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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사이버스페이스와 불온통신규제 (황성기)

By 2002/05/16 2월 27th, 2020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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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헌법학연구](한국헌법학회) 제6권 제3호(2000.11.)
* 각주는 첨부된 한글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이버스페이스와 불온통신규제

황성기(법학박사)

Ⅰ. 문제의 제기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그에 따른 인터넷, PC통신 등 뉴미디어들의 등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각의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적인 관점에서도 그에 대한 분석과 이론정립이 매우 절실한 다차원적인 문제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인터넷과 PC통신에 의해 형성되는 사이버공간에서는 그것이 갖는 ‘자유와 해방’이라는 상징적 의미 이외에도, 지적 재산권의 침해행위, 포르노그라피의 유통, 명예훼손행위, 프라이버시 침해행위 등 반사회적 권리침해적 행위가 문제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인터넷은 기존의 주권관념의 해체와 새로운 규범정립의 가능성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쌍방향매체인 인터넷과 PC통신의 등장은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자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새로운 현상들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순기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역기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법이라는 것이 사회변동의 반영물이자, 또한 사회변동을 주도하는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사회변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대한 해악은 저지시켜야 하는 법의 역할이 이와 같은 새로운 현상들에서도 발견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법과 법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법학의 임무가 바로 법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법의 역할에 대한 이론정립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새로운 현상에 있어서 법학의 필요성은 또한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 글은 요즘 사회적으로나 법학적으로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인터넷 및 PC통신상에서의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서 인터넷 및 PC통신상의 내용규제에 관한 대표적인 법률로서는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들 수 있다. 첫째, 전기통신기본법에는 ‘허위의 통신’을 처벌하고 있는 제47조 제1항 및 제2항{{* 이 글은 2000년 5월 27일 한국헌법학회 제12회 헌법학술발표회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기본권]에서 발표한 것을 약간 수정 보완한 것이다.

)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벌칙): "① 公益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公然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公然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그리고 ‘음란한 통신’을 처벌하고 있는 제48조의 2{{)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음란한 부호 문언 음향 또는 영상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은 현재 사이버공간에서의 포르노그라피규제의 대표적인 준거로서 이용되고 있다. 예컨대 서울지법 형사8단독 채규성 판사는 인터넷에 누드모델 이승희씨의 누드사진을 게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모씨(32)에게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죄를 적용, 1998년 9월 29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였다(서울지법 1998.9.29.선고 [98고단206]).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씨가 인터넷에 게재한 이승희의 누드사진은 체모까지 드러나는 등 음란성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컴퓨터 영상에 대해서는 음란한 문서, 도서, 필름 등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고, 대신 음향이나 영상물까지 포함해 처벌토록 한 전기통신기본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1997년 말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승희의 누드사진 3장을 올린 노씨를 기소하면서 형법상 음화전시 혐의와 함께 예비적 청구로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었다. 이 판결은 인터넷상의 포르노그라피에 대해서 형법상의 음란물관련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의미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판결이 인터넷상에 게재된 누드사진을 ‘컴퓨터영상’으로 파악하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를 적용하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사설게시판(BBS)를 통하여 음란한 영상화면을 수록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을 컴퓨터통신망을 통하여 전송하는 방법으로 판매한 행위에 대해서도 형법 제243조의 적용을 거부하고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의 적용가능성을 인정하였다. " 형법 제243조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으로서 피고인들이 판매하였다는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은 위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원심이 형법 제243조의 규정을 적용하여 유죄의 판결을 한 데에는 위 형법 제243조의 음화판매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大判 1999.2.24.[98도3140]). 이 대법원판결에 대한 평석으로는 황승흠, "사이버공간에 대한 형법 제243조의 적용 여부-대법원 1999.2.24.선고 98도3140판결의 평석-", [인권과 정의] 1999년 12월호, 47-58면 참조. 그리고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의 해석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황승흠, "사이버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법적 통제의 문제점-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전기통신역무이용음란죄]를 중심으로-", [정보와 법연구] 창간호, 국민대학교 정보와 법 연구소, 길안사(1999), 127-168면 참조.
}}가 있으며, 둘째, 전기통신사업법에는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제53조 및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제53조의 2가 있다. 전기통신기본법상의 규제시스템이 직접적인 형사적 처벌인데 비하여, 전기통신사업법상의 규제시스템은 행정적 규제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라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그런데 후자인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은 헌법 제21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검열금지의 원칙 및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과 관련하여 현재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 및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과 관련하여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의 위헌성 여부의 문제를 다룬 다음, 아울러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에 대한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불온통신규제의 내용

1. 불온통신의 개념
‘불온통신’이라 함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의미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그리고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다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바,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는 구체적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의 불온통신을 규정하고 있다. 즉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 바로 그것이다.

2. 불온통신규제의 구조
전기통신사업법이 예정하고 있는 불온통신규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의 연혁은 196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1년 12월 30일 전파의 관리를 위한 [전파관리법]이 법률 제924호로 공포되는 것과 동시에 [전기통신법]도 동일자에 법률 제923호로 공포되었는 바, 이로 인해 전기통신에 대한 법적 규제의 기본적인 골격이 갖추어지기 시작하였고,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통신에 대한 ‘국가의 직접운영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당시 전기통신법 제6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었다. 즉 "제6조[불온통신의 단속]: 체신관서 또는 전화관서는 公安을 妨害하거나 美風良俗을 해하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公衆電氣通信은 이의 접수를 하지 아니하거나 전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할 수 있다". 그리고 1981년 4월 7일에 공포된 전기통신법중개정법률(법률 제3421호)은 韓國電氣通信公社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체신부장관이 관리운영하던 공중전기통신사업의 경영을 1982년부터 동 공사가 담당하도록 하면서 통신에 대한 ‘한국전기통신공사의 독점시대’를 열었는 바, 이와 동시에 제6조[불온통신의 단속] 중에서 "공안을 방해하거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부분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으로 개정하였다. 한편 오늘날의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는 1983년부터 등장한다. 즉 1983년 12월 30일 기존의 전기통신법이 [전기통신기본법](법률 제3685호)과 [공중전기통신사업법](법률 제3686호)으로 분리되었는 바, 이 당시 공중전기통신사업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었다. 즉 "제80조[불온통신의 단속]: ① 공중통신이용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체신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공중통신의 취급을 公社로 하여금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와 같이 여기에 위반한 韓國電氣通信公社에 대한 제재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그동안 독점체제로 운영되어 왔던 전기통신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하여 1991년 8월 10일 전기통신기본법이 법률 제4393호로 전면개정되고, 동시에 공중전기통신사업법도 동일자에 법률 제4394호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전면개정되면서 전기통신산업에 ‘경쟁도입의 시대’가 도래하였는 바, 이 당시 전기통신사업법은 불온통신에 대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대상을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 전기통신사업자로 확대하면서, 이러한 명령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한 벌칙규정도 두게 되었다. 그리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제도는 1995년 1월 5일 전기통신사업법중개정법률(법률 제4903호)에 의해 제53조의 2로 추가되었던 것이다.
}}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즉 불온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이용자에 대한 불온통신의 일반적 금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용자가 불온통신을 하였다고 해서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불온통신의 일반적 금지를 선언한 규정으로 파악해야 한다.

(1) 정보통신부장관에 의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3항은 "정보통신부장관은 불온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전기통신사업법 제71조 제7호). 이외에도 전기통신사업법은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고(제65조 제1항 제1호), 이러한 시정명령을 정당한 사유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때와 정부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사업의 폐지나 1년 이하의 사업정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제28조 제2항). 한편 이러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와 관련하여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이다.
첫째,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발동주체는 공행정기관인 ‘정보통신부장관’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이 검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적 규제의 직접적인 주체는 바로 공행정기관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행정청의 처분에 의한 직접적인 내용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내용적 규제는 ‘방송매체’의 경우에 볼 수 있다.{{) 즉 통합방송법은 이전과는 달리 사후심의를 원칙으로 하되, ‘방송광고’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사전심의를 인정하고 있으며, 방송프로그램의 등급분류와 기준설정도 방송위원회의 권한으로 하고 있다(방송법 제32조, 제33조). 그러면서도 단순히 등급분류를 위한 심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에 위반한 경우 직접적으로 ① 시청자에 대한 사과, ②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정정 중지, ③ 방송편성책임자 또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방송법 제100조 제1항). 더 나아가서 방송위원회의 이러한 제재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방송법 제106조 제2항 제2호). 특히 통합방송법상의 방송위원회가 방송정책 방송행정 방송규제에 관한 총괄적인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법상의 방송내용규제시스템은 불온통신에 대한 전기통신부장관의 규제시스템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 바로 여기서 우리는 전기통신에 있어서의 내용규제시스템인 불온통신규제가 왜 방송매체의 경우와 유사한가?, 그러면 통신과 방송은 동일한 유형의 매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왜 인쇄매체의 경우에는 이러한 유형의 규제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러면 전기통신이 여타의 매체와 비교해 볼 때 갖는 매체적 특성이란 무엇인가? 등 여러 가지 의문들에 봉착하게 된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선 우리는 ‘통신’이라는 개념이 갖는 특수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즉 ‘고립된 존재’로서의 개인의 사적 영역을 의미하기보다는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사적인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통신’은, 住居나 그 밖의 사생활의 영역과 비교해 볼 때, 국가에 의한 침해의 가능성이 매우 큰 영역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개인과 개인간의 사적인 의사소통은 面 對 面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공간적인 거리로 인해 우편이나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것이 또한 대부분인데, 이러한 우편이나 전기통신의 운영은 전통적으로 국가독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편사업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독점산업으로 남아 있다. 즉 우편법은 "우편사업은 국가가 경영하며 정보통신부장관이 이를 관장한다"고 선언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1문). 그리고 전기통신분야도 현재는 민간이 주도하는 경쟁시장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파의 관리를 위한 [전파관리법]이 제정되는 것과 동시에 [전기통신법]이 제정됨으로써 전기통신에 대한 법적 규제의 기본적인 골격이 갖추어지기 시작한 1961년 12월부터 한국전기통신공사의 독점시대가 시작된 1982년까지는 국가에 의한 직접운영시대였다. 그리고 전기통신분야가 현재 민간이 주도하는 경쟁시장체제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그 내용적 측면에 있어서는 여전히 국가에 의한 과도한 개입을 인정하고 있다. 그 예가 바로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제도라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 ‘통신’의 영역은 국가에 의한 침해의 가능성이 여타의 사적 영역보다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이상과 같은 점들을 염두에 둘 때,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과 그 불이행시에 부과되는 형사적 처벌을 그 내용으로 하는 현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ⅰ) ‘통신사업에 대한 국가독점’이라는 관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ⅱ) ‘통신’의 매체적 특성에 대한 관념의 부재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 후자에 대해서는 다시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둘째,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객체는 전기통신의 이용자가 아닌 전기통신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자’라는 점이다. 여기서 ‘전기통신사업자’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허가를 받거나 등록 또는 신고를 하고 電氣通信役務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2조 제1항 제1호). 그리고 이러한 전기통신사업자에는 基幹通信事業者, 別定通信事業者, 附加通信事業者가 포함된다. 특히 인터넷이나 PC통신상에서의 불온통신과 관련된 사업자는 이 중에서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예컨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넷츠고 등의 PC통신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가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한편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객체가 전기통신의 이용자(일반적인 이용자)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라는 점은, ① 전기통신의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가 국가기관의 직접적인 행위가 아닌 전기통신사업자를 통한 간접적인 행위에 의해 침해당한다는 점, ② 그 결과 전기통신의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권리침해행위에 대한 구제수단이 행정쟁송이 아닌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민사상의 구제(예컨대 손해배상청구)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셋째, 정보통신부장관이 발하는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내용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거부명령’의 내용으로 상정될 수 있는 것으로는 사전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일정한 이용자와의 계약을 거부하도록 하는 명령(계약거부명령)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사후적으로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미 성립되어 있는 일정한 이용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도록 하는 명령(계약해지명령)을 들 수 있다. ‘정지명령’의 내용으로는 이미 전기통신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의 ID에 대해 일정 기간동안 그 이용을 정지시키도록 하는 명령(ID정지명령)을 상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한명령’의 내용으로는 일정한 게시물에 대한 삭제명령(삭제명령)이라든지 아니면 일정한 이용자에게 게시물에 대한 읽기권한은 부여하지만 쓰기권한은 제한하는 명령(쓰기제한명령)도 상정할 수 있다.
한편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가 도입된 이래 1999. 8. 31.까지 실제로 불온통신으로 단속되어 거부 정지 제한명령이 내려진 경우를 통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 통계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정보통신부의 담당 사무관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임을 밝혀 둔다.
}}

<표 1> PC통신
{{{{사유
}}{{조치회수
}}{{조치내용
}}{{위법판단기관
}}{{게시물삭제
}}{{ID정지
}}{{국가보안법 위반
}}{{12
}}{{23
}}{{20
}}{{경찰청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4
}}{{127
}}{{57
}}{{경찰청
}}{{기타
}}{{1
}}{{53
}}{{1
}}{{경찰청
}}{{계
}}{{17
}}{{203
}}{{78
}}{{
}}
}}

<표 2> 인터넷
{{{{사유
}}{{조치회수
}}{{차단건수
}}{{위법판단기관
}}{{국가보안법 위반
}}{{8
}}{{13
}}{{대검찰청
}}
}}

(2)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과 함께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제도이다. 즉 불온통신을 억제하고 건전한 정보문화를 확립하기 위하여 설치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불온통신의 근절 및 건전정보의 유통활성화를 위하여 다음 각호의 업무를 행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 제4항). 즉 "1. 정보통신윤리에 대한 기본강령의 제시, 2.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3. 전기통신회선을 이용하여 유통되는 정보의 건전화를 위한 대책수립의 건의, 4. 불건전 정보통신 신고센터의 운영, 5. 건전한 정보문화 창달을 위하여 필요한 활동, 6. 기타 전기통신을 이용한 불건전 정보유통의 단속과 관련하여 정보통신부장관이 위임하는 사항"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업무 중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주된 업무일 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적 규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와 관련하여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심의대상이 되는 정보는 ‘공개성’을 그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즉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만이 심의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 제4항 제2호는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라고 하여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만, 여기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심의대상이 되는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정보"를 의미하기 때문에(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3), 실질적으로는 私人이 제공하는 정보는 거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공개성을 그 전제로 하기 때문에, 법해석상 공개성이 전제되지 않는 개인간의 사적인 교환이나 전달의 대상이 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국가기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출발점 및 한계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정보의 ‘공개성’이 국가기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출발점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또한 한계점으로서 기능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공개성이 부정되는 한 그 내용에 관계없이 국가는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통신이라고 하더라도 ‘공개성’이 인정되는 한 국가는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는 원칙적으로 ‘사후심의’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는 사전검열의 위험성이 높은 ‘사전심의’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고, 또한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원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사전심의기능도 수행하였다. 사실 지금까지 정보제공업자(IP)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나 PC통신사업자와의 정보계약조건에 따라 실제적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아 왔던 것이다. 즉 사업자들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정보제공업자에게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정보제공업자로 하여금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심의를 받도록 요구하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심의기능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수행해 왔던 기능이고, 또한 정보제공업자와 ISP 등간의 계약으로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조건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예전의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와 같은 사전심의기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 결국 이러한 점에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검열기관으로서의 성격을 탈피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는 헌법상의 이념인 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 점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있는 논증이 필요하므로, 뒤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셋째, 비록 원칙적으로 사후심의의 기능만을 수행한다고 하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시정요구’권한을 보유 행사함으로써, 사실상 강력한 내용규제기관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정보심의결과 불온통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 "1. 이용자에 대한 경고, 2. 해당 정보의 삭제, 3. 불온통신을 행한 자에 대한 이용정지 및 이용해지"를 요구할 수 있고, 시정요구를 받은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조치결과를 동 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하며, 전기통신사업자가 시정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동 위원회는 정보통신부장관에게 불온통신에 대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건의할 수 있다(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4).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시정요구 → 불응 → 정보통신부장관에 대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건의 → 불이행 → 형사적 처벌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전제로 할 때, 과연 전기통신사업자가 처음부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시정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규제기능이 단지 사후심의라는 이유만으로 그 정당성이 간단하게 인정될 수만은 없어 보인다.
한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내용심의 및 시정요구제도가 1995. 1. 5.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통해서 도입된 이래 1999. 12. 31.까지 실제로 불온통신으로 규정되어 시정요구가 내려진 경우를 통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표 3>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정보심의 및 시정요구의 연도별 통계{{) 이 통계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홈페이지인 http://www.icec.or.kr/에서 수집하여 연도별 총계만 발췌하여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보다 세부적인 내용은 위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참고하기 바란다.
}}
{{{{연도
}}{{심의건수
}}{{불건전
정보
}}{{시정요구
}}{{세부내용삭제
}}{{관계기관통보
}}{{계
}}{{내용삭제
}}{{경고
}}{{이용정지
}}{{이용해지
}}{{1995
}}{{2,032
}}{{598
}}{{598
(100.0)
}}{{7(1.2)
}}{{372(62.2)
}}{{219(36.6)
}}{{0(0.0)
}}{{233
}}{{0
}}{{1996
}}{{5,655
}}{{2,137
}}{{2,137
(100.0)
}}{{21(1.0)
}}{{1,612(75.4)
}}{{504(23.6)
}}{{0(0.0)
}}{{630
}}{{0
}}{{1997
}}{{14,013
}}{{8,228
}}{{6,343
(100.0)
}}{{1,101(17.4)
}}{{4,013(63.3)
}}{{1,211(19.1)
}}{{18(0.3)
}}{{4,183
}}{{1,885
}}{{1998
}}{{17,107
}}{{12,718
}}{{12,681
(100.0)
}}{{4,139(32.6)
}}{{5,540(43.7)
}}{{2,892(22.8)
}}{{110(0.9)
}}{{12,616
}}{{83
}}{{1999
}}{{29,607
}}{{19,745
}}{{19,726
(100.0)
}}{{3,565(18.1)
}}{{11,313(57.4)
}}{{4,755(24.1)
}}{{93(0.5)
}}{{38,672
}}{{44
}}
}}

위의 도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불건전정보’라는 개념은 사실상 법적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전기통신사업법과 그 시행령 등에서는 ‘불건전정보’라는 개념대신에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규정이나 심의세칙에서도 ‘불건전정보’에 관한 개념정의규정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온통신을 통신망을 통한 불건전정보라고 파악할 때는, 불온통신은 통신망이라고 하는 매개수단 내지 표현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불건전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로 파악하는 한, 불온통신은 그 개념 자체가 ‘수단성’과 ‘내용성’ 모두를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불온통신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가 통신의 ‘행위성’이라는 속성도 내포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온통신에 대한 일반적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불온통신이라는 개념과 불건전정보라는 개념이 서로 차원이 다른 개념이라고 할지라도, ‘불온’이라는 개념이나 ‘불건전’이라는 개념의 속성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불온통신이 통신망을 통한 불건전정보라고 파악한다면, 위의 도표에서 나오는 불건전정보라는 개념은 불온통신과 어느 정도 포섭범위에 있어서는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세부내용삭제’란 게시물 중의 단어나 문장 또는 단락만을 그리고 사진이나 그림파일을 제공하는 경우 불건전정보에 해당하는 해당 파일만을 삭제하는 것을 말하고, 게시물 전체를 삭제한다든지 정보제공업자가 제공하는 모든 파일들을 삭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위 통계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이러한 세부내용삭제는 시정요구의 내용 중 내용삭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건수에 있어서는 정보제공업자에 대한 1회의 내용삭제요구에는 여러 개의 세부내용삭제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셋째, ‘관계기관통보’에서 ‘관계기관’에는 수사기관인 검찰이나 경찰 등과 선거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포함된다. 특히 선거법위반의 우려가 있는 정보나 통신의 경우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그러한 정보나 통신을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여타의 연도보다 1997년의 경우가 불건전정보의 건수와 시정요구건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부정선거와 관련된 정보나 통신에 대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시정요구를 한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를 하였기 때문이다.
넷째, 위의 통계에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온통신으로 간주할 수 있는 행위나 정보유형들은 매우 광범위하게 제시되고 있다. 예컨대 음란물(문자/부호, 사진/그림, 동영상), 음란게임, 음란대화, 음란물판매광고, 음란정보소재안내, 음란국제전화, 음란국내폰팅, 불건전만남유도, 불건전대화, 판매금지성인물품광고, 퇴폐행위자극, 매춘, 폭력물, 폭력게임, 언어폭력, 혐오감(신체절단 등), 사생활침해, 불법복제물게시, 불법복제물판매광고, 크랙파일게시, 타인비방, 명예훼손, 지역감정조장, 허위과장광고, 사행심조장/통신피라미드, 도박게임, 경품제공, 행운의 편지, 정크/스팸메일, 대화방해, ID도용, 바이러스유포, 통신사기, 통신이용불편, 정보내용임의변경, 저작권침해, 허위사실, 유언비어, 선거부정, 국가이념과 존엄성훼손, 헌정질서 부정/비방, 국가원수모독, 좌익사상선동, 모방범죄유발, 범죄행위 미화/묘사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이상과 같은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의 분석결과 우리는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제도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심의제도는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Ⅲ.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한계

1. 표현매체로서의 통신 – 불온통신과 표현의 자유
일반적으로 ‘미디어(media)’라고 보통 일컬어지는 표현매체의 개념은 그것의 제도적, 기술적 발전과정뿐만 아니라 수행하는 기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표현매체의 개념은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價値觀이나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예컨대 McLuhan은 미디어의 개념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간이 고안해 낸 모든 도구나 기술까지도 포함시켜 관념하고 있다. 즉 인간의 신체적 감각적 기능을 확장하는 것은 모두 미디어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미디어개념에 따르면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 뿐만 아니라 차량, 철도, 비행기, 전기, 화폐, 의복 등도 미디어에 포함된다. McLuhan은 이러한 광의의 미디어개념을 전제로 미디어의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분석하면서, "미디어는 메시지이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명제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명제를 근거로 인류문명의 발전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명제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매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 미디어가 담고 있는 내용이나 그 미디어의 사용방법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테크놀로지와 직결되는 미디어 자체가 그 내용인 메시지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자세한 것은 맥루한 著 박정규 譯,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박영률출판사(1997), 25-46면 참조.
}} 한편 표현매체의 개념은 그 개념적 구성요소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념적 구성요소들에 따라 표현매체간의 차이나 차별성이 부각되기도 한다.{{) 미디어의 이러한 개념적 구성요소들로서 Denis McQuail은 매스미디어와 관련하여 ① 미디어와 국가, 사회, 문화와의 관계, ② 미디어의 제작과 보급의 조직적 환경, ③ 미디어내용의 다양한 유형, ④ 수용자들의 이용태도, ⑤ 수용자와 커뮤니케이터와의 관계, ⑥ 사회적 상황속에서 미디어 이용수준 등 여섯 가지를 제시하였다. Denis McQuail은 이러한 개념적 구성요소별로 책, 신문, 영화, 텔레비젼, 라디오 등 각각의 매스미디어간의 차이점들을 분석하고 있다. Denis McQuail 著 오진환 譯,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 나남(1990), 41면-48면. 원저명은 Denis McQuail, Mass Communication Theory, 2nd ed., Sage, 1987임.
}} 오늘날에 있어서는 매체간의 장벽이 철폐되고 매체간에 경쟁이 도입되고 있는 정책적 측면과 매체기술의 융합이라고 하는 기술적 측면이 일으키는 매체환경의 변화로 인해 표현매체개념의 정의문제가 보다 더 중요하게 등장할 수 있다.{{) Patrick M. Garry, Scrambling for Protection: The New Media and the First Amendment,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1996), 41면.
}} 왜냐하면 기존의 매체간 차별적 규제제도(예컨대 인쇄매체와 방송매체의 차별적 규제제도)를 적용하는 한, 매체융합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규제를 받지 않는 매체와 규제를 받는 매체간의 구분은 바로 표현매체개념의 정의문제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매체가 계속적으로 등장함으로써 표현매체개념의 外延이 확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행 헌법상 언론 출판의 자유를 향유하는 ‘언론’이라고 할 때, 이 ‘언론’의 개념을 매스미디어에만 국한해서 학문적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다음의 문장에서 볼 수 있다. 즉 " 과거의 言論이라 함은 주로 新聞만을 의미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오늘날에는 신문은 물론 방송 텔레비전 등 거의 모든 매스콤(mass communication)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언론 출판의 자유는 新聞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는 없을 것이다 ". 許 慶, "言論 出版의 自由", [月刊考試] 1986년 7월호, 66-67면.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매체가 계속 등장하고 있고 그리고 새로운 매체들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표현매체’의 개념을 위와 같이 매스미디어에만 국한해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 하지만 아무리 많은 표현매체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속성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표현’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표현은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 등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고, 인간 상호간의 의사소통의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또한 정보의 저장, 전달 및 교환의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표현’은 ‘의사소통’일 수도 있고, ‘정보의 저장, 전달 및 교환’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內容性’ 때문에 표현매체에 대한 내용적 규제에는 ‘단순히 구두로 이루어지는 표현(speech)’에 대한 내용적 규제에 관한 헌법적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표현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手段性’은 표현매체에 대해서 과학기술적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표현매체가 시장원리하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컨대 주파수의 허가라든지 매체시장에서의 독점방지정책 등의 형식적 규제가 인정되는 것도 바로 표현매체의 이러한 ‘수단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제도적’ 수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수단으로 넓게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법제도화를 통해서 인정된 표현수단만을 표현매체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들에 대해서도 표현매체로서 관념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법제도화는 언제나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과 같은 개념적 구성요소를 가지고 이 글에서는 미디어 즉 ‘표현매체’를 "表現을 위한 制度的 手段 내지 技術的 手段"이라고 파악하고자 한다.{{) 현행 법령 중 표현매체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바로 [청소년보호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동법 제7조는 ‘靑少年有害媒體物’의 전제개념으로서 ‘媒體物’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음반 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상의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 공중위생법상의 電子遊技機具機板, 공연법 및 영화진흥법상의 영화 연극 음악 무용 기타 오락적 관람물,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기통신기본법상의 전기통신을 통한 음성정보 영상정보 및 문자정보, 방송법 및 종합유선방송법상의 방송프로그램(단, 보도프로그램은 제외),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상의 특수일간신문(경제 산업 과학 종교분야는 제외), 일반주간신문(정치 경제분야는 제외), 특수주간신문(경제 산업 과학 시사 종교분야는 제외), 잡지(정치 경제 산업 과학 시사 종교분야는 제외) 등, 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기간행물 외의 간행물 중 만화 사진첩 화보류 소설 등의 도서류, 전자출판물 등, 옥외광고물등관리법상의 간판 입간판 벽보 전단 등의 광고선전물 등이 ‘매체물’의 범위에 포함된다.
}} 이러한 개념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한, 표현매체에는 우선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인 신문, 잡지, 방송, 영화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우편 전신 전화와 같은 통신매체도 ‘표현매체’에 포함된다. 왜냐하면 통신매체도 그것을 이용하여 발신자나 송신자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메시지나 내용 혹은 정보를 작성하거나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신의 비밀보호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현행 헌법 제18조상의 ‘통신의 자유’라는 기본권 때문에, 우편 전신 전화와 같은 통신매체에 대해서는 헌법 제18조의 보호만 인정되는 것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통신매체는 기본적으로 표현매체로 파악되어야 하며, 따라서 1대1의 관계에 근거한 전통적인 통신개념에는 ‘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비밀보호’라고 하는 두 가지 법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예컨대 일본헌법 제21조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동일한 조항에서 통신의 비밀침해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라고 할 것이다. 坂部 望, "融合化における法的諸問題-ネットワ-ク利用における信賴性の確保に向けて-", 菅谷 實 淸原慶子, [通信 放送の融合 -その理念と制度變容-], 日本評論社(1997), 275면.
}} 또한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모든 뉴미디어들도 위와 같은 개념적 특성들을 띠는 한, 표현매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이라든지 PC통신도 이러한 표현매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인터넷이나 PC통신이 표현매체에 포함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현재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는 결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나 PC통신이라는 표현매체를 통한 통신행위는 표현행위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고, 따라서 통신행위에 대한 제한은 표현행위에 대한 제한으로서 결국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온통신에 대한 규제는 일응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한 표현의 자유의 제한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현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이 과연 헌법적 한계를 존중한 것인지 혹은 위헌적인 규제인지는 별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바로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2. 분석방법으로서의 ‘매체규제의 二元化’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한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표현매체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 ‘形式的 規制’와 ‘內容的 規制’의 구분이라고 하는 이원적 분석방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규제의 분류는 규제방법에 따른 분류로서, 그 규제가 매체의 소유, 운영, 매체시장 등에 관한 것이냐 아니면 매체가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나 정보의 내용 등에 관한 것이냐의 규제대상에 따른 분류를 의미하기도 한다.
첫째, 표현매체에 대한 ‘형식적 규제’는 매체의 소유 및 운영, 매체시장내의 질서, 타매체나 서비스와의 관계를 규제하는 구조적 규제(structural regulation)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좁게는 ① 언론기관 내에 있어서의 소유집중의 문제, ② 언론기관 특히 방송의 운영과 관련된 인허가 및 재허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넓게는 ③ 매체시장 내에서 독점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의 문제, ④ 전체적인 매체시장과 관련하여 타매체나 서비스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형식적 규제의 각종 영역과 방식은 다시 언론법에 의한 규제와 경쟁법에 의한 규제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 특히 경쟁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형식적 규제는 매체시장 내에서의 독점방지라는 문제와 전체적인 매체시장과 관련하여 타매체나 서비스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그 대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법이 미디어규제의 측면에서 가지는 특별한 의의는, 그것이 헌법상의 가치인 다원주의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있다. Eric Barendt, Broadcasting Law: A Comparative Study, Clarendon Press(1993), 121-123면.
}}
둘째, 표현매체에 대한 ‘내용적 규제’는 매체가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나 정보의 내용에 관한 내용규제(content regulation)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방송에 있어서 방송내용과 편성에 관한 규제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불온통신규제도 전형적으로 내용적 규제에 해당한다.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한계를 분석하기 위해서 형식적 규제와 내용적 규제의 구분이라는 이원적 접근방법이 필요한 이유는, 형식적 규제와 내용적 규제는 각각 그 목적과 내용, 방법 그리고 그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심사의 기준이 다르므로, 위와 같은 표현매체규제의 이원화는 표현매체 규제제도의 분석에 있어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용적 규제를 의미하는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한계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현행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열금지의 원칙과의 관련성이다. 즉 현행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 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한계로서 특히 언론 출판에 대한 검열금지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검열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현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이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되지는 않는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됨은 물론이다.
둘째,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과의 관련성이다. 즉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이 헌법상 금지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여지는 없는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결국 불온통신 규제시스템의 합헌성 여부를 심사할 때 적용되어야 할 심사기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위의 검열금지의 원칙과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

3. 검열금지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

(1) 검열의 의미와 심사기준에 관한 기존의 이론
현행 헌법은 제21조 제2항에서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 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명문으로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와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검열은, 검열을 수행하는 주체에 따라 국가(정부)에 의한 검열과 사적 검열로 구분할 수 있고, 검열이 수행되는 시간적 관련성에 따라 사전검열과 사후검열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 주체와 시간적 관련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따라 검열의 종류가 다음의 도표와 같이 네 가지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4> 검열의 종류
{{{{ 주체
시간
}}{{國家
}}{{私人
}}{{事前
}}{{국가에 의한 사전검열(A)
}}{{사인에 의한 사전검열(C)
}}{{事後
}}{{국가에 의한 사후검열(B)
}}{{사인에 의한 사후검열(D)
}}
}}

그런데 헌법 제21조 제2항의 ‘검열’을 "사상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국가기관이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일정한 사상이나 의견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하는 제도"라고 파악하는 학계의 통설적 견해{{) 권영성, [[보정판] 헌법학원론], 법문사(2000), 480면.
}}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라고 파악하는 헌법재판소의 견해{{) 憲裁決 1996.10.4.[93헌가13 91헌바10(병합)], 헌판집 제8권 2집, 222면. 同旨 憲裁決 1996.10.31.[94헌가6], 헌판집 제8권 2집, 402면; 憲裁決 1997.3.27.[97헌가1], 헌판집 제9권 1집, 271면; 憲裁決 1998.2.27.[96헌바2], 헌판집 제10권 1집, 126면.
}}에 따른다면, 현행 헌법 제21조 제2항이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는 ‘검열’의 일반적 의미는, 그 주체에 있어서는 ‘국가(정부)에 의한 검열’에 국한되고 그리고 시간적 관련성에 있어서는 ‘사전검열’에 국한되게 된다. 즉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에 의한 사전검열(A)’만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설적 견해와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제한이 갖는 시간적 관련성에 따라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으로 구분하고, 사전제한은 다시 ‘사전검열’과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 사전제한’으로 구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사전검열은 헌법 제21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절대적인 금지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 사전제한은 엄격심사 그리고 사후제한은 엄격심사보다는 약한 심사를 적용하는 3단계구조를 전제하고 있다.{{) 헌법교과서들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론에 있어서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3단계구조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영화법과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에 관한 1996년도의 판결들에서 ‘검열이 아닌 사전심사’와 ‘사후심사’의 허용 여부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면서도, 이 양자에 대한 심사기준의 구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이인호 교수는 검열과 사전제한을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곤란한 일이므로 이러한 3단계구조에 대해서 반대하면서, 본질상 상호 동일한 개념인 검열과 사전제한을 개념적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단일 개념으로 파악하고 그 허용 여부는 엄격심사를 적용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이인호, "표현의 자유와 검열금지의 원칙-헌법 제21조 제2항의 새로운 해석론-", [법과 사회] 제15호(1997), 261면. 따라서 이인호 교수의 견해는 검열과 사전제한의 구분은 반대하지만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의 구분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사전제한의 경우에는 엄격심사가 사후제한의 경우에는 그보다 약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이인호 교수의 견해는 ‘2단계구조이론’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

(2) 검열의 의미와 심사기준에 관한 새로운 해석
위에서 언급한 통설적 견해와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과연 타당한 것인가? 기본적으로 이 글은 이러한 통설적 견해와 헌법재판소의 태도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러한 의문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1) 사상의 자유시장론
첫 번째 출발점은 검열금지의 원칙이 바탕하고 있는 헌법철학적 이념에 대한 천착이다. 즉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문제 특히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문제는 표현의 자유의 헌법철학적 헌법이념적 기초로서 기능하고 있는 ‘사상의 자유시장론’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시장론에서 또한 문제해결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상의 자유시장론은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여러 가지 가치들의 공통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미국의 법철학자 Thomas I. Emerson은, 미국헌법 수정 제1조와 관련하여 민주사회에서 보장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시스템이 추구하는 價値 내지 수행하는 機能을 분류한 바 있다. 즉 그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는 첫째, 개인의 자아실현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필요하고, 둘째, 지식을 증진하고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며, 셋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필요하며, 넷째,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고 따라서 보다 안정된 공동체사회를 건설하고, 건전한 분열과 합의간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였다. Thomas I. Emerson, The System of Freedom of Expression, The Random House(1970), 6-8면. 그런데 Emerson이 제시한 표현의 자유의 제 가치들은 다양성의 확보라는 공통된 목표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Dom Caristi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價値들의 공통되는 價値로서 "量的인 의미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의 增加"를 언급하고 있다. Dom Caristi, Expanding Free Expression in the Marketplace: Broadcasting and the Public Forum, Quorum Books(1992), 1-4면. 즉 量的으로 보다 많은 표현이 좋은 것이고, 따라서 보다 많은 표현의 기회가 확대되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표현기회의 확대는 표현의 다양성(diversity)과는 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왜냐하면 표현의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표현의 內容(content)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價値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있어서 예컨대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광고나 정치적 발언 등은 헌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모순을 결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내용적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형식적이고도 외형적인 그리고 量的인 의미에서의 표현기회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다. 量的이고도 형식적인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이든 아니면 질적이고도 내용적인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이든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상의 자유시장’은 하나의 이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사상의 자유시장론에 대해서 제기되는 가장 강력한 비판이 바로 市場失敗(market failure)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市場이 아무리 완벽하게 기능을 한다고 하더라도, 市場失敗 이전에 市場 자체가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증진이라는 가치에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 즉 Fiss에 따르면, 市場은 언론매체가 공익적 관점에서 중요성을 가지는 사안들을 제시하는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제약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시장에서의 이익은 결국 언론매체를 소유하거나 구매할 자본이 있는 사람들, 광고주와 같이 광고예산을 통제하는 사람들, 광고에 반응하여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과 같이 일정한 계층을 대상으로만 하는 프로그램, 잡지, 신문 등을 제작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되는 것은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to be a consumer, even a sovereign one, is not to be a citizen)"고 한다. 둘째, 시장은 편집과 프로그램에 대한 결정이 유권자의 민주적 요구들과는 무관한 오히려 수익성이나 배분적 효율성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점이다. Fiss에 따르면, 민주주의와 공적 논의(public debate)에 대해 시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제약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민주주의의 본질적 조건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보상적 권력(countervailing power)으로서 국가의 행위 내지 개입은 필요하고 정당화된다고 한다. 즉 국가의 목적은 시장을 대체하는(supplant) 것이 아니고, 시장을 완성시키는(perfect) 것도 아니며, 시장을 보완하는(supplement)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국가는 시장에 대한 교정책으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Owen M. Fiss, "Why the State?", 100 Harvard Law Review 781(1987), 787-790면 참조.
}} 결국 사상의 자유시장이 이와 같은 시장실패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한,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는 표현매체에 대해서 ‘규제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에 의한 표현매체규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즉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는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Notes, "The Message in the Medium: The First Amendment on the Information Superhighway", 107 Harvard Law Review 1062, 1076(1994).
}}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사상의 자유시장’으로 표현되는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는 국가에 의한 규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또한 한계요소로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다양성의 확보’라는 정책목표 그 자체에 의해 제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부의 개입은 ‘다양성의 확보’에만 국한해야지, ‘다양성의 확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러한 ‘다양성’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한계점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시장실패가 경제적 시장에서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한다면, 내용적 규제가 아닌 간접적인 형식적 규제를 통해서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기초가 되고 있는 헌법이념에 보다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사상의 자유시장’으로 표현되는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가 국가에 의한 규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또한 한계요소로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다양성의 확보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뿐만 아니라, ‘유지’에 의해서도 달성되어야 한다. 즉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 그 자체를 봉쇄하는 사전검열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시장의 유지를 방해하는 사후검열 내지 사후제한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추구에 있어서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뿐만 아니라 ‘유지’에 의해서도 달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으로 구분하여 사전제한에 대해서는 엄격심사를 그리고 사후제한에 대해서는 약한 정도의 심사를 적용하는 기존의 3단계이론이나 2단계이론은 사상의 자유시장의 ‘유지’를 방해하는 사후검열 내지 사후제한이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를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2) 매체특성론
두 번째 출발점은 매체특성론적 관점에서의 문제제기이다. 이러한 매체특성론적 관점에서의 문제제기는 사상의 자유시장론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사상의 자유시장론을 매체특성론적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매체특성론적 관점’이란 정보의 흐름과 통제에 있어서 그 특성이 서로 다른 매체에 따라 표현매체의 규제에 관한 법적 원리가 달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서, 매체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접근방법을 말한다. 즉 표현의 자유나 표현매체에 관한 법적 원리나 헌법상의 원리를 해석함에 있어서 매체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이러한 매체의 특성에 따라서 기존의 원리들을 재구성해야 하며 또한 표현매체규제에 관한 정책과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론은 "전자디지털기술에 의한 새로운 표현영역의 출현으로 표현의 자유론에 대한 논의는 기술적 기능적 문제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는 인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류시조, "가상공간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 [헌법학연구] 제5집 제1호, 한국헌법학회(1999.5.), 219면.
}} 그런데 사상의 자유시장론을 매체특성론적 관점에서 파악할 경우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시장실패’의 가능성이 표현매체의 구조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표현매체의 소유 및 통제 그리고 표현매체에 대한 접근의 정도는 정보의 흐름에 있어서 표현매체의 구조적 특성으로 나타나고, 이것은 또한 사상의 자유시장의 실질적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경로에 대해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진정한 사상의 자유시장이 존재한다"{{) 이 문장은 미국연방대법원이 신문에 대해 반론권을 부정한 Tornillo판결에서 사용한 것이다. Miami Herald Publishing Co. v. Tornillo, 418 U.S. 241(1974).
}}고 한다면, 話者의 접근이 용이한 커뮤니케이션 경로 내지 매체일수록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이 없더라도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매체의 경우에는, 정부개입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상과 같은 논의에 따르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시장실패의 가능성과 표현매체의 구조적 특성 그리고 표현매체에 대한 규제라는 세 가지 요소는 서로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를 따른다면, 결국 인터넷과 PC통신이라는 매체에 의해 형성되는 사이버공간은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지배하던 사상의 자유시장과 비교해 볼 때,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사이버공간이 갖는 특성이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지배하던 사상의 자유시장과 비교해 볼 때,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다양성의 확보라는 가치에 보다 더 근접하고 있다면, 사이버공간에 대한 제한이 사후제한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제한의 합헌성심사에 있어서는 엄격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이버공간의 매체적 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지배하던 사상의 자유시장과 사이버공간에 의해 형성되는 사상의 자유시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페이스(interface){{) 마이클 스프링, "가상현실과 종합적 정보전달", 산드라 헬셀 쥬디스 로스 엮음, 노용덕 옮김, [가상현실과 사이버스페이스], 세종대학교 출판부(1994), 26-27면. 원저명은 Sandra K. Helsel & Judith Paris Roth, Virtual Reality: Theory, Practice and Promise, 1991임.
}}로서의 사이버공간을 형성하는 구체적인 하부구조는 바로 PC통신과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표현매체(혹은 언론매체)를 "표현을 위한 제도적 수단 내지 기술적 수단"이라고 파악하는 한, 사이버공간을 형성하는 하부구조로서의 PC통신과 인터넷도 표현매체에 해당함은 물론일 것이다. 왜냐하면 PC통신과 인터넷도 표현 내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주된 수단으로 오늘날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이버공간의 특성은 그 하부구조로서의 표현매체인 PC통신과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형성과 발전과정에서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들간의 연결로 인해 PC통신이 인터넷에 포섭되어 가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사이버공간의 특성은 바로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인터넷이라는 표현매체의 매체적 특성을 통해 파악하고자 한다. 결국 인터넷의 특성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커뮤니케이션방식의 면에 있어서, 기존의 매체는 一對多의 전형적인 일방향의 매스미디어인 반면에, 인터넷은 一對一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多對多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한 ‘쌍방향매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있어서는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 즉 話者와 聽者간의 구분이 명확하였으나, 인터넷의 경우에는 話者와 聽者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보의 생산 및 흐름에 있어서 기존의 매스미디어는 정보통제자(gatekeeper){{) 정보통제자(gatekeeper)의 존재 유무는 표현매체규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표현매체규제의 합헌성심사와 관련하여 심사기준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판결이 바로 1994년 미국연방대법원의 Turner Broadcasting System, Inc. v. FCC(114 S.Ct. 2445[1994])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케이블TV의 경우에 적용되는 심사기준의 선택에 있어서 케이블방송의 기술적 성격으로 인해 케이블소유자나 운영자가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그리고 케이블방송의 이러한 특성을 "병목(bottleneck)" 내지 "정보통제자(gatekeeper)"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가 존재한 반면에, 인터넷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은 ‘탈중앙통제적’이고 ‘개방적’ 매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인터넷의 탈중앙통제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은 ① 기술적으로 모든 메시지들이 유통경로상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중심축이 없다는 점, ② 인터넷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실체가 없이 매우 효율적이고도 무정부적인 자율성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 등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셋째, 정보 및 미디어의 이용자면에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있어서 정보생산자는 소수이자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 반면에, 정보소비자는 수동적인 수용자이지 결코 적극적인 이용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수의 정보생산자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특히 월드 와이드 웹은 하이퍼텍스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 재생산, 분배까지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에서의 수동적인 ‘시청자’는 쌍방향 내지 상호작용매체에서는 보다 능동적인 ‘이용자’가 되는 것이다.{{) " 매스미디어는 작은 규모의 조직이 사용하기에는 쉽지 않고 경제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전자커뮤니케이션은 인쇄매체나 방송보다 더 유연성이 있다.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서 분배될 때, 그 과정은 많은 수용자들을 겨냥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인들이나 소그룹들에도 호의적이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이유는, 전자정보가 생산자에 의해 분배된다기 보다는 이용자에 의해 획득된다는 것이다. 인쇄출판의 목표가 독자들로 하여금 정보를 소유하도록 하는데 반해 전자출판의 목표는 정보원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접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전자출판의 패러다임은 인쇄출판과 다르다 ". M. 이센 카트시 著, 김유정 譯, [디지털시대의 법제이론], 나남출판(1997), 168면.
}} 결국 인터넷의 경우 정보이용에 있어서 ‘이용자의 통제권 내지 통제능력'(User Control)이 확립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매체에 대한 접근의 용이성을 살펴보면, 기존의 매체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하고 싶은 話者들은 매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반면에, 인터넷은 현재 진입을 가로막는 법적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 및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 Volokh는 경제적 관점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전자매체들이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ugene Volokh, "Cheap Speech and What It Will Do", 104 Yale Law Journal 1805(1995) 참조.
}} 따라서 인터넷은 ‘사상의 시장’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easily accessible)’ 매체라는 점이 또한 하나의 특성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정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인터넷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즉 정보의 형식면에서뿐만 아니라 정보의 내용면에서도, 소위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듯이 다양성이 추구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특성을 지니는 사이버공간에서는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을 구분하는 기존의 3단계이론이나 2단계이론은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또한 지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이버공간에서는 그 매체적 특성상 사전제한의 제도화와 그 적용이 사실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적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사전제한을 국가가 제도화하고 그리고 그러한 제도를 사이버공간에 적용하는 것이 무의미하는 한, 기존의 사전제한의 법리를 사이버공간에 적용하는 것도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제한의 경우에는 엄격심사를 그리고 사후제한의 경우에는 약한 정도의 심사를 적용하는 기존의 이론들은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규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3단계이론이나 2단계이론의 도식을 그대로 적용해 버리면, 사전제한이 사실적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규제에 대해서는 언제나 약한 정도의 심사기준이 적용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은 사실상 사이버공간에 대한 내용규제를 무한정 허용할 여지가 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황승흠 박사도 특히 인터넷의 경우 사전에 표현행위를 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표현의 자유의 최대보장이라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게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루어지는 메시지의 삭제나 수정은 특히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삭제나 수정은 사전억제금지의 정신에 따라 비록 형식적 의미에서의 ‘사후’라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일단 표현행위가 이루어진 다음에, 인터넷의 경우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이후(최소한 일주일 정도가 경과한 이후)에 이루어지는 법적 규제는 사후통제의 제한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황승흠, "사이버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법적 통제의 문제점-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 2[전기통신역무이용음란죄]를 중심으로-", [정보와 법연구] 창간호, 국민대학교 정보와 법 연구소, 길안사(1999), 133-134면.
}}

3) 표현억제적 효과
세 번째 출발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갖는 ‘표현억제적 효과’라는 관점에서의 문제제기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론은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제한이 갖는 시간적 관련성에 따라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으로 구분하고, 사전제한은 다시 ‘사전검열’과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 사전제한’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사전검열은 헌법 제21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절대적인 금지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 사전제한은 엄격심사 그리고 사후제한은 엄격심사보다는 약한 심사를 적용하는 3단계구조를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3단계구조이론’은 이론적 명쾌함에 있어서 매우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3단계구조이론의 문제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갖는 실질적인 ‘표현억제적 효과’에 관한 인식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일반적으로 사전제한이 사후제한보다 ‘표현억제적 효과’가 큰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사후제한의 경우에도 사전제한 못지 않게 또는 사전제한보다 더 ‘표현억제적 효과’가 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사전심의’와 이 글에서 문제삼고 있는 ‘정보통신부장관에 의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비교해 보기로 하자. 만약 등급외 전용관제도가 도입된다고 한다면{{) 우리나라에 있어서 영상물등급제도의 채택에도 불구하고 ‘등급보류조치’가 상영가능 내지 상영불가라는 이분법적인 방식의 새로운 장치를 의미하는 한, 현행 영상물등급제도 내에서는 등급외 전용관제도의 도입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있어서 등급외 전용관개설이 허용되지 않고 있고, 따라서 표현의 일정 수위를 넘는 폭력 섹스영화의 배출구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는 점이 현행 영상물등급제도의 한계로서 지적되기 때문이다. 김종원, "영화 검열과 표현의 자유-외국의 사례와 <노랑머리>의 논란", [시민과변호사], 1999년 7월호, 24면.
}}, 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보류조치는 무의미해지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단순히 사전에 등급만 부여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므로, 결국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사전심의는 표현억제적 효과의 면에서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현행 ‘정보통신부장관에 의한 거부 정지 제한명령’은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불온통신의 취급을 거부하도록 하고, 일정한 내용을 삭제하도록 하며, 심지어 이용자의 이용권한을 제한하게 하고 있고, 더 나아가서 이러한 명령에 따르지 않는 전기통신사업자에게는 형벌까지 부과함으로써,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과 유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표현억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점은 단순히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의 구분에 따른 심사기준의 차별화라는 도식이 너무 과도한 단순화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3단계구조이론이나 2단계구조이론에 따른 사고방식은 사후제한이 갖는 ‘표현억제적 효과’를 경시할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4) 검열의 의미와 심사기준에 관한 새로운 해석의 시도
이상과 같이 필자는 ‘사상의 자유시장론’, ‘매체특성론적 관점’ 그리고 ‘표현억제적 효과’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검열의 일반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즉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검열’의 개념정의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뿐만 아니라 유지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행위"를 의미한다.{{) 한편 이인호 교수도 검열금지의 원칙의 이론적 기초인 사상의 자유시장론에 입각할 때, 이 이론의 초점은 어떤 사상이 옳고 그른지를 평가할 수 있는 주체는 사상의 자유시장일 뿐 외부의 어떤 누구도 그것을 평가할 수 없다는 데 있다는 점을 들면서, 검열을 "국민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직접 어떤 표현에 대한 평가의 기회를 가지기도 전에 정부 또는 제3자가 그 내용을 심사해서 이를 걸러내는 조치, 즉 사상의 공개시장의 형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모든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인호 교수가 파악하는 검열은 ‘국가에 의한 사전검열’과 ‘사인에 의한 사전검열’ 등 사전검열만을 포함시키고 있지, 사후검열은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인호(1997), 258면.
}} 이러한 개념정의는 통설적 견해와 헌법재판소의 견해와는 달리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필자가 생각하는 ‘검열’의 개념은 ‘내용적 규제(혹은 제한)’라는 개념과 동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심사기준과 관련하여 필자는 여러 가지 유형의 검열 중 ‘국가에 의한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외의 검열 즉 국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전제한과 사후제한(혹은 사후검열)은 엄격심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전제한과 사후제한간의 심사기준의 차별화 즉 ‘사전제한=엄격심사, 사후제한=약한정도의 심사’라는 도식은 반드시 논리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검열’의 개념을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뿐만 아니라 유지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행위"라고 정의하고 이러한 국가의 모든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리고 국가에 의한 사전검열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표현에 대한 제한의 합헌성심사에 있어서는 그 제한이 사전제한이든 사후제한이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 엄격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의 이론은 기존의 3단계구조이론이나 2단계구조이론과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의 도표는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표 5> 심사기준의 적용
{{{{ 이론
제한
}}{{3단계구조이론
}}{{2단계구조이론
}}{{필자의 견해
}}{{사전검열
}}{{법률로써도 절대 불가
}}{{엄격심사
}}{{법률로써도 절대 불가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않는 사전제한
}}{{엄격심사
}}{{엄격심사
}}{{사후제한
}}{{약한 정도의 심사
}}{{약한 정도의 심사
}}
}}

한편 이러한 포괄적인 의미의 검열개념과 심사기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사상의 자유시장의 ‘형성’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시장의 ‘유지’까지 포함한다. 즉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해 국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예외는 현행 헌법 제2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타인의 명예나 권리에 대한 침해’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헌법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있어서의 국가의 개입이 무한정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이들 영역에 있어서의 국가의 개입도 엄격심사에 의해 그 합헌성이 심사되어야 한다.
둘째, 기존의 3단계구조이론이나 2단계구조이론이 전제하는 것과 같이 ‘사전제한=엄격심사, 사후제한=약한정도의 심사’라는 도식이 갖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도식은 표현의 제한에 대한 합헌성심사에 있어서 매체의 특성이나 표현억제적 효과라는 측면을 무시함으로써, 기술의 발달에 따른 매체환경의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이론은 이러한 제반 측면을 고려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길거리의 연설자(the street corner speaker)"나 인쇄매체를 전제로 하였던 표현의 자유의 이론을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커뮤니케이션환경의 변화로 특징되는 오늘날의 새로운 매체환경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Owen Fiss도 미국헌법 수정 제1조상의 언론의 자유에 관한 기존의 법리가 "길거리의 연설자(the street corner speaker)"라고 하는 낡은 패러다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패러다임은 수정 제1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적절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Fiss는 "길거리에서 CBS로(from the street corner to CBS)"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Owen Fiss, "In Search of a New Paradigm", 104 Yale Law Journal 1613(1995), 1614면.
}}

Ⅳ.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불온통신규제의 헌법적 문제점

1.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문제점
먼저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되지 않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둘째, 설령 사전검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헌법상의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규제가 아닌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이것은 결국 엄격심사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특히 매체의 특성과 표현억제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과연 그러한 규제가 적절한 것인가라는 문제를 의미한다. 이 문제는 사이버공간에서의 내용적 규제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으며, 예컨대 포르노그라피의 규제에 있어서 그 기준은 ‘음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저속’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불온통신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의 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행정형벌이 가하지는데, 이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이라든지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라는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고 그 의미가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넷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은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 즉 불온통신의 대상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바, 이러한 위임이 행정부에 입법을 위임하는 수권법률의 명확성원칙에 관한 것인 포괄적 위임입법의 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1) 사전검열의 해당 여부
법률로써도 불가능한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사전검열의 해당 여부와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는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를 규정한 구 영화법 제12조 등에 관한 판결에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憲裁決 1996.10.4.[93헌가13 91헌바10(병합)], 헌판집 제8권 2집, 223면 이하. 그리고 이 판결에 대한 비판적 평석으로는 박선영,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의 위헌 여부", [법조] 통권 483호(1996년 12월), 111-137면 참조. 한편 이 판결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들은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규정하고 있던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 제16조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인 憲裁決 1996.10.31.[94헌가6](헌판집 제8권 2집, 395면 이하)판결 및 기타 후속 판결에서도 그대로 채택됨으로 인하여, 현재 검열의 판단기준으로 확립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즉, 이 판결에서 제시된 사전검열의 요건으로는 첫째,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둘째,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셋째,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넷째,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이다. 따라서 사후심사와 앞의 네 가지 요건이 결여되어 있는 사전심사는 검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헌법상 허용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검열의 의미를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라고 파악하면서, 그 범위에 있어서는 오히려 위와 같은 네 가지 요건을 제시함으로써 결국 그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가해진다.{{) 이인호 교수도 영화법과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과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헌법 제21조 제2항의 검열을 절대적 금지로 이해하는 동시에 검열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의 최대보장 최소제한의 원칙에 충실하려던 취지를 오히려 퇴색시켜 버렸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이인호(1997), 255-262면 참조. 이와 유사하게 방석호 교수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의 관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침해가 실제 발생하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표현자유의 중요성에 비추어 침해의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

200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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