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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정보공유/성명] 안티포스코 홈페이지에 대한 가처분 취소를 환영한다

By 2001/07/2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성명서] 안티포스코 홈페이지에 대한 가처분 취소를 환영한다
– 안티·패러디 사이트에 대한 족쇄 풀리다 –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잠시 숨통이 트였다. 정부의 인터넷내용등급제 시행,
온라인 시위 제한 등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옥좨는 갖가지 조치들이 발동하면서
인터넷이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아름다운 기대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던
요즘이었다. 특히 인터넷이 가진 자들의 인터넷이 되어가고 있다는 우리의
우려가 현실임을 보여준 사례가 바로 안티포스코
홈페이지(http://antiposco.nodong.net) 사건이었다.

포항제철은 삼미특수강을 인수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거절하였고
노동자를 복직시키라는 1997년 중앙노동위원회, 1998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도
무시한 채 계속 법정에서 시간을 끌어 왔다. 이에 평생을 삼미특수강에서
일해온 노동자 182명은 5년 가깝게 전국의 거리에서 눈물과 땀으로 싸워 왔다.
김수환 추기경, 여야 국회의원, 국제자유노련 등 국내외 각계의 탄원이 줄을
이었지만 포항제철은 눈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 포항제철의 악랄함에
맞서기 위하여 노동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이 사실을 널리 알리기로 하였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포항제철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안티포스코’
홈페이지였다. 그런데 포항제철은 지금까지 노동자들에게 저지른 만행도 모잘라
‘저작권’이라는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홈페이지의 운영을 중단시키려고
시도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4월 17일 서울지방법원 민사신청55단독 이선희
판사는 포항제철 측의 주장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홈페이지에 쓰인 이미지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억압받고 있는 이들의 표현의 자유가 가진자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었다는
점에서 이 가처분 결정은 경악스런 것이었다. 법원 결정 후 노동자들은 사용이
금지된 이미지가 누더기처럼 찢겨져 나간 상태로 임시 홈페이지를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리수는 오히려 포항제철의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외적으로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특히 미국의 리차드 스톨만이나 일본의 JCA-NET 등 해외 활동가와 단체들은
한국에서 금지당한 문제의 패러디 홈페이지를 속속 미러링(mirroring)하면서
포항제철의 만행에 정면으로 항의하였다.

결국 지난 23일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공현 부장판사)는 안티포스코
홈페이지에 대한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였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저작권보다 앞서는 것으로 인정된 것이다. 특히 가진자들이 안티·패러디
사이트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수단을 무기처럼 휘두르는 요즘 세태에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지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을 만 하다.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의 5년 간의 투쟁은 오는 27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 결정도 이번 판결처럼 정의의 이름 앞에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2001년 7월 23일
진보네트워크센터·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2001-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