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국가정보원의 지메일 감청 충격적이다
– 헌법재판소는 위헌적 패킷감청 중단시켜야
지난 3월 29일 국가정보원이 행해온 ‘패킷감청’에 대하여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패킷 감청은 인터넷 전용회선 전체를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기법이며 그 포괄성으로 인하여 특히 인권침해적이다. 우리 단체들은 패킷 감청을 반대하며 이번 헌법소원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 왔다.
그런데 얼마전 헌법소원 청구인측에 도달된 국정원의 답변서는 참으로 충격적인 사실을 담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널리 사용되고 있는 외국계 이메일인 지메일(@gmail.com)에 대하여 국정원이 그동안 패킷감청 방식으로 감청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감청을 계속하기 위하여 패킷감청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정원은 위 답변서에서 "[감청 대상자들이] 우리나라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계 이메일(Gmail, Hotmail)이나 비밀 게시판 등을 사용하는 등 소위 ‘사이버 망명’을 조직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메신저나 블로그·미니홈피 등을 이용한 전기통신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포워딩 방식에 의한 감청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도 인터넷회선 감청은 불가피합니다."라고 주장하였다. 국정원은 헌법소원에 이르게 된 이번 패킷 감청에 대해서도 이러한 취지로 감청 영장을 청구하였고 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패킷 감청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패킷감청에 대한 허가는 국정원에 ‘포괄적 백지 영장’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유비쿼터스의 시대에 누군가의 인터넷을 감청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패킷 감청은 다른 감청과 달리 피의자와 대상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나의 회선을 여러 사람이나 여러 대의 컴퓨터가 공유하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 하에서, 밖에서 감청하는 입장에서는 현재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회선을 사용하는 사람이 피의자인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패킷감청을 통한 자료가 공개재판에서 피의자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나 수사자료로서 제출된 바도 거의 없다. 결국 정보수사기관이 패킷감청을 하는 것은 범죄수사를 위한 증거수집이 아니라 사찰과 감시를 위한 광범위한 정보수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정원의 감청 그 자체도 문제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식 집계에서도 국정원은 대한민국 전체 감청의 97%에 달하는 압도적 감청을 집행하고 있다. 국가정보원법상 국정원의 국내 범죄 수사가 제한받고 있음을 상기해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도 정보수사기관의 특성상 국정원의 무영장 감청이나 감청설비 등 많은 실태가 비밀에 싸여 있다. 최소 2000년대 초반부터 실시되었다고 전해지는 국정원의 패킷감청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도 2009년이 되어서였다. 우리는 아직도 패킷 감청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 감청 기관의 감청이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는지 국회도, 법원도, 이 나라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무소불위의 비밀 권력이 또 있겠는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패킷감청을 금지함이 마땅하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함부로 개인의 통신의 비밀을 이토록 마구 침해하는 일은 근절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2011년 9월 16일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포럼 “진실과 정의”, 한국진보연대]
201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