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12년 7월 (통권 34호)

통신사의 보이스톡 차단을 계기로 망중립성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가 통신사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3일, 방통위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공개하고 토론회를 개최했는데요, 이 기준(안)은 작년 말에 방통위가 발표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하위 가이드라인이지만, 통신사로 하여금 자의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습니다. 사실상 망중립성을 부정한 것이지요. 공적 규제기관이 이와 같이 망중립성을 공식적으로 부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망중립성 이용자포럼은 토론회 행사장에서 이 안을 비판하는 의견서를 배포했구요, 이에 앞서 7월 9일에는 2차 포럼인 <트래픽 관리, 무엇이 문제인가?>>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방통위는 통신사들의 무선인터넷전화(mVoIP) 차단 문제에 대해 ‘시장자율’에 맡기겠다고 합니다. 독과점적인 시장에서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의미는 결국 통신사 맘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지요. 망중립성 이용자포럼은 불법적인 이용약관을 승인하고, 무선인터넷전화에 대한 차단을 방치하고 있는 방통위의 직무유기에 대해 감사원에 특별감사 청구를 했습니다.

문화, 미디어, 정보통신, 표현의자유 영역에서 활동가, 전문가, 시민들이 관련 쟁점을 보다 심도깊게 토론하고 이해하기 위한 사회포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 단체의 일상적인 정책 토론을 반복하기 보다는 사회운동 내에 의견 차이가 있는 이슈, 상호 문제의식의 교류가 필요한 이슈 등을 중심으로 쟁점토론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또 여러 주제에 대해 서로 배울 수 있는 강연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2012년 8월16일(목) – 17일(금), 카톨릭청년회관 다리(홍대입구)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기획이 확정되는대로 회원분들께 공지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최근 경찰이 아동실종에 대비한다면서 만14세 이하 아동들의 지문을 등록받고 있습니다. 최근 들려오는 흉흉한 사건 소식들에 불안해 하던 영유아 부모들은 이에 크게 반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정책에는 수상한 점이 있습니다. [실종아동법]이 2005년부터 실종아동을 방지하기 위해 유전자검사를 보장하고 있거든요. 따라서 부모들은 굳이 경찰에 아동의 지문을 등록할 필요 없이, 자기 자신의 유전정보나 아동이 사용하던 칫솔만으로 실종아동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 이 법은 경찰이 개인정보를 오남용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아동의 유전정보를 실종아동전문기관(어린이재단)과 유전자검사기관(국립과학수사연구소)으로 나누어서 상호견제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직접, 별도의 아동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실종아동 발견 외 ‘정당한’ 목적으로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습니다.
실종 아동을 명분으로 경찰 수사용 14세 이하 국민 지문 데이터베이스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최근 흉악한 범죄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경찰이 제 권한을 하나둘씩 늘려가는 일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에 대해 성찰해보고 견제하는 것도 민주 시민의 역할이 아닐까요.

최근 인감증명 발급 과정에서 사고 방지 등을 명목으로 서울시 산하 자치구에서 지문인식기의 확인을 강제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지문날인 제도의 인권침해성에 항의하고자 오랫동안 주민등록증 발급을 거부해온 시민들이 인감증명의 발급을 요구할 경우, 타신분증 제시를 수용하지 않고 지문날인된 주민등록증 제시를 강제하는 사례 또한 다수 발생하고 있구요. 하지만 정부에서는 인감증명 폐지 방침을 세워 왔는데 서울 자치구들이 인감증명을 이유로 지문날인을 강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이에 진보넷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과 함께 서울시에 대하여, 지문인식기 확인 및 주민등록증 제시를 강제하지 않도록 자치구에 행정지도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더불어 주민의 지문 등 생체정보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관련 조례 제정을 촉구하였습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주민등록법을 제정하고 50년이 흘렀습니다. 지문날인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

얼마전 출간된 책 <감시사회>는 우리 사회가 ‘감시사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나를 감시하며 그 누군가는 나도 모르는 나를 안다고 합니다. 저자들이 어떤 생각에서 이러한 주장을 했는지, 직접 만나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자 한답니다.
7월 25일(홍성수)부터 시작했구요, 8월 1일(최철웅), 8월 8일(한상희)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날 오후7시 서울 서대문역 레드북스를 방문하시면 저자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제 병역거부는 양심을 지키기 위한 개인의 행동을 넘어서서 인권과 평화를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민불복종 행동이 되었습니다. 점점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전쟁없는 세상’에서 <병역거부 가이드북>을 만든다고 하네요. 병역거부에 대해 고민하고, 또 병역거부에 대한 사전지식과 병역거부를 하게되면 겪게될 절차에 대해 미리 알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후원함 바로가기

꺄아 결국 기술팀 4인의 꿈이 실현되었습니다ㅜㅜ 감동의 눈물 한 번 흘리고ㅜㅡ 원래 기술팀은 서버 관리 1인 + 개발자 1인 + 웹마스터 1인 + 웹디자인 1인의 4인이 필요한데 그동안 2인 혹은 3인이서 어렵사리 활동해 왔답니다.
하지만 이제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자원활동가까지 포함하여 좋은 활동가들이 함께 일하게 되어 든든합니다. 이 기쁜 소식을 회원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어요~
최근 기술팀 활동은 계속하여 타임라인 개발 작업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음 에는 여기에 대해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진보넷 식구들은 7월에 가평 용추계곡으로 1박2일 MT를 다녀왔습니다. 물놀이를 기대했지만 도착하니 비가 내리지 뭡니까ㅜㅜ 그래도 다행히 다음날 비가 그쳐 짧은 물놀이와 산행을 즐길 수 있었어요. 이번 엠티에는 자원활동가 백모님과 운영위원 이모님, 이웃 참세상의 홍모님도 함께 가서 즐겁게 놀다 왔답니다~

나는 우리나라 초창기 특성화고 중의 하나인 애니고 출신이다. 전원 기숙사제인 애니고 안에는 컴퓨터AS자원봉사 동아리인 ‘블루스크린’이 있었고, 나는 그 멤버였다. 블루스크린 선배들은 하나같이 ‘리눅스’를 썼다. “선배 리눅스가 뭐에요?” 선배들은 내 무식을 쥐어박으며 리눅스와 카피레프트 등의 기본개념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시간이 흘러 전공인 영상수업에서 다큐제작강의를 들을 때 나는 소재로 카피레프트를 골랐다. 기획안을 짜는데 자료를 찾는 족족 다 진보넷으로 이어졌다. “도대체 진보넷이 뭐지?” 진보넷과의 첫 만남이었다. 어언 2004년의 일이다.

카피레프트 다큐멘터리는 결국 찍지 못했다. 기획안은 짰지만, “그래서 죄다 오픈소스로 돌리면 창작자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된다는 거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부지리라고, 다큐는 어영부영 물건너갔어도 나는 진보넷을 통해 공유를 통한 창작,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다. 그렇게 텍스트만 빼곡해서 보기만 해도 골치아파보이는 메일링을 받은지도 벌써 8년, 십대소녀는 이십대의 고졸 프리랜서가 되었고 지난 4월 진보넷에 처음으로 작은 회비를 내 보았다.

지금은 여전히 창작의 언저리에 머물며 글, 영상, 그림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하고픈 작업을 하며 살고 있다. 저작권 이슈 관해서라면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법에 대한 엉성한 다큐 한편이 그나마 알려진 작업이다. 그 다큐를 계기로 TedxSeoul에서 짧은 강연을 부탁받기도 했다. 하여간 공유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창작이 나에게는 큰 화두다. 여러가지 (잘 안 보이는) 작업들을 Copy is Right!라는 이름 아래 실험해나가고 있다. 지금은 망중립성 이슈에 관심을 많이 쏟는 중이다. 이성의 비관주의와 의지의 낙관주의를 지향한다. 네트는 광대하다!

최근 카카오톡의 무선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인 ‘보이스톡’ 차단을 계기로 망중립성 논란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망중립성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신산업 규제라는 전반적인 맥락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통신 규제 정책의 역사와 현황, 정책 도입의 배경과 이론적 근거 등을 쉽게 설명해놓고 있는 책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은 그러한 갈증을 상당부분 풀어줄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미국의 통신규제 정책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통신 인프라는 독점적인 사기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한국은 국가가 주도하여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후 민영화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전통적인 전화 서비스부터, 케이블, 무선통신, 인터넷, 그리고 가속화되고 있는 미디어 융합 과정까지, 서비스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에서부터 규제 정책이 만들어진 정치적, 이론적 배경까지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통신 정책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통신 규제 정책의 기술적, 산업적, 이론적 배경은 세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관료들의 ‘창의성’이 발휘된 독특한 정책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국의 통신규제 정책은 현재 표면화되고 있는 무선인터넷전화 차단 문제, 그리고 망중립성 문제뿐만 아니라, 통신역무의 구분과 같이 보다 근본적인 통신규제 체제와 관련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술 및 산업 측면에서의 융합 과정이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통신 규제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과거의 통신정책이 어떠한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현재 그러한 맥락에 어떠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바람직한 통신 규제정책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편집자주:
조지 오웰이 태어난 영국은 그의 소설 <1984년>과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CCTV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고도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영국에는, 그에 저항하는 프라이버시 단체들의 활동 또한 활발합니다. 그중 단체 활동이 가장 활발한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에서, 최근 한국에서도 문제가 불거진 기지국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기에 소개합니다.


*번역 오류는 della 골뱅이 jinbo.net으로 알려주세요.

내무부의 피터 힐 국장은 이번 주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영국 정부가 이동통신사에 대한 간단히 요청만으로 특정 지역 수천명의 신상정보를 일상적으로 쓸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 발언은 통신정보법 초안에 대한 의회 합동[심사]위원회의 첫 청문회 중에 나왔으며, 이 자리에 내무부 정책전략연구처의 힐 처장, 대테러보안국의 찰스 파 국장, 통신역량과의 리차드 알콕 과장은 대량 감시를 시행하려는 내무부의 최근 입법안을 지지하는 증언을 하기 위해 참석하였다.

우리의 휴대전화가 작동하려면 각 통신사가 사용하는 하나 이상의 기지국에 접속해야 하며, 휴대전화는 언제나 가장 강력한 기지국의 신호를 찾는다. 이말인즉슨, 우리가 켜져 있는 전화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도시의 경우 50미터 반경 정도로 소름끼칠 만큼 정확하게 당신의 위치가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지침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는 우리가 접속한 모든 기지국의 기록을 12개월간 보관해야 한다. 피터 힐 처장이 발설한 사실은, 경찰이 특정 개인에 대한 특정 정보 뿐만이 아니라 특정 기지국의 방대한 정보를 도매급으로 요청할 수 있고, 간단한 요청만으로 수백 수천 명의 위치정보를 쓸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실태의 최근 오남용 사례는 벨로루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0년 이 나라 지역 단체인 ‘97 헌장’의 모든 활동가들이 수백명의 농성자들과 함께 체포되었는데 이들의 실수는 반정부 시위에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이었다. 정부는 기지국 삼각측량법을 이용하여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그리고 아마도 그 지역에 우연히 있었던 소수의 사람들)을 즉시 식별해 냈고 심문을 위해 이들을 체포했다.

위치정보에 대해 적절한 법 집행 접근 표준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은 명확하지 않다. 휴대전화의 위치를 비롯한 ‘통신자료’에 대한 접근은 2004년 1월 발효한 [수사권한 규제법]의 1장 2절 하에서 규제되어 왔다. 통신감청감독관은 2010년 연례보고서에서 처음으로 통신자료 요청의 총계를 언급했는데, 공공기관은 총 552,550건의 통신자료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러한 요청들의 유형이나 목적에 대한 내역은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요청이 특정 개인의 전화에 접근하기 위한 요청인지 아니면 특정 지역 기지국들에 접근하기 위한 요청인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후자의 경우, 기관들은 수천명의 위치정보를 이들 모르는새 쓸어올 수 있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한 개의 요청으로 표시되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영국 공공기관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감시의 정도와 범위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지국 정보들이 경찰과 정보기관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런 활동이 어떻게 규제되는지에 대한 정보 또한 분명 공유되지 않고 있다. 감사를 할 수 있는 문서상의 증거도 없고, 이 막강한 도구를 오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신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이 출판된 바도 없다. 휴대전화를 들고다니면서 우리 대다수가 매일 생성하는 정보에, 정부가 어떻게, 얼마나 자주 접근하는지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은 민주적이고 투명한 사회에서 용인되기 어렵다. 분명 더 많이 투명해질 필요가 있으며, 우리가 영국사회 감시의 정확한 윤곽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달랑 통신감청감독관의 연례보고서에만 의지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국가가 얼마나 아는지, 이 정보를 가지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우리가 좀더 알기 위해서는 통신사들에게 공공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일이 핵심적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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