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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논평] 동성애 사이트 차별 폐지와 검사 비판 네티즌의 구속

By 2002/04/0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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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http://www.nocensor.org

■ 인터넷검열반대공대위, 국가인권위원회의 동성애 차별조항 삭제권고 환영
■ 더불어 검사 비판 네티즌 구속엔 유감 표명

[논평] 동성애 사이트 차별 폐지와 검사 비판 네티즌의 구속

2003년 4월 2일 한국 인터넷 표현의 자유가 처해있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한 가지는 매우 기쁜 소식이고 다른 한 가지는 매우 유감스런 소식이다.

우선 첫번째 소식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 사이트는 청소년유해매체가 아니라며 청소년보호위원회에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서 동성애 조항 삭제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많은 PC방과 인터넷망에서 동성애 사이트들을 차단해온 근거이자 동성애 사이트들이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대상이 되도록 했던 원흉이었다.

사실 이 조항은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된 1997년 이후 청소년보호법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 조항으로 수차례 지적되어 왔다. 동성애는 무조건 청소년유해매체라는 어이없는 조항 한 줄 없애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이다. 그것도 많은 이들이 열심히 싸우고 노력했기에 얻어진 성과이다. 동성애 조항에 대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은 이 조항 때문에 많은 동성애자들의 해방구 구실을 했던 동성애 사이트들이 자동으로 인터넷 등급제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사이트들은 인터넷 등급을 달고 차단되도록 한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실시 이후 최초의 희생양은 최초의 게이 커뮤니티인 ‘엑스죤’이었다. 이에 동성애자들은 커밍아웃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앞에서 모여 시위를 하기도 했고 엑스죤은 행정 소송과 위헌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권고가 나올 수 있었던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가 제소했기 때문이다. 끼리끼리는 PC방에서 단체 홈페이지가 접속되지 않는 이유를 추적한 결과 <수호천사>라는 차단 소프트웨어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을 따랐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해 10월 이를 국가인권위에 제소한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청소년보호법을 실질적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에는 국가가 국민의 사상이나 역사관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도록 한 또다른 악법 조항이 남아 있으며 차제에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이 모두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표현의 자유가 진정으로 보장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오늘 전해진 또다른 소식은 지난달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를 보고 검사를 원색적으로 비판한 네티즌이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며칠전 역시 검사에게 비판적인 이메일을 보낸 여교사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일어난 사건이어서 더욱 충격적이고 유감스런 소식이다.

검찰은 이 네티즌의 비판이 검사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협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에 대한 네티즌의 표현을 둘러싼 이 같은 해프닝들은 결코 개인적인 수준에서 일어난 분쟁이 아니다. 이 사건들은 어디까지나 국민이 검찰이라는 국가 권력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데 따른 것이고 이 유감스런 사건들로 인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가 권력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민주 국가라면 그것이 아무리 불쾌한 것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마땅할 것일진대 이처럼 공권력을 동원하여 인신구속까지 한 것은 공권력의 횡포이다.

며칠전 정보통신부에서는 앞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실명제를 강제하겠다고 하여 논란이 일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인터넷에서 진정한 문제는 익명성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과 같은 국가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민을 추적하고 위협할 수 있다는 것임을 보여 주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을 검열로 간주하고 있고 이번 사건이나 인터넷 실명제는 우리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손쉽게 검열당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반증한다.

동성애 사이트를 차별하는 악법은 오랜 투쟁 끝에 비로소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지만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향한 기나긴 투쟁의 한 고비를 넘긴 것일 뿐이다. 인터넷이 확산될수록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위기에 처하는 모순이 커지고 있다. 안될 말이다. 검찰과 정보통신부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민을 길들이고 검열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2003년 4월 2일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동민·김진균·단병호·문규현·백욱인·진관·홍근수

※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주 NCC 인권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결혼 한국여성인권 운동본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자의힘,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산정보연대PIN, 불교 인권위원회, 사이버 녹색연합, 사회당 문화위원회, 새사회연대, 서울대 이공대 신문사, 성남청년정보센터,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시민행동21, 영화인회의, 사)우리만화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장애인의 꿈너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전북대정보통신큰눈, 전북민주언론운동연합, 전북민중연대회의, 전북여성단체연합, 정보통신연대 INP,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하자센터 시민운동기획팀, 학생행동연대, 한국기독교네트워크,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만화가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가나다순, 총55개단체)

2003-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