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월간네트워커

“나는 감시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

By 2004/12/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자칼럼

오병일

이미 작년부터 CCTV를 설치·운용하고 있는 강남구에 이어, 최근 서울시 대부분의 지역으로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고 하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CCTV로 인한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규제할 법률도 없고, 올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CCTV가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과 법에 근거하여 사업을 추진해야할 국가기관에서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 자체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이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모든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CCTV로 촬영해서 기록해놓을 수 있다면 확실히 범죄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이 통제적인 사회에서 사는 것을 누구라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정에도 CCTV를 설치하는 것에 동의할까? 가정 내에서도 범죄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될 어떤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생활을 보호받기를 바란다. 거리 역시 공적인 공간인 동시에 사적인 공간이다. 우리는 거리에서 친구·연인과 사적인 만남과 대화를 나눈다. 어떤 사람은 은밀한 연애를 즐기기도 할 것이다. 거리에서도 프라이버시권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CCTV로 찍혀도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반대로 그것에 끔찍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다른 사람의 인권과 충돌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런 사람의 프라이버시권을 존중해야하지 않겠는가?

CCTV 설치에 대한 반대가 범죄 수사나 예방을 느슨하게 하자는 주장으로 오해되서는 안된다.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범죄 수사나 예방을 강화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등에서 범죄를 막기 위해 인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행정편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또한, 범죄가 다양한 사회·구조적인 이유에서 발생한다고 했을 때,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범죄의 현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수법을 변화시킬 뿐인 피상적 대책일 뿐이다. 설사 CCTV의 설치가 필요하다해도, 이는 범죄 수사나 예방을 위한 다른 모든 조치가 검토된 후, 다른 방법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서 보충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CCTV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헌법상 권리인 프라이버시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서장의 재량에 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나 법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일단 기술을 도입하고 보자는 안일한 발상에 의해 우리 사회는 언제 어디서 인권 침해 문제가 터져나올지 모를 ‘위험 사회’가 되고 있다. 정부 정책결정자들의 정보인권에 대한 무감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200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