보호와 그 오용에 대한 법률적 규제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대안적인 해결책이다"

o 유럽의회의 의뢰로 수행된 "온라인 서비스와 데이타보호법"
(Data Protection Law and on-line services: regulatory responses)
– http://www.infosociety.gr/policies/rights/docs/regul.pdf
– Joel R. Reidenberg 포드햄대학 로스쿨 교수와 Paul M. Schwartz 브룩클린
로스쿨 교수가 수행한 유럽쪽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 해제
– 대강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비용 지불의 목적을 제외하고
익명성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익명성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보호의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158쪽 요약표에서는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익명성이나 가명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유럽의회의 Directive 95/46/EC나
Directive 97/99/EC 문서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 프랑스 :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국가프라이버시위원회)의 인터넷 정책에서는
익명성을 개인의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권장하고
있다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에서는 익명성을 네트워크환경에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가능한 대안으로서 강력히 지지한다.
– 독일 :
정보커뮤니케이션위원회(프라이버시위원회)의 원격서비스에 대한 첫번째 임무
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익명성은 오로지 최초로
개인 데이타가 생성될때에만 침해된다 … 연방데이타보호법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개인정보에 대한 파일 생성 자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몇몇 민감한 개인정보(건강이나 신념에 대한 정보
등)를 다룰때는 특별한 보호를 하도록 했다.
– 영국 :
영국 정보보호법에서 익명성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7대 기본원칙과 관련이
있다. 즉, 개인정보를 ‘공정하고’ ‘명확하고 적절한 경우 지나치지 않게’
수집하도록 한 원칙이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타보호등록관은
온라인에서의 익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익명성에 대한 이런
언급이 중요성을 띄는 것은 ‘정부 디렉트’ – 온라인 정부서비스 계획 – 에
대한 데이타보호등록관의 역할에 대해서이다.
‘정부 디렉트’는 정부를 국민과 가깝게 다가가고 공공 서비스를 확대하고
시민과 기업가의 정부에 대한 통제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정보기술의 이용을
촉진하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데이타보호등록관은 익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 미국의 기준
대표적으로는, 미국 조지아주 위헌 판결과 야후 게시판에 대한 뉴저지
항소법원에 대한 사례를 참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래 자료는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관련 연구들에서 사례를
발췌한 것입니다.)

o 1996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추진한 ‘인터넷 사찰법'(실명을 밝히지 않으면
정보를 전송할 수 없도록 규제)이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 받음.
– 익명성이 어떤 경우에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주요 방식이 될 수 있고,
–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최대한 보호되는 것이 좋다는 이유

o 2002년 4월 콜로라도 대법원은 소비자의 도서구입기록은 헌법에 의해서
보장받는다고 판결함으로써 익명성의 권리 지지
http://www.cobar.org/opinions/opinion.cfm?OpinionID=560
– 미수정헌법과 콜로라도주법에 의해 도서구입기록을 제공하라는
피고(손튼시와 경찰, THE CITY OF THORNTON & THORNTON POLICE OFFICER)의
원고(The Tattered Cover Bookstore)에 대한 요구는 익명으로 도서를 구입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기각
– 소비자의 도서 구매 기록은 고객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시에만 경찰에게 제공될 수 있다고 판정

o 2001년 7월 뉴저지 항소법원은 익명을 통한 온라인 의사표현의 권리 인정
http://lists.insecure.org/lists/politech/2001/Jul/0046.html
– 법원은 익명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여 야후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익명의 게시자(John Does)의 신분을 밝히는 것을 거부함
– 현재 미국은 익명에 의한 온라인 명예훼손 등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에 대해 법원이 소환장을 발부하면 유죄판결 전이라도 ISP가 해당 이름을
공개할 수 있지만, 뉴저지 항소 법원은 이러한 절차와 증거 제시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함

o 2003년 1월 미국 기업(가정용 보안기구 공급업체)과 그 모기업은 야후
게시판에 회사를 비난하는 글을 익명으로 올린 11명의 게시자를 찾아달라고
법원에 냈던 소송을 포기함
http://www.citizen.org/pressroom/release.cfm?ID=1293
– 익명게시자 중 한명인 가명 아이디 "Kiakahahaha"의 변호인은 위 기업이
야후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달라스 지방법원이 그 익명 게시자의 신분을 드러내도록 명령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 "법원은 익명의 게시자가 올린
글이 위험하다고 믿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익명의 게시자는
미 수정헌법에 보장된 익명으로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

o 1999년 펜실베니아 상급법원
역시 유사사례 판례. 익명의 게시글이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법원은 해당 ISP에게 익명의 게시자의 신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할 수 없음

4. 실명 데이타베이스의 자기정보통제권 침해

– 인터넷 실명제가 가능하려면 거대한 국민 데이타베이스가 하나 이상 구축되고
실명 확인을 위해 상시적으로 대조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어떤
데이타베이스를 어떻게 구축하고 이용하겠다는 것인지가 문제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미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는 사이트에서는 국민의 동의를 받지
않은 실명 정보가 마구 이용되고 있습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고발 내용 참고)
인터넷 실명제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분별한
국민 실명 데이타베이스의 구축과 이용을 조장하는 것으로서 큰 문제입니다.

5. 민주주의의 문제

– 최근 정부는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려서 민간 게시판에 대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공공 게시판에 대해서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 게시판이야말로 사적 영역과는 질적으로 다른 공공 장소로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공간입니다.
공공 영역에서는 어떠한 익명의 고발도 보장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일체의
로그기록이나 IP주소에 대한 특별한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공공 게시판에 실명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마치 오프라인에서 고발함을 만들어
놓고는 고발쪽지의 지문을 추적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토론회에서 인터넷 실명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주장했듯이
보기 싫은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공무원들이 국민의 언론에 대해 이렇게 권위적이라면 이 정부의 앞날은
자신들이 표방한 참여 정부의 상과는 점점더 멀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결론적으로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인터넷 실명제는 ‘오프라인 현실사회보다
우려스러운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프라인 현실사회에서도 보장되어 온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이
인터넷에서는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장하지 않으려는
역설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200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