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국회의견서]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의견서

By 2006/11/0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발 신 : 공공의약센터, 문화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평화마을피스넷,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시민행동, HIV/AIDS인권모임나누리+
수 신 : 국회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 및 국회의원 귀하
제 목 : 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의견서
담 당 :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 남희섭)
전 화 : 02-717-9551
일 시 : 2006. 11. 1
총매수 : 표지 포함 7매

1. 안녕하십니까.

2. 정보공유연대 IPLeft는 저작권과 특허를 포함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3. 현재 국회에는 2005년 11월 8일에 발의된 2개의 지식재산법안(정성호 의원안, 김영선 의원안)과 2006년 7월에 발의된 지식재산기본법안(이병석 의원안) 등 유사한 법률제정안 3개가 논의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11월 2일 오후 2시부터 국회산업자원위원회 공청회가 열립니다.

4. 그러나 이 법안은 기본이념과 국가의 책무 등 그 근본적인 내용부터 사실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정작 해야 할 정부의 역할은 포기한 채, 산업경쟁력이란 미명으로 지식의 상업화·상품화만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5.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으로 의견서를 작성해서 국회산업자원위원회에 제출합니다. 지식재산법안은 지식과 문화의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므로, 법제화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6. 첨부된 의견서를 확인하시어 법안 심사시 적절히 반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추가 및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정보공유연대 사무국(02-717-9551)으로 연락 주십시오.

<첨부> 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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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의견서
2006년 11월 1일

1. 들어가며

현재 국회에는 2005년 11월 8일에 발의된 2개의 지식재산법안(정성호 의원안, 김영선 의원안)과 2006년 7월에 발의된 지식재산기본법안(이병석 의원안) 등 유사한 법률제정안 3개가 논의되고 있다. 이 법안들의 기본 이념과 실체 규정들은 모두 일본의 지적재산기본법을 차용해 온 것으로 내용에 차이가 거의 없고, 추진 기구만 다를 뿐이다.

정성호 의원안과 김영선 의원안에 대해 과기정통위에서 지식재산부 또는 지식재산처를 신설하는 것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을 2006년 6월에 냈고, 이병석 의원안은 이 과기정통위의 의견을 수용한 형태이다.

이러한 경과에 비추어, 아래에서는 이병석 의원안을 중심으로 지식재산기본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다.

2. 기본이념의 문제점

법안은 ‘지적재산권’의 대상이라고 하는 것들과 지적재산권에 해당하지도 않는 것들(도메인 이름, 상호)을 모두 끌어안아 ‘지식재산’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포괄한 다음, 이것이 국가경제와 인류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러한 단정에 기초하여 법안은 지식재산의 창조, 보호, 활용 3가지를 핵심 정책으로 삼고, 이를 위해 모든 국가조직을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공공연구기관은 물론 심지어 사기업까지도 정책 수행을 위해 적극 노력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어떤 사고과정을 거치면 발명이나 저작물, 상호, 영업비밀, 도메인 이름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렇게 묶은 ‘지식’을 ‘재산’으로 만들고 이것을 권리로 보호하면 인류사회가 발전한다는 논리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법안이 제시하고 있는 3가지 정책은 바로 특허청이 추진하는 정책과제다. 특허청이 2006년에 발표한 4대 정책 과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심사·심판 서비스 수행’, ‘지식재산의 창출기반 강화’, ‘지식재산권의 활용 촉진’, ‘지식재산권의 보호 강화’이다. 어떻게 특허청의 정책과제가 국가 전체의 책무로 바뀌고, 대학교와 공공연구기관의 책무가 될 수 있으며, 사기업의 의무로 둔갑할 수 있다는 말인가?

3. 일본 고이즈미 내각의 전략을 따라가는 것이 한국의 국가 전략인가?

일본의 고이즈미 내각은 2002년에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하였고 2003년에는 지적재산전략을 담당할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하였다. 여기서 만든 일본의 지적재산전략대강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후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은 근면한 국민성과 중화학공업, 특히 가공조립형의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제품 제조’가 강점이었고, 그 토대는 구미의 기술을 도입, 개량하고, 강고한 팀웍을 살려 현장에서 생산기술을 향상시켜 나간다는 일본형 생산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저렴한 노동 단가와 생산기술의 향상을 배경으로 하는 아시아 제국 등의 추격, 글로벌 사회의 정보화 진전 등에 의하여 과거의 성공을 지지하는 경제모델로부터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결국 고이즈미 내각이 지적재산권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1990년대 들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일본의 산업경쟁력 저하와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돌파하려는 전략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1970년부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원천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생산현장에 적용하여 저가의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일구어왔던 일본이 90년대 들어 급격한 생산성 약화를 격자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이나 중국, 대만 등의 기술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전략은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다. 일본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사용했던 ‘사다리’를 개도국들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걷어차는 것이다.

지적재산을 확대하고 보호를 강화해야 많은 창작물이 생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은 언제나 이미 많은 지적재산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였다. 미국이 의약품 특허를 강조하는 이유는 미국 제약사들의 기술 수준이 낮아서 특허권 보호를 강하게 해야 의약품 개발의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특허를 확보할 의약품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적재산권을 강조하는 이유가 첨단 기술분야에서 경쟁력이 낮아 이를 높이기 위한 것인가? 절대로 아니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자기보다 경쟁력이 낮은 나라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을 때 그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나라는 없었다. 한미 FTA 협상에서 터무니없는 저작권 보호 강화를 요구하는 미국도 자국의 저작권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을 때에는 외국 저작물을 미국의 출판업자들이 ‘해적질’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해 주었다. 미국 저작권법이 외국 저작물을 차별한 것은 1790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20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저작권에 관한 최초의 국제조약인 1886년 베른협약에 100년이 넘게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이 베른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가 외국 저작물에 대한 내국민대우를 하기 싫어서란 점은 미국 저작권법 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다.

지적재산권의 보장이 없으면, 지적 ‘상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지적 상품을 독점하려는 거대 독점 기업들이 만들어낸 논리이다.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는지는 분명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개별 지식 상호간에 의존성이 높은 첨단기술분야일수록 특허권의 강화가 기술발전에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다. 또한, 가장 공격적인 지적재산권 강화를 주장하는 미국의 의회 보고서에서도 지적재산권 제도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손실보다 많은지는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제도의 정당성은 여전히 논란 중이라고 한다.

4. 변리사회와 특허청의 조직 이기주의로 추진되는 법안

지식재산기본법이 추진되는 동력 중 하나는 변리사의 직역 이기주의다. 즉,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확대를 위한 것이다. 현재 변리사에게는 특허침해 민사소송에 대해서는 대리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특허법원이 관할하는 행정소송에 대해서만 대리권을 인정받고 있다. 변리사회는 소송대리권을 확대하기 위해 그동안 행정소송에 대한 관할만 맡고 있는 특허법원을 민사소송까지 관할해야 한다고 관할집중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특허법원에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해 왔으므로 특허법원이 민사소송까지 관할하게 되면, 소송대리권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논리가 바로 재판의 전문화, 소송절차의 신속화이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강조하고 이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법안이 통과되면, 지적재산권자의 보호를 위한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이를 담당할 법원을 전문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된다. 실제로 법안에는 “지적재산권 관련 사건에 대한 소송절차가 보다 신속하게 진행되고 권리구제가 충분하기 이루어지도록 재판의 전문화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법안 제14조).

지식재산기본법이 추진되는 또 다른 동력은 특허청의 조직 이기주의다. 특허청의 주수입원인 특허출원, 상표출원을 더 많이 하도록 하고 특허와 상표가 대접받는 사회로 가면 자기들의 역할이 커지지 때문이다.

변리사와 특허청은 특허권을 얻으려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기 때문에, 될수록 많은 기술 지식을 특허출원하여 재산화하고 상품화하는 것이 조직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믿고, 이를 극대화하는 사회체제를 구축하려는 동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자기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하여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해 해야 할 사무의 대리를 업으로 하는 자이고(변리사법 제2조), 특허청은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무와 이에 대한 심사, 심판을 위해 만든 행정조직이다(정부조직법 제37조). 이에 따르면, 정작 특허청이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기술 지식을 독점화하려고 특허출원을 했을 때, 독점의 가치가 있는 기술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심사하는 것이다. 일종의 규제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바로 특허청이란 말이다.

지적재산권의 경제적 효용에 대한 결론이 없는 상태에서 일본을 모방한 지적재산권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 득이 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추진되는 이 법안은 지적재산권 강화로 이득을 보는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와 다를 바 없다.

5. 지적재산권 제도의 내재적 한계

지적재산권은 헌법 이전의 자연적 권리가 아니고 실정법상의 권리이며 따라서 입법권자에 의한 재산권 형성에도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한계는 바로 공익과의 균형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7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은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하며, 과학의 진보와 그 혜택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다음, 제2항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이 창조한 모든 과학적, 문화적, 예술적 창작물에서 생기는 정신적, 물질적 이익을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5조 제1항도 “이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의 다음 권리를 인정한다. (a)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b) 과학의 진보 및 응용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권리, (c) 자기가 저작한 모든 과학적·문학적 또는 예술적 작품으로부터 생기는 정신적, 물질적 이익의 보호로부터 이익을 받을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인권규범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나 과학의 진보, 응용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권리와 상호보완 관계에 있음을 밝힌 것이다. 2001년 12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UN 위원회에서는 “지적재산권법의 시행과 해석에 국제인권 규범이 융화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지식에 대한 사적 이익과 공공이익의 보호 사이의 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창작과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노력에는 사적 이익이 과도하게 충족되어서는 아니되며, 새로운 지식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을 향유할 공중의 이익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여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지적재산권 제도가 갖는 내재적 한계와 공익 사이의 균형은 법안에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권리의 창출과 보호 및 권리의 활용 3가지만 정책으로 삼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제도가 원래 의도했던 목적은 이 법안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고, 오히려 ‘지식’의 생산과 사회적 이용은 저해되고, 시장독점을 무기로 하는 ‘재산’의 덤불만 늘어날 것이다. 발명과 같은 기술 지식이나 저작물은 돌연변이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생긴다. 개별 지식들을 모두 재산권으로 만들어 사유지에 편입시키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하로 지식이 소비되는 ‘사유지의 비극’ 문제가 생길 수 있다.

6. 통합 추진 체계와 입법의 필요성 문제

미국이나 일본의 공격적인 지적재산권 전략에 대해 범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할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 추진을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이미 국무총리실에서 범정부차원의 대책 마련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총리실에서 추진하는 작업이 지나치게 권리의 보호에만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2004년부터 국무총리실에서 ‘지적재산권보호정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협의회는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 외교, 교육, 문화, 산자, 정통부, 예산처 차관, 관세, 경찰, 특허, 식약청장, 국정홍보처 차장을 정부 위원, 분야별 전문가 10명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 추진되어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범정부종합대책 수립의 필요성에 부응하기 위해 조직된 것이다.

따라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의 수립이 필요한 경우라면 국무총리실에서 필요에 따라 위와 같은 협의회를 구성하면 충분하므로, 지식을 재산화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려는 위험한 내용의 법안을 굳이 입법할 필요는 없다.

7. 결론

지적재산권 제도가 지식의 생산과 사회적 이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더라도, 제도의 운영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지적재산권을 통한 사유지의 담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산될 수 있는 지식,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의 공유지를 많이 확충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법안은 국가의 역할은 정반대로 규정하고 있다.

안전하지 않고 약효도 없는 의약품이 시장에 유통되었을 때 생기는 위험만큼이나, 독점의 가치가 없는 기술이 특허권을 통해 시장독점을 할 때 생기는 사회적 해악은 크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에서 정부가 할 역할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지식인지 아닌지를 엄격하게 가려내고, 지적재산권자가 시장에서 부당한 독점을 행사하는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역할이다.

정작 해야 할 정부의 역할은 포기한 채, 산업경쟁력이란 미명으로 지식의 상업화·상품화만을 부추기는 법안은 지식과 문화의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므로, 법제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2006년 11월 1일
이하 단체 연명

공공의약센터, 문화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평화마을피스넷,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시민행동, HIV/AIDS인권모임나누리+

200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