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인터넷등급제/성명] 통신질서확립법 국회 본회의 논의에 부쳐

By 2000/12/1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절반의 승리 :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유보와 인터넷의 자유
– 통신질서확립법 국회 본회의 논의에 부쳐 –

12월 8일 국회 과학기술 정보통신위원회는 시민사회단체들과 네티즌들이
‘통신질서확립법’이라 부르며 격렬히 반대해 온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
관한법률 개정안’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을 의결하였다. 통신질서확립법
에서 가장 독소조항으로 부각되었던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정보통신부 장관
의 시책과 대통령령으로 유보되었으며, 온라인 시위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
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통신질서확립법 제49조3항과 정
보통신기반보호법 제12조3항은 ‘온라인 시위를 금지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
다’는 입법 취지를 속기록에 남기고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7월 온 국민을 경악시켰던 정보통신부의 원안에서 상당
히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정보통신부의 법안 발표 이후 시민사회단체
들은 시민 공청회를 개최하고 네티즌들은 끈질긴 온라인 시위를 계속하면
서 이 법안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보통신부의 통신질
서확립법은 원안에서 3차례 수정되고 인터넷내용등급제와 온라인 시위에
대한 독소 조항을 담은 정보통신기반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차
례대로 입법예고되는가 하면 통신질서확립법에서 삭제되었던 조항이 청소
년보호법 개정안에 포함된 것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결국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문제 조항들은 다시 삭제되었으며 정보통
신부와 MBC·연합뉴스 등 언론에 의해 ‘해킹’, ‘사이버 테러’로 모함받았
던 온라인 시위는 경찰의 조사 결과 무고로 밝혀지는 해프닝을 겪기도 하
였다.
2000년은 인터넷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어느 때보다도 가장 격렬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의 자유를 외치며 한 목소리로 활동해
온 청소년, 시민, 노동자 네티즌들과 노동·정치·시민사회단체들의 투쟁
과 노력으로 결국 일부 조항들이 유보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인터넷내용등급제와 온라인 시위는
유보되었으나 골격이 남아 있다. 도메인네임 등 인터넷주소자원관리 권한
이 정보통신부에 주어졌다. 그리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정보의 불법성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삭제하게 되었다. 정보통신망의 개인정보는
국민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이 인수·합병
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통신질서확립법은 인터넷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의 시작일 뿐이
다. 통신질서확립법과 같은 시기에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인터넷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추진하기도 했고 여러 학교와 작업장에서 자유게시
판이나 인터넷 접근이 폐쇄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대립지점은 ‘잠재적 위험’과 ‘잠재적 가능성’ 사이에 놓여져 있다. 인터넷
이라는 미디어가 사회적으로 악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잠재적 위험론에
대하여,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자율적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수용력이 성숙
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는 이 사회가 어느 정도로 민주주의를 옹호하
고 다른 사람의 표현에 대해 관용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논
란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인터넷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
이다.

1. 인터넷의 내용에 대한 규제와 인터넷주소자원관리 등에 관한 입법은 매
체의 특성과 해외의 입법 사례를 고려하고 여성,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
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에서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유보시키고
온라인 시위의 권리는 지켰지만 전체적으로 이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던
현재 개정안의 관련 내용은 공청회 등을 통하여 앞으로도 계속 재고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그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일체의 입법화는 신
중해야 할 것이다.

2. 정보통신망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며 이것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안에 기형적으로 존재할 것이 아니라 민
간부문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별도의 독립된 법안으로 입법하는 것이 바
람직하다.

3. 따라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은 원칙적으로 폐기되어야 한
다. 정보통신망 안전성 확보 등의 기술관련 내용은 기존의 정보화촉진기본
법안에 통합하여 존속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200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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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연합, 함께하는시민행동, 환경운동연합, 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

200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