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통과된 한미 FTA 저작권법 개정안의 문제점
– 위헌이며 불평등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무효다 –
지난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한미 FTA 협정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날 통과된 저작권법에는 위헌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은 이행하지 않는 내용을 우리만 일방적으로 이행하는 불평등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1. 11월 22일 날치기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한미 FTA 이행과 관련도 없는, 더구나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부칙 제4조). 개정안은 이미 2008년부터 보호기간이 만료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음반에 대한 권리를 회복시키고 있는데, 이는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제13조제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어서 법률로서의 효력이 없다.
2. 한미 FTA 협정의 발효를 위해서는 미국 역시 협정상의 의무를 자국법에 반영하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저작권법 관련해서만 최소 3개 분야에서 협정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1) 협정 제18.4조 제1항에서 규정한 ‘일시적 복제(저장)’과 관련하여, 이번에 대한민국 국회를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협정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미국의 저작권법(제101조)은 일시적 저장을 복제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법원 역시 버퍼 메모리에 1.2초 이하로 저정되는 것을 복제가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은 저작권법 제101조를 개정하여야 하는데, 11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이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치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2) 협정 제18.4조 제7항에서 규정한 ‘기술적 보호조치’와 관련하여, 국내 저작권법은 이미 한미 FTA 협정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 반면, 미국 저작권법(제1201조)은 협정의 내용보다 그 보호범위가 축소되어 있다. 미국은 자국의 법에 기초하여 협상 문안을 작성한 것처럼 협상을 벌이면서, 정작 자국의 법은 협상 문안보다 저작권 보호를 더 약화시킨 셈이다.
3) 협정 제18.10조 제28항은 양 당사국이 저작물의 불법 복제물에 대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을 밀거래하는 경우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미국 형법(제2318조)은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일 경우에만’ 형사절차가 적용되도록 하고 있어 협정문과 차이가 난다.
3. 저작권법 개정안은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이 ‘일시적 복제’ 조항에 의해 위축되지 않도록 그 예외를 두고 있으나, 저작권 침해인 일시적 복제와 그렇지 않은 일시적 복제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4. 협정 제18.10조(30.나.7))는 서비스 제공자에게 모니터링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저작권법은 P2P, 웹하드 업체에 대해 모니터링 및 필터링을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 유럽사법재판소도 저작권 보호를 이유로 서비스 제공자에게 필터링을 의무화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음에도, 국내에서만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형평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날치기라는 절차의 흠결을 그대로 반영하듯 이번에 통과된 저작권법은 조항의 의미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위헌임이 분명하므로, 이를 즉각 폐기한 다음 국회에서 처음부터 새로 논의하여야 한다. 또한 미국은 “협정의 규정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협정 제1.3조 의무 위반), 협정 발효를 위해 필요한 국내 절차를 아직 다 마치지 못했다. 이처럼 불평등하고 오류 투성이로 점철된 한미 FTA는 더 늦기 전에 당장 중단해야 한다.
2011년 12월 5일
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
* 문의 : 오병일 (02-774-4551, 010-2213-9199)
<첨부 자료>
1. 저작인접권 보호기간 소급 연장의 위헌성
지난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날치기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한미 FTA 이행과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헌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1) 개정 내용
개정안에서는 부칙을 통해 기존에 보호기간이 20년이었던 저작물의 저작인접권 보호기간을 50년으로 연장하면서, 이미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의 저작인접권까지 부활시켰다.
1986. 12. 31. 법률 제3916호에 따라 전부 개정된 「저작권법」(‘86년 저작권법’)은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을 20년간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1994. 1. 7. 법률 제4717호에 따라 일부 개정된 「저작권법」( ‘94년 저작권법’)에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을 50년간으로 규정하면서, 부칙에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은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하여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행된 실연․음반․방송의 저작인접권 보호기간이 연장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 결과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은 86년 저작권법에 따라 20년인 반면, 1994년 7월 1일 이후 발생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은 94년 저작권법에 따라 50년으로 적용된다. 이번에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을 1994년 7월 1일 이후 발생한 저작인접권과 같은 수준인 50년으로 설정하도록 한 것이다.
저작권법 개정안 부칙
제4조(저작인접권 보호기간의 특례) ① 제3조에도 불구하고 법률 제8101호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 부칙 제2조제3항의 개정규정에 따라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은 1994년 7월 1일 시행된 법률 제4717호 저작권법중개정법률(이하 이 조에서 “같은 법”이라 한다) 제70조의 개정규정에 따라 그 발생한 때의 다음 해부터 기산하여 50년간 존속한다.
② 같은 법 부칙 제3항에 따라 1987년 7월 1일부터 1994년 6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 중 이 법 시행 전에 종전 법(법률 제4717호 저작권법중개정법률 시행 전의 저작권법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따른 보호기간 20년이 경과되어 소멸된 저작인접권은 이 법 시행일부터 회복되어 저작인접권자에게 귀속된다. 이 경우 그 저작인접권은 처음 발생한 때의 다음 해부터 기산하여 50년간 존속하는 것으로 하여 보호되었더라면 인정되었을 보호기간의 잔여기간 동안 존속한다.
③ 제2항에 따라 저작인접권이 회복된 실연ㆍ음반ㆍ방송을 이 법 시행 전에 이용한 행위는 이 법에서 정한 권리의 침해로 보지 아니한다.
④ 제2항에 따른 저작인접권이 종전 법에 따라 소멸된 후에 해당 실연ㆍ음반ㆍ방송을 이용하여 이 법 시행 전에 제작한 복제물은 이 법 시행 후 2년 동안 저작인접권자의 허락 없이 계속 배포할 수 있다.
2) 음반제작자의 권리가 소멸한 음반 사례
○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사단법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17대 국회에 제출한 탄원서에 따르면, 87년 7월 1일~1994년 6월 30일에 발매된 음반은 약 5천개, 56,000 여곡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가 공동으로 기획하여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 선정된 음반 중에는 유재하, 들국화, 부활, 동물원, 봄여름가을겨울, 양희은, 이문세, 서태지와 아이들, 김광석, 듀스, 넥스트 등 34개가 포함된다.
작사자나 작곡가 등 음악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고 음반제작자 또는 실연가(가수, 연주자 등)의 권리만 존재하는 분야는 대부분 클래식 음반이며, 약 2천개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3) 문제점
○ 위와 같은 개정 내용은 한미 FTA 협정 이행과 무관하다. 이는 2011년 3월 25일 한선교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소급입법의 위헌성 문제가 제기되어 보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이 위헌의 소지가 있는 법률안을 한미 FTA 이행 법안에 은근슬쩍 포함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더구나 이는 한미 FTA 협정 내용과도 모순되는데, 한미 FTA 협정 제18.1조 제10항에 따르면, "이 협정의 발효일에 이미 공공의 영역에 속하게 된 대상물에 관한 보호를 회복하도록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1월 25일자 경향신문에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이는 협정문 해석 과정상의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 충분한 보호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미국 측의 FTA 협정 불이행 문제 제기로 협정 자체의 발효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협정문 제18.1조 제10항에서 이미 보호기간이 종료된 것에 대해서는 보호를 회복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나, 보호기간이 조기에 종료된 원인이 FTA가 이행을 의무화하고 있는 TRIPs 협정에 따르지 않은 데 있으므로 여전히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해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신뢰하기 힘들다. 2008년 정부가 애초에 발의했던, 한미 FTA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었다. 또한, 한선교 의원의 개정안에도 한미 FTA 협정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입법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다. 즉, 저작인접권자들의 요구에 의한 법안 발의이지, 한미 FTA 이행을 위해 발의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협정문에서 공공영역의 저작물에 소급적으로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없음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와 같은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킨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우려해왔듯이 한미 FTA로 인해 공공정책이 위축될 수 있음을 이미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1987년 7월 1일부터 1990년 12월 31일 사이에 발생한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은 이미 만료된 상태다. 이번 개정안은 이와 같이 보호기간이 만료되어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편입된 저작물에 대해서도 다시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해당 저작물의 이용자에게는 손해를 야기하게 된다. 아직 보호기간이 끝나지 않은 저작인접권의 경우에도, 조만간 저작인접권이 만료되리라는 이용자의 기대 이익을 침해하게 되지만, 특히 저작인접권이 만료되어 인접권자 허락없이 해당 저작물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에게는 명백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와 같이 소멸된 권리를 되살리는 소급 입법은 이미 형성된 법적 관계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한선교 의원안에 대한 국회의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개정안은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제13조제2항을 위반하여 이용자 및 온라인음원사업자 등의 재산적 지위를 박탈할 우려가 있"으며, "보호기간을 소급하여 연장할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법치국가의 원리를 위반하면서까지 이미 소멸된 권리를 회복시키기 보단 현행 법률하에 형성된 법률관계의 안정성과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개정안은 이전에 제작한 복제물은 법 시행 후 2년 동안은 저작인접권자의 허락없이 계속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복제물이 2년 내에 소진되리라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오프라인 형태의 유통이 아닌 온라인 상의 이용에는 적용되지 않아 경과조치로서의 효과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저작인접권이 만료된 음악을 사용한 다큐멘터리를 온라인을 통해 상영하고자 할 경우, 다시 인접권자의 이용허락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 위헌적인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하며, 국회에서 재논의되는 것이 마땅하다.
2. 미국의 한미 FTA 협정 미반영 문제
한미 FTA 협정의 발효를 위해서는 미국 역시 협정 내용을 자국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저작권법 관련해서만 최소 3개 분야에서 협정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1) 협정 제18.4조 제1항과 미국「저작권법」제101조: 일시적 저장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영구적인 복제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복제 행위에도 저작권이 미치도록 할 의무를 한미 양 당사국에 부여하였다. 즉, 협정 제18.4조 제1항은 “각 당사국은, 저작자·실연자 및 음반제작자가 어떠한 방식이나 형태로,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을 포함한다), 그의 저작물·실연한 음반 및 음반의 모든 복제를 허락하거나 금지할 권리를 가지도록 규정한다.”고 하여 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도 저작자 등의 권리(복제권)에 포함시키도록 하였다.
이러한 협정상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한국은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를 다음과 같이 개정하여 일시적 저장을 복제의 개념에 포함시켰다.
제2조 제22호: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미국은 일시적 저장을 인정하는 법 개정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한미 자유무역협정」이행법에는 미국 저작권법과 관련된 어떠한 개정 조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미국 행정부의 행정조치성명은 협정 “제18장(지적재산권)을 이행함에 있어서 법률상 또는 행정상 변경은 필요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미국 행정부는 협정 제18.4조 제1항에 따른 의무 이행을 위해 미국 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미국 의회 역시 이행법 제101조에서 이 행정조치성명을 승인함으로써, 미국 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그런데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이러한 태도는 협정 제18.4조 제1항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저작권법은 일시적 저장을 복제의 개념에 명확하게 포함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저작권법은 복제 행위를 직접 정의하지 않고, “복제물(copies)”과 “고정(fixation)”이라는 2개의 개념을 정의함으로써 복제권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즉,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에 따르면, “복제물”은 저작물이 고정된 유형물(material objects)을 말하고, “고정”이란 “저작물의 복제물에 대한 구현(embodiment)이 충분히 영구적이거나 안정적이어서 잠시 지속되는 것 이상의 기간(a period of more than transitory duration) 동안 그 구현을 지각하거나, 복제하거나, 기타 전달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요컨대,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의 “고정”은 2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지각, 복제, 전달’ 요소(이를 ‘PRC 요소’(perceived, reproduced or otherwise communicated test)라고도 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기간 요건’ 이다. 여기서 ‘기간 요건’은 저작물의 구현이 잠시 지속되는 것에 불과한 경우는 고정 개념에서 제외된다는 의미이다.
이 조항에 대한 개정이 있었던 1976년 미국 하원 보고서에 따르면, 저작물의 “고정” 개념에 ‘기간 요건’을 삽입한 의도는, 텔레비전의 화면에 잠시 투사되거나 컴퓨터의 메모리에 순간적으로 저장되는 경우와 같이 쉽게 사라지거나 잠깐 지속되는 복제를 제외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간 요건’을 두지 않고, ‘PRC 요소’만으로 “고정” 개념을 정의하면, 가령 거울에 저작물이 비치는 경우에도 저작물이 고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문제는 ‘기간 요건’에서 말하는 “잠시 지속되는 것 이상의 기간”이 양적으로 얼마의 기간을 말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명확성에 불구하고,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는 문자 그대로 일시적이기만 한 복제는 문언상 복제의 개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미국 법원은 저작권법 제101조를 문언과는 다르게 해석하는 듯한 판결을 한 바 있다. 즉, 미국 연방법원은 1993년에 컴퓨터의 램(RAM)에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로딩하는 것도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에서 말하는 복제물의 생성이라고 판결하였다(MAI Systems Corp. v. Peak Computer, Inc., 991 F.2d 511(9th Cir. 1993)). 이후 미국 법원은 이 MAI 판결을 지지해왔고, 그래서 미국「저작권법」은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인정한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2008년 미국 연방고등법원은 이러한 해석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즉, 법원은 저작물이 버퍼 메모리에 1.2초 동안만 저장되는 것은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에서 말하는 “고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MAI 판결과는 다른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Cartoon Network, LLLP v. CSC Holdings, Inc., 536 F.3d 121 (2d Cir. 2008)). 이 사건은 피고가 방송 콘텐츠를 웹하드에 저장해 두고 이용자는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방송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에 관한 저작권 침해 사건이다. 피고는 방송 콘텐츠를 버퍼 메모리에 순간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저장했는데, 방송 콘텐츠는 버퍼 메모리에 1.2초 이상은 저장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원고는 이것이 복제권 침해라고 주장했고, 연방지방법원은 MAI 판결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인용하였지만, 연방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1심 재판부는 “고정” 개념을 판단할 때 ‘기간 요건’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미국 법원은 한미 FTA에서 의무화하는 일시적 저장(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 포함)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 저작권법 제101조의 “고정” 개념을 수정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은 협정 제18.4조 제1항의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을 포함한다)” 구현된 것도 고정 개념에 포함되도록 미국「저작권법」제101조를 개정해야 한다.
2) 협정 제18.4조 제7항과 미국「저작권법」제1201조: 기술적 보호 조치
한미 FTA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 2목은 기술조치의 우회 그 자체에 관한 조항이 아니라, 기술조치의 우회를 위한 장치‧서비스에 관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3가지 유형의 장치‧서비스를 언급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한국어본)
7. 가. 저작자․실연자 및 음반제작자가 자신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사용하고 그의 저작물․실연 및 음반과 관련한 허락받지 아니한 행위를 제한하는 효과적인 기술조치의 우회에 대하여 충분한 법적 보호와 효과적인 법적 구제를 제공하기 위하여, 각 당사국은 다음의 인이 제18.10조 제13항에 규정된 구제에 대하여 책임이 있고 그 적용대상이 되도록 규정한다.
1) 보호되는 저작물 ․실연․음반 또는 그 밖의 대상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기술조치를, 알면서 또는 알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권한 없이 우회하는 인, 또는
2) 다음의 장치․제품 또는 구성품을 제조, 수입, 배포, 공중에게 제의, 제공 또는 달리 밀거래하거나, 다음의 서비스를 공중에게 제의하거나 제공하는 인
가) 효과적인 기술조치의 우회를 목적으로, 그 인이, 또는 그 인과 협력하여 그리고 그 인이 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행동하는 다른 인이 홍보․광고 또는 마케팅하는 것
나) 효과적인 기술조치를 우회하는 것 이외에는 제한적인 상업적 의미가 있는 목적 또는 용도만 있는 것, 또는
다) 효과적인 기술조치를 우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고안․제작되거나 기능하는 것
각 당사국은, 비영리 도서관, 기록보존소, 교육기관 또는 공공의 비상업적 방송기관 이외의, 어떠한 인이 고의로 그리고 상업적 이익 또는 사적인 금전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위의 행위 중 어느 하나에 관여한 것으로 판명되는 때에 적용될 형사 절차 및 처벌을 규정한다. 그러한 형사 절차 및 처벌은, 침해에 대하여 적용가능한 대로 제18.10조 제27항의 가호․나호 및 마호에 열거된 구제 및 권한을 그러한 행위에 준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 2목 가)는 기술조치의 우회를 목적으로 홍보‧광고 또는 판촉되는 장치‧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미국 저작권법 제1201조(a)(2)(C)에서는 장치‧서비스의 대상이 협정보다 더 좁다.
미국「저작권법」제1201조(a)(2)
§ 1201. Circumvention of copyright protection systems
…
(2) No person shall manufacture, import, offer to the public, provide, or otherwise traffic in any technology, product, service, device, component, or part thereof, that—
(A) is primarily designed or produced for the purpose of circumventing a technological measure that effectively controls access to a work protected under this title;
(B) has only limited commercially significant purpose or use other than to circumvent a technological measure that effectively controls access to a work protected under this title; or
(C) is marketed by that person or another acting in concert with that person with that person’s knowledge for use in circumventing a technological measure that effectively controls access to a work protected under this title.
왜냐하면, 첫째, 미국 저작권법은 ‘기술조치의 우회 목적’이 아니라, ‘기술조치 우회에 사용’이란 표현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협정의 ‘기술조치의 우회 목적’은 미국 저작권법에 규정된 ‘기술조치 우호에 사용’보다 적용범위가 더 넓다.
둘째, 협정에는 ‘홍보‧광고 또는 판촉’이란 3가지 행위가 열거되어 있는데, 미국 저작권법에는 ‘판촉’ 하나만 열거되어 있다. 협정문에는 ‘홍보’, ‘광고’, ‘판촉’이 각각 어떤 의미인지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3가지 행위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협정의 관련 규정은 미국 저작권법에서 유래한 것이고, 미국 저작권법에는 열거되어 있지 않은 ‘홍보’, ‘광고’를 협정문에 추가하였다면, 이는 양국 협상단들이 미국 저작권법과는 달리 해당 조항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협상 의도와 부합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협정 제18.4조 제7항 가호 2목 다)는 기술조치를 우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고안‧제작되거나 기능하는 장치‧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미국 저작권법 제1201조(a)(2)(A)는 기술조치의 우회를 주목적으로 고안‧제작된 장치‧서비스를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미국 저작권법의 규정 역시 협정의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첫째, 미국 저작권법은 ‘기술조치의 우회’만 언급하였기 때문에, 협정에서 ‘우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장치‧서비스를 모두 다 포함하지 않는다. 둘째, 미국 저작권법은 ‘고안 또는 제작된’ 장치‧서비스만 대상으로 하는 반면, 협정은 고안 또는 제작된 장치‧서비스 이외에 ‘기능하는(performed)’ 장치‧서비스도 포함한다.
11월 22일 날치기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한국의 저작권법은 한미 FTA 협정의 내용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미국 역시 자국의 저작권법 1201조를 개정해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2항
② 누구든지 정당한 권한 없이 다음과 같은 장치, 제품 또는 부품을 제조, 수입, 배포, 전송, 판매, 대여, 공중에 대한 청약, 판매나 대여를 위한 광고, 또는 유통을 목적으로 보관 또는 소지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를 목적으로 홍보, 광고 또는 판촉되는 것
2.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 외에는 제한적으로 상업적인 목적 또는 용도만 있는 것
3.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고안, 제작, 개조되거나 기능하는 것
3) 협정 제18.10조 제28항과 미국「형법」제2318조: 위조 서류 또는 포장
한미 FTA는 양 당사국이 저작물의 불법 복제물에 대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을 밀거래하는 경우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의무화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에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거나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도록 고안된 위조 라벨 또는 불법 라벨을 밀거래한 경우 형사 처벌이 적용되도록 의무화하였다. (협정 제18.10조 제28항)
“각 당사국은, 또한 최소한 다음에 대하여 알면서 행한 밀거래의 경우, 고의적인 상표위조 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형사절차 및 처벌이 적용되도록 규정한다.
가. 음반,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문학 저작물의 복제물, 영화나 그 밖의 영상저작물의 복제물, 또는 그러한 품목을 위한 서류나 포장에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거나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도록 고안된 위조 라벨 또는 불법 라벨, 그리고
나. 가호에 규정된 유형의 품목에 대한 위조 서류 또는 포장”
이에 따라 11월 22일 날치기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제104조의5를 다음과 같이 신설하였다.
제104조의5(라벨 위조 등의 금지) 누구든지 정당한 권한 없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저작물등의 라벨을 불법복제물이나 그 문서 또는 포장에 부착ㆍ동봉 또는 첨부하기 위하여 위조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배포 또는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
2. 저작물등의 권리자나 권리자의 동의를 받은 자로부터 허락을 받아 제작한 라벨을 그 허락 범위를 넘어 배포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다시 배포 또는 다시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
3. 저작물등의 적법한 복제물과 함께 배포되는 문서 또는 포장을 불법복제물에 사용하기 위하여 위조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위조된 문서 또는 포장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
그러나 미국은 모든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의 밀거래 행위에 대한 형사 절차를 적용하는 법 개정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한미 자유무역협정」이행법에는 미국 형법과 관련된 어떠한 개정 조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행정조치성명에서는 협정 “제18장(지적재산권)을 이행함에 있어서 법률상 또는 행정상 변경은 필요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미국 행정부는 협정 제18.10조 제28항에 따른 의무 이행을 위해 미국 형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미국 의회 역시 이행법 제101조에서 이 행정조치성명을 승인함으로써, 미국 형법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협정 제18.10조 제28항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형법」은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일 경우에만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형법」제2318조(c)(3)(G)는 위조 라벨 또는 불법 라벨이 부착·동봉 또는 첨부되는 ‘서류 또는 포장’에 대해, 이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인(copyrighted) 경우에만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형법」제2318조(c)(4)는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인 경우” 이 ‘서류 또는 포장’을 저작물의 불법 복제물에 사용할 때 형사 절차가 적용되도록 하였다. 미국「형법」에서 ‘서류 또는 포장’에 대해 ‘저작물일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 범죄를 연방 관할로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가 2006년에 발행한『지적재산권 범죄 기소하기(Prosecuting Intellectual Property Crimes)』에 따르면,「형법」제2318조 위반에 대한 연방 관할을 인정받으려면, 위조 서류나 포장인 경우에는 그 서류나 포장 그 자체가 저작물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비해 위조 라벨인 경우에는 이것이 연방법인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품목에 부착·동봉·첨부되기만 하면 연방 관할이 성립하도록 하여, 위조 라벨과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을 서로 다르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법무부의 형사 매뉴얼에는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일 것’의 요건에 대해 만약 불법 복제물에 등장하는 저작권 표시(copyright notice)와는 별개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에도 저작권 표시가 있는 경우가 이 요건을 가장 분명하게 충족하는 사례로 꼽고 있다.
이처럼 미국 형법 제2318조에서 ‘위조 서류 또는 포장’이 저작물이냐 아니냐는 형사 절차의 적용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결국 미국 형법 제2318조는 한미 FTA 제18.10조 제28항에 따른 의무보다 형사 절차의 적용 범위가 더 좁다. 이를 협정 상의 의무와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형법 제2318조(c)(3)(G)에서 “copyrighted”란 단어를 삭제해야 하고, 제2318조(c)(4) 전체를 삭제해야 한다.
3. ‘일시적 복제’ 예외 조항의 모호함
11월 22일 날치기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제2조에서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 상 복제로 규정하고 있다.
제2조 22.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런데 디지털 환경에서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복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 상 복제로 규정하면, 프로그램 실행이나 인터넷 이용을 위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와 인터넷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11월 21일자 해명자료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일시적 저장이 되는 경우는 동법 제35조의2의 ‘기술적 과정의 일부로서 복제물 제작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제35조의2(저작물 이용과정에서의 일시적 복제)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문광부가 일시적 복제의 예외라고 규정한 제35조의2 규정은 어떠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지 매우 모호하다. 우선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가 포함되는가? 아니면, 단서를 제외한 모든 행위인가?
그런데 단서 조차 모호하다. 제35조의2는 일시적 복제의 예외를 규정한 것인데, 이 조항은 다시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단서를 두고 있다. 즉,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상 복제로 규정(제2조 22)하고,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행위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도록 예외를 규정(제35조의2)한 후, 다시 예외의 예외(단서조항)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다. 즉, 일시적 복제를 포함하여 권리자 허락없는 복제를 저작권 침해로 규정한 것인데,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그 범위 내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저작권 침해라고 규정한 것이다. 저작권법은 어떠한 이용행위가 저작권 침해인지를 규정해주어야 하는데, 해당 조항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라는 것이 되어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즉,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일시적으로 복제하는 경우 중에 저작권을 침해하는 범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저작권 침해인 일시적 복제와 그렇지 않은 일시적 복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인터넷을 통한 저작물에의 접근 및 이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모호함은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 상 복제로 포함시킨 것에 기인한다.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정보에 대한 접근, 향유는 그 자체로 복제를 수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법 상 복제로 규정하는 것은 저작권자에게 ‘읽을권리’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점에서 책을 읽는 것이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처럼, 원래 저작권법은 권리자에게 ‘읽을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만일 일시적 복제를 수반하는 행위 중에서 저작권 침해로 규정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별개로 규정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복제 자체를 저작권법 상 복제로 규정하고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행위를 ‘예외’로 하려니, 즉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규정상의 모호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4. 필터링 의무화의 문제점 : 제104조
한미FTA 협정 제18.10조 30.나.7) 은 ‘이 호의 책임제한을 받는 자격은, 그러한 기술조치와 합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감시하거나, 침해행위를 나타내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필터링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사법재판소도 최근(11월 24일) 저작권 보호를 이유로 ISP에게 필터링을 의무화할 수 없다고 판결을 한 바 있다. 이는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저작권법은 제104조에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P2P, 웹하드 업체)로 하여금 권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필터링(저작물등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104조(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제공자의 의무 등) ① 다른 사람들 상호 간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저작물등을 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이하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라 한다)는 권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저작물등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권리자의 요청 및 필요한 조치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따른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범위를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서비스에 올라온 불법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요청에 의해 삭제하는 조치를 넘어, 서비스제공자가 항상적으로 이용자의 이용행위, 즉 트래픽을 모니터링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과 같이 서비스제공자에게는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동시에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조치이다. 또한 한미FTA 협정에서 이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고 미국에서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음에도, 국내에서만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형평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11-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