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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성명] 소리바다 서버운영 중지 확정판결에 반대한다

By 2003/02/2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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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바다 서버운영 중지 확정판결에 반대한다
■ -이번 판결은 이용자들의 정당한 정보기본권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다-

지난 2월 17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1부는 11개 음반제작사가 인터넷 음반파일 공유프로그램 ‘소리바다’ 운영자 양씨 형제를 상대로 낸 서버운영 중지 가처분신청을 지난 14일 최종 인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지난해 8월 말 소리바다에 대해 내린 가처분결정을 확정한 것으로,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제기해왔던 정보기본권 즉 이용자 권리에 대한 주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저작권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데 우려하는 바가 크다.

이번 판결은 몇 가지 측면에서 잘못된 판결이다.

먼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음반제작자의 동의 없이 음반 CD에 고정된 음원으로부터 일반인이 듣기에 거의 차이가 없는 MP3파일을 추출해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행위는 음반제작자의 배타적 권리인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 27조는 저작물을 개인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복제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이용자의 저작물 이용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MP3를 추출해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행위만을 가지고 복제권 침해라고 한 것은 이용자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P2P 방식을 통해 이용자들이 공유폴더에 MP3파일을 저장한 채 소리바다 서버에 접속해 자동적으로 다른 이용자들이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 하는 행위는 음을 유형물에 고정하여 양도하는 결과를 빚어 음반제작자의 배포권을 침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이 역시 현실적 시대상황과는 매우 동떨어진 법 적용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아날로그 환경에서 영리적 목적을 가진 자가 저작물을 대규모로 복제하고 배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나, 사회가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면서 누구나 원본수준으로 복제하고, 배포·전송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문제는 이것이 사적이용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데서 발생한다. 즉, 아날로그적 산업사회에 기반을 둔 저작권법이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에 기반한 정보사회의 새질서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법과 현실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대변화에 따라 법개정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저작권 침해 판결을 내리는 것은 일방적으로 기득권자인 저작권자의 입장만을 대변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실 지난 몇 년간 계속되어 온 음악시장의 침체는 소리바다 외에도 경제 전반에 걸친 경기침체 뿐만 아니라 10대 댄스음악 위주의 음악시장, 음반제작자들의 무분별한 편집음반 제작 등 여러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반사들은 소리바다와 같은 P2P를 이용한 음악파일 교환으로 음반산업이 침체할 수밖에 없었다며 모든 책임을 P2P와 이용자들에게 떠넘겨 왔다.

소리바다와 같은 특정 서비스가 존속하느냐 아니냐는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중개자에 불과한 소리바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한지 되묻고 싶다. 우리는 이러한 사이트 또는 프로그램을 매개로 한 이용자들의 비영리적인 파일(정보)교환은 정보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법의 목적은 동법 1조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이는 그 목적이 ‘저작권자’의 이익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권리도 함께 보호하여 문화 자산을 풍부하게 하고,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특히 지식정보사회는 정보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사회 발전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사회의 유물인 현재의 저작권법 체제는 인류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저작인접권의 권리개념이 적극적으로 인정되면서, 저작권이 창작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창발을 이끌어낸다는 애초의 취지를 벗어나 ‘투자보호법’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상이 되었다. 법원은 저작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내려진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기존의 산업사회에 기반을 둔 저작권법 체제에 기반을 둔 좁은 법해석에서 벗어나, 지식정보사회의 특성을 신중히 고려하여 이용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2003년 2월 26일

문화연대·정보공유연대IPLeft·진보네트워크

200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