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정보문화향유권

[정보공유] 정보통신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한다! – 민변

By 2003/02/24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사법경찰관리의직무를 행할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법률안’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성 명 서> 정보통신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한다!

지난 9월 법무부는, ‘사법경찰관리의직무를행할자와그직무범위에관한법률’을 입법예고하였으며,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법무부가 예고한 개정안을 보면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및 체신청에
근무하며 소프트웨어불법복제 단속 사무에 종사하는 4급 내지 9급의 국가공무원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중 프로그램저작권 침해에 관한 범죄에 대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와 편파 수사의 문제가 제기될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해 왔다.

작년에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단속과정의 폭력성이나 정보통신부 공무원들이 불법적으로 단속 과정에 개입한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내놓은 것이 바로 이 개정안이다. 정부는 단속과정의 불법성, 폭력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없고 공무원에게 단속권한이 없다는 것만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수사는 일반적으로 직장이나 가정처럼 비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필연적으로 압수나 수색을 수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높은
만큼 행정부가 아니라 검찰이나 사법경찰관리가 수사를 담당하여야만 한다.

또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목적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이용자들의 공정이용을 균형 있게 보호하는 것인데, 이번 개정안은 그 동안 산업계의 이익을 우선해온 정보통신부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고 있어,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이 개정안은 법리상으로도 맞지 않다. 법률에서 사법경찰관 외에 범죄수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인정하는 경우는 문화재 관리 사무나 산림보호 사무처럼 급박한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행정부의 인원을 동원하더라도 범죄의 수사를 해야만 하는 경우나,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수사가 미치기 어려운 지역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대하여 수사를 해야만 하는 경우처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한다. 그런데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행위는 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처벌을 할 수 있는 친고죄로서, 공공의 안전과 관련된 범죄라기 보다는 민사적 분쟁의 성격이 강한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사건은 법원에 기소가 되기 전에 당사자간의 손해배상의 합의와 프로그램 저작권자의 고소취소로 종결된다. 이때 침해행위자는 형사처벌이 두려워 프로그램 저작권자에게 실손해액의 몇 배를 배상하겠다고 하고,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정보통신부의 공무원들은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이윤추구의 도구나,
프로그램 제작사들의 모임인 한국소프트웨어 저작권 협회의 단속직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오로지 정보통신부에서 주장하는 사법경찰권 부여의 근거는 수사인력의 부족인데, 이것은 결코 이유가 될 수 없다. 유독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인력이 부족한가? 그렇지 않다. 만약 정보통신부의 주장처럼 수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보통신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주어야 한다면, 도서나 음반의 불법복제 여부에 대하여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문화관광부 공무원에게, 상표법 위반사범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특허청이나 산업자원부 공무원에게, 식품위생법이나 건축법 위반 사범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나 건설교통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도서나 음반의 저작권자, 상표권자가 사법경찰권 확대를 요구해 올 경우 도대체 무슨 이유를 들어 이들을 설득할 것인가.

우리는 단속인력의 부족을 메꾸기 위하여 사법경찰권을 달라는 정보통신부를 보면서 과잉단속과 위법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경찰은 범죄수사를 하는데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일제단속을 벌일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범죄의 혐의도 없이 법원의 영장을 통한 허가도 받지 않고 벌이는 일제단속은 위법수사일 뿐이다. 그 동안 불법소프트웨어 단속과정에서 정보통신부는 위법, 과잉수사, 인권침해로 악명을 떨쳐왔다. 영장도 없이 일제단속이라는 명목으로 프로그램 저작권자들의 이익단체 소속 직원들과 함께 기업체의 사무실에 들이닥쳐, 온갖 위법행위들을 벌이고, 임의수사로 둔갑을 시키다가 반발을 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정보통신부는 지금 사법경찰권을 가지고 버젓하게 이러한 일제단속을 벌이고 싶어서 이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우리는 이 개정안에 대하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민변은, 이미 지난 9월 24일 위와 같은 법무부의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으며, 현재 많은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법무부의 이같은 개정안은 정보통신부에게 더욱 많은 권한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법경찰관리의직무를행할자와그직무범위에관한법률안 중 해당조항은 폐기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범죄 수사에서의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특정인 누군가에게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닌 다수에 의한 민주주의적 권력분산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2003. 2.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200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