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연구·개발 위해 얼굴, 행동, 이동경로 등 개인정보 원본 활용법안 철회하라
– 기술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 훼손
– 특정기술 개발 위해 불특정시민들 실험·데이터 자원으로 삼아선 안 돼
1.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국토교통위원장 대안 2215411)」(이하,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10일 국토교통위원회, 같은 달 1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쾌속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연구·개발 단계에서 특정 개인정보가 포함된 영상정보를 익명처리나 가명처리 없이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우려가 크며,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될 법안이다.
2. 개정안은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자동차 제작자 등이 사람의 얼굴, 행동, 이동경로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영상정보를 동의 없이 그리고 비식별화 조치 없이 그대로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전제로 삼고 있는 최소수집, 목적제한, 비례성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예외로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개정안은 연구·개발 단계라는 이유로 이러한 예외를 정당화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자율주행자동차라는 특성상 연구·개발이라는 표현과 달리 실제로는 도로와 그와 접하는 일상 공간에서 지나는 시민 모두를 비자발적 실험 대상이자 데이터 자원으로 만들게 된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수집되는지 알 수 없고, 이를 거부하거나 통제할 수단도 제공받지 못한다. 이는 연구라는 목적으로 시민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3. 또한 개정안은 목적 외 이용 금지,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5년 후 파기 의무 등을 보호장치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사후적 통제에 불과하며, 그 이행 여부 역시 사업자의 내부 관리에 맡겨져 있다. 최근 SKT, KT, 롯데카드, 쿠팡 등 유수의 대기업들조차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렇게 수집 목적 외로 활용된 개인정보가 유출이나 남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또한 정보주체의 동의, 고지, 접근권, 삭제 요구권과 같은 선제적인 권리 보장은 전혀 마련되어있지 않다. 특히 연구·개발 단계의 데이터에 대해 최대 5년간 보관을 허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의 비례성 원칙에 심각하게 벗어난다.
4. 더 큰 문제는 이 개정안이 국토교통위원회가 선택한 ‘위원회 대안’이며 이미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와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산업 진흥과 기술 발전 논리가 입법 과정 전체를 지배했다. 이는 한국의 입법 과정에서 기술·산업 정책이 시민의 권리 보호보다 우선되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아예 AI 개발 목적으로 원본 개인정보를 목적외로 활용하려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 시민사회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나아가 기술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이 법이 이대로 개정된다면, 자율주행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인공지능·데이터 산업 영역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예외 입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선례가 만들어지는 순간 시민의 일상은 언제든 실험과 수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5. 기술 발전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개발이라는 이유로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을 훼손하고 우회하려는 이번 법 개정에 반대하며, 국회가 해당 법안을 재검토하고 개인정보 원본 이용을 허용하는 조항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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