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 심의에 부쳐
국가인권위원의 ‘탈’을 쓰고 인권을 짓밟는 언행 규탄한다!
“인권은 인간에게 보장되는 것이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2024년 6월 3일 전원위원회 회의 발언 중 –
지난 6월 3일에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를 현장에서 방청한 활동가들과 기자들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국가인권위원의 ‘탈’을 쓴 이충상, 김용원 두 상임위원의 반인권적이고 차별을 조장하는 막말과 유엔 인권이사회나 조약기구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이 유엔 회원국이라는 사실조차 부정하는 목소리가 쉼없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중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충상, 김용원 두 상임위원이 임명된 직후부터,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반인권적이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막말은 이제 도를 한참 넘어섰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지난 4월 4일에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에 제출할 인권위 독립보고서 안건을 심의하던 중, “개전의 가능성이 없으면 사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라고 발언하더니 이제는 인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는 사람과 인권이 보장될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나누겠다는 발언까지 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인간은 누구나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설령 국가인권위원 개인이 그동안 사형제 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더라도 국가인권위원으로 활동한다면, 사형제 폐지에 관한 국제사회가 인권의 원칙으로 합의해온 내용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김용원 상임위원은 사형제 폐지에 대해 아예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생명권을 존중하고 지켜내려는 유엔과 전세계의 노력과 합의들을 짓밟았다.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용원 상임위원은 6월 10일로 예정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할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 마감시한을 앞두고 심의가 시급한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에 제출하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미흡한 점을 왜 지적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독립보고서 심의와 제출이 급한 일이 아니라는 유엔 조약기구 심의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할은 정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 하여금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은밀하게 자신을 임명한 정부를 보호하려 했던 인권위원들이 있긴 했지만 이토록 노골적으로 자신이 속한 국가인권기구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인권위원은 없었다. 김용원 위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용원 위원은 “인권위원의 탈을 쓴 인권위원회 파괴자”이다.
이미 우리는 김용원 상임위원이 국가인권위원으로서의 자격 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자격도 없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해왔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시민단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신이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관한 사건조사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공기관인지 의심된다면서 이 조사고보서 공개에 관여한 직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며 협박하였다. 사건조사결과보고서를 통해 자신이 군인권보호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적반하장으로 직원들을 협박하는 비열함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은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직원까지 공격하는 것도 모자라 정보공개청구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발상까지 하고 있다.
김용원 상임위원뿐만이 아니었다. 이충상 상임위원 역시 특유의 인권감수성이 결여된 막말을 이어갔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김용원 상임위원의 언론 보도 공격에 편승하면서 “ 박원순 시장이 여성을 강간하지 않았는데도 강간했다는 언론보도”와 같다며, 공개된 사건조사보고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도 틀린 강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보도한 언론을 비판했다. 누구나 방청할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공개 전원위원회 회의 중에 국가인권위원이 언론보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참담한 일이다.
김용원 상임위원과 이충상 상임위원뿐만이 아니다. 동료 국가인권위원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처리에 있어서 소위원회에서 한 명만 반대해도 기각되도록 운영규칙 개악에 앞장서고 있는 한석훈 국가인권위원도 문제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독립보고서 심의에서도 국제사회가 그동안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고 이룩해온 인권의 기준과 합의들에 대해서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렇게 국제인권기준들에 대해 반대할 것이라면, 왜 국가인권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하는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권고가 빠진데 이어, 이번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독립보고서에서도 국가보안법과 테러방지법 등의 각종 인권권고들은 기존보다 후퇴하였고, 군형법 92조 6항 폐지 권고는 아예 삭제되었다. 기존 국가인권위원회 입장을 지키지도 못하고 후퇴만 거듭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상황이 심히 개탄스럽다. 인간에 대한 존중 위에서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간데 없고, 인권을 짓밟는데 오히려 앞장서는 국가인권위원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엄중히 경고한다. 인권을 짓밟고 소수자들을 모욕하고 폄훼한 모든 국가인권위원들에게 그들이 모욕한 인권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24.6.4.
경로이탈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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