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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 부실 제정, 매우 유감스럽다

By 2012/01/3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 부실 제정, 매우 유감스럽다
 
 
오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결을 하였다. 위원회 출범 후 사실상 첫 의결이자 향후 3년간의 국가 개인정보보호 정책의 근간이 될 결정이었다. 무려 3시간 이상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고 오늘 회의 이전에도 3차에 걸친 소위원회에서 상세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결과는 참으로 실망스러우며 장고 끝의 악수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우선 행안부가 제출한 기본계획안에서 아이핀을 축소하도록 수정 의결이 이루어진 것은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본래 고유식별정보의 사용을 제한하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는 주민번호 대신 아이핀 보급을 확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핀을 포함한 모든 식별정보의 사용을 제한하라는 데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그 위상이 조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이핀이 기본계획에 포함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해야할 일은 정부의 아이핀 사업의 소극적 추인이 아니라 그에 대한 재검토이기 때문이다. 본인확인기관들이 본인인증 과정에서 사용하는 신용정보가 적법한지, 이들 기관이 아이핀 발급정보를 영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정부가 이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타당한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향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라고 만들어진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기본계획의 체계가 매우 부실하다는 사실이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 다른 국가기본계획과 비교하여 보아도, 행안부가 제출한 계획안에는 많은 결함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정보주체의 권익 보장”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지만, 기본계획안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할 법제도 정비나 정보주체의 권리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국제기구 회원자격 확충이나 총회 유치, 자격증 제도 운영 및 인증마크제 도입과 같은 부수적이고 과시적인 지표 제시에 치중하여 있다. 또한 수립 과정에 민간단체 등 시민사회의 의견수렴 절차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도 다른 국가기본계획들의 수립과정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오늘 부실한 결정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행안부에 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통과된 후 연내 작성하기로 되어 있었던 첫 기본계획을 불과 두어달을 남겨두고 부랴부랴 만들었을 뿐더러 그나마 12월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수정의견으로 한달 남짓 수정한 결과가 이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 위원회 회의에서 수차례 지적되었듯이 부처간 의견 수렴이 매우 미약하여 행정부 전체의 계획이라기 보다 행안부의 계획에 그쳤다.
 
두번째 오늘 회의가 다소 난맥상을 보인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상이 분명하지 않은 측면에 있다는 것이다. 본래 법안에서 행안부의 부처 이기주의로 자기 부처 장관에게 일임하였던 권한들이 국회 법안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주어졌다. 그러다 보니 위원회가 행안부의 의견을 심의의결할 때, 수정의견은 가능한 것인지, 단지 자판기 심의만이 가능한 것인지 모호한 채로 남았던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은 향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법령상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을 통해 분명해져야할 것이고, 부족한 부분은 향후 법률 개정을 통하여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결정 자체의 방만함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계획안이 부실하다고 판단하였으면서, 치명적이지 않다던가, 행정부 일정이 촉박하다던가 하는 등의 이유로 행안부 원안의 흠결에 대하여 ‘봐주기’ 심의를 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위원회의 첫 행보를 바라보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이 위원회가 얼마나 행안부를 비롯한 행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제 역할을 해낼지 우려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2012년 1월 30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1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