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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성명] 소리바다 서비스 중지를 명령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붙여

By 2002/07/1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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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는 계속되어야한다!
– 소리바다 서비스 중지를 명령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붙여

2002년 7월 9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MP3 음악 파일 공유프로그램인 ‘소리바다'(http://www.soribada.com)에 대하여, 서비스 중지를 명령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지난 해 2001년 1월, 음반사들이 소리바다의 운영자를 고소하고, 8월에 검찰이 소리바다를 기소한 이후, 최초로 내려진 법원의 판결이다. 물론 이번 결정은 가처분 결정에 불과하며, 소리바다의 위법성에 대한 본 판결이 아직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이번 결정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해 검찰의 소리바다 기소에 즈음한 성명서에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소리바다를 통한 MP3 파일 공유는 ‘비영리적’이고 ‘사적’인 인터넷 이용 행위이므로 ‘저작재산권의 예외’로서 보호되어야 하며, 이를 저작권으로 규제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저작권 남용임을 주장하였다. 또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위해 필수적으로 복제가 수반되는 인터넷 환경에서 오프라인과 같은 수준의 저작권을 저작권자에게 부여한다면, 그것은 결국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하고, 이용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현재 음반 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음반사들의 이해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디지털화와 인터넷의 발전이 초래한 저작권 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을 인식하고, 지식과 문화의 새로운 생산, 유통 시스템을 고민해야함을 제안하였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오프라인 시대의 저작권을 기준으로 온라인 상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다.

또한, 법원의 결정은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최소한의 형평성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 법원은 소리바다 측으로 하여금 음반사가 제작한 MP3 파일 노래를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받는 것을 금지하도록 명령하였는데, 이는 소리바다측에 지나친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리바다는 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모든 MP3 파일을 검색해야한다는 말인가? 이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인 소리바다로 하여금 이용자들의 파일교환행위를 일일이 검열하라는 것인데, 그 결과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의 행위에 대하여 면책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는 국제적 추세에도 어긋나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미국의 냅스터 판결에서도 원칙적으로 특정한 이름이 들어간 파일들의 유통을 막고, 변형 파일들의 경우에는 그것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파일들인지 알아내는 역할을 미국음반협회(RIAA)와 냅스터가 적절히 나눈 것에 비추어보아도, 이 결정은 소리바다에게 지나치게 포괄적인 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둘째, 결정문의 주문 2는 "소리바다" 서비스를 위하여 사용중인 서버 3대를 "소리바다" 서비스 또는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위하여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소리바다의 서버를 이용하여 특정한 파일들을 교환함으로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소리바다 이용자들의 적법한 파일의 교환조차도 전면적으로 막는 것이어서 터무니없이 부당한 것이다. 설사 법원의 판단처럼 소리바다 서비스 중에 일부 위법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파일교환 서비스 전체를 금지시켜서는 안된다. 이것은 일부의 재산권 침해가 있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것으로, 과잉금지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소리바다와 같은 P2P 온라인 파일교환 서비스는 멀리 떨어져 있는 수많은 개인과 개인간에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해 주고, 누구라도 창작자가 되어 손쉽게 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전 세계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우리의 문화생산과 문화소비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준 소중한 자산이다. 법원의 결정은 소리바다 서비스에서 저작권 침해의 가능성만을 볼 뿐, 소리바다 서비스를 통하여 새로운 문화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법원이 지나치게 문화자본의 이해에 편향되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애도 1심에서 내려진 냅스터에 대한 서비스 중단결정이 항소심에서 부당한 것으로 파기된바 있다.
소리바다에 대한 법적 판단은 단지 소리바다라는 프로그램, 혹은 사이트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인터넷을 통하여 유통되는 모든 디지털 저작물에 대한 규제적 틀로서 작용할 것이다. 그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문에서 그만한 고민과 신중함을 찾아보기 힘들어 무척 우려스럽다.

우리는 합당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리바다의 서비스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향후에 법원의 보다 신중하고,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하며, 소수 문화기업의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창작자와 이용자가 함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논의와 실험이 이루어지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2년 7월 12일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200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