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지식재산기본법 통과에 반대한다.
4월 18일(월),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소위에서 ‘지식재산기본법’ 대안이 의결되었다. 우리는 지난 17대 국회 당시 지식재산기본법안이 발의되었을 당시부터 이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취지와 내용이 유사한 법안을, 지난 2009년 11월 4일 국무총리실에서 입법예고하였을 당시에도 이를 비판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의 안은 그대로 국회에 제출되었고, 국회에서도 이 법안의 근본적인 문제는 검토되지 않은 채 심사소위를 통과하고 말았다. 지난 4월 12일, 지식재산기본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이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들은 모두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에 찬성하는 사람으로만 구성되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식재산기본법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 법의 통과를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지난 의견서에서도 밝혔다시피, 이 법안의 문제는 몇 개의 독소조항이 아니다. 이 법안이 전제하고 있는 기본 이념이 문제이다. 이 법안은 "지식재산의 창출, 보호 및 활용을 촉진하고 그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기본 정책과 추진 체계를 마련하여 우리 사회에서 지식재산의 가치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함으로 써 국가의 경제, 사회 및 문화 발전과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식의 ‘재산화’, 즉 배타적 사유화를 촉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을 많이 보유한 기업에게는 그것의 창출, 보호, 활용이 이득이될지 몰라도, 그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문화 발전과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와 국회가 대변하는 것이 기업의 이해관계가 아니라면, 당연히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이 초래할 ‘지식의 재산화’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학문과 문화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지식의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야하는 것 아닐까?
기술혁신과 콘텐츠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지식의 재산화를 촉진하면 기술혁신과 콘텐츠 생산이 이루어지나? 보유특허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특허 부여는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던가? 최근 많이 얘기되고 있는 ‘공유와 협업’을 통한 혁신과 콘텐츠의 생산은 어떻게 봐야하는가? 혹자는 최근 ‘특허관리전문회사의 공세’에 적극 대응할 필요를 얘기한다. 굳이 지식재산기본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현재의 특허법 하에서 이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이와 같은 ‘특허 괴물’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역시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이 법안은 현재는 지식기반사회이고,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지식재산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그것은 일부 독점 기업의 이익을 위한 논리이지,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논리가 아니다. 지식재산기본법은 기존 저작권법, 특허법 등이 추상적으로나마 추구했던 권리와 이용의 균형마저 형해화할 우려가 크다. 또한,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이 담보해야할 지식과 문화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훼손할 것이다. 우리는 지식재산기본법을 절대 통과시키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1년 4월 19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별첨>
– 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의견서 (2010.5.6)
– [국회의견서] 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의견서 (2006.11.1)
201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