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찰은 불법 채증 중단하여야
오늘자(7/19)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경찰이 2001년부터 집회·시위 참가자의 사진을 찍어 ‘영상판독 시스템’에 입력해 관리해왔으며, 이렇게 모은 사진이 적어도 2만3000여명분에 이른다고 한다. 경찰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사진 찍힌 사람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경찰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내왔다. 시스템엔 판독 대상자의 사진과 함께 집회 이름·일시·장소·참가인원·불법행위 내용과 두발과 체형은 물론 옷차림까지도 입력돼 있고, 경찰청 정보1과가 관리한다고 한다.
가장 먼저 지적할 문제는 경찰의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채증이다. 경찰은 합법 집회를 비롯한 모든 집회시위 현장에서 대부분 사진을 찍는다. ‘불법’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증은 원칙적으로 영장이 있어야 하며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이 불가능할 때만 채증할 수 있다. 합법적인 집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불법적인 초상권 침해로서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경찰이 집회·시위 참가자의 사진을 대량으로 모아서 영상판독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보인권 침해이다. 경찰이 수사를 명목으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집적해서 무분별하게 신분증 사진과 대조해 보는 것은 기본권 침해 행위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의 채증과 영상 판독시스템의 운용에는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당사자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하여 열람·정정·삭제를 청구할 수 있는 방법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인권 침해 행위는 반드시 법률로써 통제할 필요가 있다.
영상판독 시스템에서 족집게처럼 신원을 파악하는 모든 과정도 보다 투명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우리 단체들은 지난 2008년 경찰서 출입 경력이 전혀 없는 촛불 시민들에 대하여 경찰이 채증 사진만으로 식별하고 소환하는 과정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꾸준히 추적하여 왔다. 올해 반값 등록금 집회와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식별과 소환 과정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 대하여 경찰이 국회와 법원에 밝힌 공식적인 답변은 전국의 경찰을 동원하여 "육안으로 아는 사람을 식별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답변을 신뢰하지 않는다. 경찰이 불법적으로 사진을 대조 및 식별하는 안면인식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경찰의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채증은 중단되어야 하며 영상 판독 시스템 뿐 아니라 그 식별 과정에 대한 모든 사항이 좀더 투명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 CCTV에 잡히는 모든 시민의 화상을 일상적으로 전과자·수배자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대조하려는 시도도 중단되어야 한다. 이는 범죄수사의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광범위하고 중대한 국민 정보인권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상시적으로 경찰의 수색 대상이 되는 사회는 민주주의 국가와 양립할 수 없는 경찰국가나 진배 없다.
2011년 7월 1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201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