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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성명] 미디어 파일 포맷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입장

By 2002/09/0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미디어 파일 포맷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입장

"이제 진보넷은 미디어 파일 포맷에 대한 정책을 변경하고자 합니다. 즉, 향후에는 리얼 포맷과 윈도 미디어 포맷을 동시에 제공할 것입니다.
이는 진보넷이, 나아가서는 사회운동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패배했음을 뼈아프게 자인하는 것입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이하 진보넷)는 음악, 영상 등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한 후부터 줄곧 리얼 플레이어 포맷을 사용해왔으며, 윈도 미디어 포맷은 의식적으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윈도 미디어 포맷으로 제공하는 것은 이용자로 하여금 윈도의 사용을 요구하게 되고, 그것은 현재 PC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더욱 강화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리얼 포맷은 윈도뿐만 아니라, 리눅스에서도 접근이 가능한 반면, 윈도 미디어 포맷은 윈도에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물론, 두 포맷 모두 제공할 수도 있었겠으나, 별도의 설치없이 윈도에서바로 이용이 가능한 윈도 미디어 포맷이 제공된다면, 결과적으로 리얼 포맷보다는 윈도 미디어 포맷이 전적으로 이용될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이용자들이 더욱 윈도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물론, 리얼 플레이어를 제공하는 리얼 네트워크사 역시 독점 기업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진보넷이 리얼 네트워크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진보넷은 끊임없는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리얼 포맷으로만 서비스를 하는 것은 이용자들의 접근권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리얼 플레이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별도로 리얼 플레이어 프로그램을 구해서 PC에 설치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 한번의 불편이고, 프로그램의 설치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초보자들에게 이조차 큰 장벽이 된다는 것입니다. 주류 언론에게 소외된 사회운동의 소식들을 멀티미디어를 통하여 생생하게 전달하는 임무를 자임한 진보넷에게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내용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고민을 던져주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따라서, 리얼 포맷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용자들이 사회운동 소식에 접근하는 것을 일정정도 차단하게 되고, 역으로 윈도 미디어 포맷으로 제공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게 되는 딜레마에 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진보넷 정책은 윈도 미디어 포맷으로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자그마한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환경친화적인 여러 정책들이 실제 삶에 있어서는 일정정도의 불편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역으로 자본이 제공하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종속을 강화하는 자본의 욕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넷스케이프가 익스플로러보다 더욱 대중적인 웹검색 프로그램(웹브라우져)이었고, 윈도 미디어보다는 리얼 플레이어가 많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웹브라우져나 미디어플레이어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장악되었습니다. 심지어 사회운동 단체에서도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된 홈페이지, 그리고 윈도 미디어 포맷의 파일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운동에서 동영상 미디어의 이용이 확산되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면서, 진보넷 정책이 안고 있는 한계 역시 커져갔습니다.

이제 진보넷은 미디어 파일 포맷에 대한 정책을 변경하고자 합니다. 즉, 향후에는 리얼 포맷과 윈도 미디어 포맷을 동시에 제공할 것입니다.

이는 진보넷이, 나아가서는 사회운동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패배했음을 뼈아프게 자인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사전에 저희 정책의 의미를 이용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설득시키고, 또한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고 좀 더 노력을 기울였다면 국내에서의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일시적으로 우리는 패배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하는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저항하고, 그누/리눅스와 같은 대안적인 소프트웨어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또 한편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의 소스코드가 공중에 공개되도록 강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윈도와 같은 운영체제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필수적인 기반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특정 기업에 독점되어서는 안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진보넷은 이번 패배를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에 반대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기위한 투쟁에 더욱 매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0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