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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성명] 교사·학생의 개인정보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 초중고 인터넷 무료지원사업

By 2001/03/2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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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학생의 개인정보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 반인권적, 반교육적 교육정보화를 추진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각성을 촉구하며 —

1. 교육인적자원부, 정보통신부, 한국통신의 ‘초·중·고 인터넷 무료 지원을
위한 합의서'(이하 합의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국통신이라는 특정 기업의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을 대가로 교육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국민의 기본적인 교육권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담당해야 할 국가가 그 책임을 방기한 채 상업적 자본의 이해를
반영하여 학생과 교육기관을 시장의 대상으로 삼은 것에 다름 아니다.

위 합의서는 한국통신이 초·중·고등학교에 한국통신의 인터넷을 무료/할인
(100~43%) 제공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 댓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각급 학교가 한국통신의 교육포탈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합의서가 체결된
2000년 7월 27일 이전에 각급 학교는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서비스이용약관]에
따라 한국통신 뿐 아니라 데이콤, 하나로 등의 인터넷 요금을 30% 할인받고
있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할인율을 높이고 교육정보화를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한국통신과 한미르의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초고속인터넷망과 같은 학교 시설은 사회간접자본으로, 국가는 누구나 그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은
학교전산망에 어떠한 조건없이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부는 한국통신과 합의서를 체결함으로써 이같은
책임을 방기한 채 교육주체들의 개인정보를 대가로 교육 인프라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국가가 학생을 하나의 상품으로, 교육기관을 하나의 시장으로
대상화한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가 활용을 권장하고 있는 한미르 교육포탈사이트는 47개
정보통신업체들이 연합하여 개설한 상업적 성격의 사이트이며 온라인 모의고사,
게임, 증권, 영어강좌를 포함한 각종 교육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한미르 사이트를 교육부가
지원하고 있는 것은 교육망이 가지는 공공성과 국가가 담당해야 할 교육의
책임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처사이다. 나아가 사이버공간의 사교육시장 창출에
교육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하겠다.

2. 인터넷 무료/할인 지원을 받기 위한 이행조건에 따르면 해당 학교의 모든
학생과 교사는 반드시 한미르에 가입해야 한다. 또한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통신에서는 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시 무료/할인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하여 일선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의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공정거래법), 그리고 미성년자 가입시 부모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는 한미르
이용약관을 위반하는 처사이며, 국민의 정보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합의서에는 인터넷 무료/할인 지원에 대한 조건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각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전달한 공문에 의하면
무료/할인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전 교사, 학생이 한미르에 가입할 것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일선학교에서는 100∼43%에 이르는 무료/할인혜택을
받기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교사와 학생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한미르측에
제공하고 있다. 기한 내에 이행조건을 따르지 않을 경우 무료/할인 혜택을
중단하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과 한국통신의 입장은 이러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때에는 당해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자유로이 탈퇴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과 관련 정부 지침들을 위반하고 있다.
이는 또한 교육인적자원부가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민간에
제공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에
저촉되는 처사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르 이용약관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의 학생들은 각 학부모의
동의를 거쳐 가입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를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형식적으로 포괄위임하거나 사후적으로 처리하도록 부추김으로써 학부모의
권리를 침해하고 한국통신이 스스로 이용약관을 위반하는 모순을 초래하였다.
게다가 교육인적자원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회의자료에서는 무료/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데이콤, 하나로 등 일선학교가 기존에 이용하던 서비스를
한국통신으로 변경하도록 하여 현행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을 위반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통신의 이행조건은, 교육적 인프라 제공을 미끼로 교사와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3. 향후 우리는 밝혀진 불법 사례에 대하여 법적 대응을 포함하여 적극
대응하고, 합의를 한 당사자인 교육인적자원부,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및 교육의 시장화의 심각성에 대하여
적극 알려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전면적으로 벌여 나갈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통신은 한미르 이용가입을 전제로 인터넷을
무료/할인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 이행조건을 전면 폐기하라!

하나, 교육인적자원부는 각급 학교로부터 한국통신 측으로 가입 당사자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제공된 개인정보의 사례를 조사하고 드러난 사례에 대해서는
신상 정보를 즉각 회수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

하나,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통신은 한미르에 이미 가입한 학생과 교사들이
회원가입을 손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그 방법을 충분히 고지하라!

하나, 교육인적자원부는 공교육을 시장화하는 한국통신의 독점사업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2001. 3. 29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사회진보연대·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전국교직원
노동조합·진보교육연구소·진보네트워크센터·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여
연대·함께하는시민행동

200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