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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권익과 프라이버시 외면한 교통 정책 강행{/}티머니카드, 급조된 티 난다

By 2004/09/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기획

지음

최고(Top), 접촉(Touch), 통합(Total), 첨단(Technology), 교통(Transporta tion), 고마움(Thanks)’

지난 7월 1일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등장한 신교통카드 티머니(T-money)카드의 ‘T’가 의미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상의 대폭적인 교통요금 인상을 의미하는 ‘합리적인 요금체계’, 제한시간 30분 안에 갈아타기도 힘들 정도로 길어진 배차시간, 작은 비에도 버티지 못하는 정류장 노선도, 시력 2.0 이상의 사람들만을 위한 작은 번호판과 노선안내판, 탈 때와 내릴 때 판독기 주변의 온갖 소동과 다툼들… 20년 동안 익숙한 버스체계가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시민들에게 티머니카드는 차라리 하나의 테러(Terror)였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민들이 그냥 버스를 타러 온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적어도 2박3일은 교통체계를 학습하고 암기하던지, 걷거나 승용차를 몰던지 멋진 대안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던지 해야 했던 것이다. 이것도 아니라면 시민이기를 포기하거나, 반대로 시장이기를 포기하도록 요구했어야 할 것이다.

교통체계 개편, 총체적 부실

그러나 교통체계 개편 이후 언론들이 쏟아낸 티머니의 문제점을 돌아보면, 오히려 ‘시장이 그냥 버스를 바꾼 것이 문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몇 가지 기사의 제목만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①고급형 티머니 카드 발급 연기 ②서울버스종합사령실 수십억 낭비 ③한국전산감리원의 감리 묵살 ④신교통카드 부실 감리 의혹 ⑤신교통카드 준공승인 안 받아 ⑥신교통카드 사업 특혜 논란 ⑦환승 할인 안 되는 경기도 버스 ⑧구교통카드 단말기 업체 소송 ⑨누더기된 지하철 정기권 정책…

서울이 인구 천만의 거대한 도시라는 점과, 교통체계가 시민들의 매일매일의 삶과 밀착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통체계 개편은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다. 이 복잡한 일을 하루아침에 해낸 시장의 탁월한 추진력의 비결은 ‘그냥’ 했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계획도 없었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관련업체들과의 조율도 미비했다. 기술적 검토도 업체에게 맡겨버렸다. 사실상 서울에 종속되어 있는 수도권 도시들과의 협력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실제로 버스를 이용할 시민들이 의견을 내거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은 전혀 없었다. 시민들은 지금도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를 수시로 연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교통체계 개편이 사회나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사업이 아무런 탈 없이, 시민의 아무런 불만 없이 진행됐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스마트카드의 첨병, 티머니카드

서울시는 티머니카드가 첨단기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엄청난 불편을 겪은 서울시민들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말이겠지만 사실이기는 하다. 티머니카드는 첫째 손톱만한 칩 하나에 CPU와 메모리를 담아서 자체 연산과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최신의 스마트카드 기술, 둘째 비접촉식 무선인식 기능을 가능케하는 RFID 기술, 셋째 반경 수 미터까지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GPS 기술이 융합된 첨단교통카드다. 아직은 기초적인 단계에 불과하지만, 티머니카드는 분명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할 핵심 기술의 맹아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관련된 사업체들은 처음부터 티머니카드를 크게 주목하고 있었다. 천만 서울시민에게 사용이 사실상 강제된 티머니카드에 어떤 기업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스마트카드 제조업체와 카드인식 단말기 제작업체는 물론이고 최근 실적이 줄어든 신용카드업계와 금융업계, 그리고 이동통신업체들 역시 군침을 흘리고 있다. 벌써 주요 7개 카드사와 KTF, LGT가 서울시로부터 티머니의 영구적인 독점권을 획득한 한국스마트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빠른 시일 내에 티머니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카드와 핸드폰 단말기를 생산할 계획에 있다.

특히 스마트카드 업계는 전자주민증 사업이 시민들의 반발에 의해 좌초한 이후 활로를 찾지 못하다, 이번 티머니카드를 하나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10월에 발행될 고급형 티머니카드는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카드 중에서도 연산능력이나 저장용량 면에서 상당히 뛰어난 것이며 앞으로도 더 추가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시민들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교통카드를 중심으로 표준화를 추진하고 산재해 있는 응용분야를 통합하는 것은 스마트카드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으며, 이들은 오래 전부터 정부 주도의 스마트카드 사업 추진을 요구해 왔다.

막대한 이익을 눈앞에 둔 기업들의 요구와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단행된 티머니카드의 도입이 과연 무관한 것일까? 참고로 한국스마트카드사의 대주주는 서울시와 LG CNS, LG/국민/BC/현대/신한/외환카드, LGT/SKT/KTF, 하이스마텍/씨앤씨엔터프라이즈(스마트카드사) 등이며 이중 서울시의 지분은 35%에 불과하다. 교통요금 결재 수수료만으로도 매년 300-500억이 이들 사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개인정보 보호대책 시급하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앞으로 티머니카드의 확장 계획을 ①모든 대중교통 수단의 요금 지불 ②공영주차장 및 혼잡통행료 지불 ③자판기 및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유통점 이용 ④고궁, 놀이공원, 박물관, 극장 등 문화생활시설 이용 ⑤서울시 관리 공공시설물 이용 등으로 밝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본격적인 스마트카드 사업을 시작한 KT는 한국스마트카드와 제휴를 맺고 현재 원츠카드가 가진 신용카드, 교통카드, 전자티켓, 전자화폐, 공인인증, 전자인증, 개인정보저장 등의 기능에서부터 의료카드, 학생카드, 멤버십카드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방침을 세웠다. 하나의 카드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티머니카드의 기능이 강력해지고 활용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온갖 개인정보가 통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직업이 무엇이고 소득은 얼마인지, 어디에 있는지, 언제 어디로 무엇을 타고 이동했는지, 누구와 얼마나 통화했는지,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 소비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이 모든 정보가 부지불식간에 하나로 통합된다면, 더군다나 최소한의 개인정보 보호대책조차 없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0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