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인터넷등급제/논평]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의 정보통신부 앞 단식농성을 마치며

By 2001/12/1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단식농성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와 연대, 인터넷 정책에 대한 개입으로
이어져야
–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의 정보통신부 앞 단식농성을 마치며 –

지난 11월 27일부터 돌입한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의 정보통신부 앞 단식농성을
14일째인 오늘로서 접는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와 위험한 체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이라는 극단적인 투쟁 방법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정보통신부가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자율적"이라는 거짓말로 사회를 현혹하며
인터넷내용등급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인터넷내용등급제란, 인터넷 홈페이지에 픽스(PICS)라는 전자적인 부호를
표시하도록 하고, PC방, 학교, 도서관 등 국민의 인터넷 접속점에는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차단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인터넷 접속을 선별, 차단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김대중 정부는 11월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단식농성 기간 동안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노농빈)은 물론이고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 문화연대, 민예총, 영화인회의 등 문화예술단체, 인권운동사랑방,
광주인권센터 등 인권단체, 노들야학, 동성애자차별반대공대위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단체 등 100여개 단체가 단식농성에 대한 지지와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는 인터넷내용등급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이상 정보통신부에 의해 ‘일부 시민단체들의 우려’라고 폄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정부는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청소년유해매체물에만 적용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무엇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즉 정부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모든 위원을 장관이
위촉하고 위원장을 장관이 승인하고 있으며 모든 업무를 장관에게 보고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했을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에 의해 서비스가
폐쇄될 수 있다. 결국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접근을 제한하는 국가의 검열인 것이다. 음반, 비디오, 영화, 단행본,
만화 등 다른 매체의 심의 기구들이 여러 사회운동진영의 노력으로 상당히
민주화된 것처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역시 해체시키고 새로운 내용규제 기구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정부가 형사처벌을 배경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는
기술등급제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말에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술등급제가
청소년을 보호할수 있을지, 국민의 정보접근권과 알권리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지
평가는커녕 사회적 토론도 가져본바 없다. 차단소프트웨어를 국가인프라에
설치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청소년보호’라는 미명하에 어영부영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국회는 지난해 인터넷내용등급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애초의 정부 법안에서 등급제에 대한 내용을 모두 삭제했었다. 그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올해 정부 시행령에서 부활한 것이다. 이는 국회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의 법과 제도는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과 만날 때 많은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내용 규제는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에 따른 엄격한 해석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때는 명확한 기준에 의해
최소한도로 규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에 의해 규제되어야 하는가? 인터넷에서
청소년과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진정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며 어떻게 그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가? 정답은 없다. 사회적 합의 이전에 이에 대한 사회적
토론조차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토론의 공백을 이용하여 정부는 빠른 속도로 정부의 규제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온라인 시위를 불법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일련의 자살사이트·폭탄사이트 등의 센세이셔널리즘은
인터넷 내용규제 모델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모호한 ‘청소년 보호’의 명분으로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이 진정한 청소년 보호인가? 오히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지난 6월 청소년들이 모여 자퇴와 가출을 토론하는
커뮤니티인 [아이노스쿨]이 다른 청소년들에게 위험하다며 폐쇄시켰다. 결국
정부는 인터넷의 ‘포괄적인 위험’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포괄적인 규제’ 권한만을
확대한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단식농성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와 연대는 이제
인터넷 정책에 대한 개입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도 이미 늦었는지
모른다.

2001년 12월 10일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언련
인터넷분과,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부산정보연대PIN,
성남청년정보센터, 새사회연대, 안티조선 우리모두,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
정보통신모임 I’m,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200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