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행정심의

[표현의자유/의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백두청년회’ 삭제 요구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입장과 제안

By 2000/05/1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백두청년회’ 삭제 요구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입장과 제안
■ http://networker.jinbo.net/freespeech

최근 여러 곳에서 보도가 된 바와 같이 ‘백두청년회’ 명의로 ‘향도의 태양
김정일 장군님을 통일의 광장에 높이 모시자’는 등의 익명의 글이 각 사회단
체 및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이 게시물이 담고 있는 정치적인 입장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게시물을 근거로 통신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
려는 움직임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밝히자면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그간 이 게시물과 관련하여 여러
수사기관으로부터 접속자관련 시스템·이용자 log와 접속자 인적사항 제공 등
의 *협조 요청*을 받아왔으며, 5월 18일자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시정
(삭제) 요구*를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마도 다른 인터넷서비스업체(ISP) 및
홈페이지 개설자들에게도 이와 같은 협조 요청과 시정(삭제)요구가 있었을 것
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이와 같은 협조 요청 및 시정(삭제) 요구
가 헌법상의 양심·표현·사상의 자유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생각하여 일체 응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법적인 검토를 통하여 아래와 같이 입장을 확정하였
습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인터넷 시대’라는 명목 하에 인터넷서비스업체와 수사
기관 간에 은밀하게 만연해 온 부당한 관행이 앞으로는 중단되기를 희망하고,
다른 인터넷서비스업체 및 홈페이지 운영자님들께서도 양심·표현·사상의 자
유에 입각하여 행동하여 주실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 아 래 —

1. 수사기관의 많은 협조 요청은 전화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식적인 공문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요청에는 응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2. 수사 협조 요청의 근거가 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99조 (수사와 필요한 조
사) ②항 "수사에 관하여는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에 조회하여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와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통신비밀의 보호) ③항
"전기통신사업자 또는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전기통신업무의 일부를 수탁하여
취급하는 자는 수사상 필요에 의하여 관계기관으로부터 전기통신업무에 관한
서류의 열람이나 제출을 서면으로 요구받은 때에는 이에 응할 수 *있다*"는
강제 사항이 아니므로 꼭 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3. 특히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삭제) 요구가 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와 동법 시행령 제16조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1999년 8월 11일 위헌
소송(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상태입니다.

① 이 법은 표현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 ‘공공안전’이나 ‘미풍양속’
과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적용범위가 과도
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용어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법운영당국에 의
한 편의적,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는 물론 법치주
의와 권력분립주의 및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됩니다.(헌법재판소 1992.1.28선고
89헌가8결정 참고)

②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법제53조)과 "반국가
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
하는 내용"(시행령제16조의1)의 규정대로라면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 아닌 일
반적인 국가체제변경론의 주장이나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물 등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할 수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8.4.30선고95헌가16결
정 중 출판사및인쇄소의등록에관한법률 제5조의2 제5호중 ‘저속한 간행물’부
분은 위헌이라는 판시부분 참고)

③ 정보통신부장관에게는 컴퓨터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표현 행위를 원천봉
쇄할수있는 과도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반면, 정보통신부장관
의 명령에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의를 제시하거나 진술을 할 수 있는 절차가 없
음은 물론 직접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표현자(이용자)가 자기의 주장을
진술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절차나 구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행정처분에 의하여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는 경우에도 적법절차의 원리가 적용
되어야 한다는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규정에 위배됩니다.

④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
문에 전기통신사업자는 행정명령에 복종하거나 이를 거부하고 처벌을 감수하
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법은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일
상적인 자체 검열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합헌적인 표현물에 대
한 위축적 효과를 초래하게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위헌여부판단의 기준으
로 채용하고 있습니다(위 95헌가16결정)

⑤ 설사 이른바 ‘불온통신’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기통신사
업법제53조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원칙을 위반하고 있
습니다. 즉, 해당 표현물의 삭제외에 표현자(이용자)의 통신망 이용권 자체를
정지 또는 금지시킬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러한 정지 또는 금지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 형사처벌을 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
반됩니다.

2000. 5. 19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김 진 균

200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