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의약품과 자료독점권(Data Exclusivity)
제네릭의약품은 오리지널의약품과 대별되어 사용되기도 하고, 특허의약품과 대별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전자는 의약품판매허가와 관련이 있는데, 오리지널의약품의 ‘활성성분(active ingredient)’과 동일한 화합물을 포함하여 오리지널의약품과 같은 효과를 가지는 의약품을 의미하고, 후자는 특허받은 의약품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으로 보이는 의약품을 통상 일컫는 말이다. 의약품의 판매허가제도와 특허제도는 분명 다른 것이나 제네릭의약품이 두 제도에 모두 연관되어 사용되는 이유는 이 두 제도가 의약품의 독점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의약품 판매허가제도와 특허제도에서 통용되는 제네릭의약품은 두 제도가 보장하는 독점에 의해 더 이상 보호받지 않고 첫 번째 제약회사(오리지널의약품 제조회사 혹은 특허의약품 제조회사)외의 다른 회사에 의해 복제 혹은 생산될 수 있는 의약품을 의미한다. 그러나 판매허가기준과 특허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두 제도에서 기인하는 제네릭의약품의 대상과 범위는 다를 수 있다. 의약품 판매허가제도에서는 오리지널의약품의 판매허가를 받기위해 제출하는 안전성, 유효성 등에 관한 임상자료를 다른 회사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제네릭의약품의 판매시기를 늦춤으로써 오리지널의약품의 독점을 보장하고 있다. 이것이 자료독점권이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동안 의약품 단일시장을 완성하기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이를 위해 각 회원국마다 다른 의약품 판매허가제도를 단일화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미국과 경쟁적으로 전세계의약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의 연구기반 제약사들이 미국으로 본거지를 옮기는 상황과 보건의료비용을 줄이기위해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는 상황간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2001년부터 약사법의 포괄적 개정을 시도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료독점기간과 제네릭의약품의 범위는 첨예한 쟁점이 되었다.
EU의 약사법 개정의 역사
첫 번째 유럽의약품지침(Directive 65/65/EEC1)은 1960년대 초반에 있었던 “탈리도마이드 참사”로 인해 만들어졌다.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 명이 넘는 기형아를 출산하였으며, 특히 유럽에서만 8천명이 넘었다. 의약품 부작용의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는 이 참사로 인해 높은 수준으로 공중보건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럽의약품지침이 처음 만들어졌다.
10년 후 두 번째 역사적인 지침(75/318/EEC2; 75/319/EEC3)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각국의 서로 다른 판매허가제도하에서 상호인정을 하는 것이다. 이후 의약품에 대한 유럽전체의 단일시장을 목적으로 수많은 지침이 마련되었고, 1995년에 이르러 의약품 판매허가에 대한 새로운 유럽 시스템이 발효되었다(Regulation 2309/936; Directive 93/41/EEC). 그것은 유럽의약청(EMEA)를 설립하여 “단일화된” 판매허가과정을 마련하여 “상호인정”과정과 함께 유럽에서의 두 가지 의약품 판매허가경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EU의 의약품 판매허가 절차 1995년 유럽의약청(EMEA)을 설립하여 EU내 단일 허가절차(Centralised Procedure)를 마련하고, 1998년부터 의약품 인허가의 상호인정절차(MRA)제도를 도입하였다.
○ National Authorization(decentralised Procedure) -EU회원국들의 국가별 허가제도속에서 상호인정제도를 둠 -유럽 여러국가에 판매하려고 할 경우 국가별 제품평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함.
○ Community Authorization(Centralised Procedure) -유럽의약청(EMEA,Europeon Agency for the Evaluation of Medicinal Product) 산하기구에서 서류검토하여 유럽전체에 판매허가를 함 -허가대상의약품을 선정함. 주로 생명공학제품 및 혁신적 기술로 제조된 의약품에 적용
2001년 7월에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유럽 약사법의 포괄적인 개정을 제안하였는데, 개정의 주요목적은 EU회원국 시민들의 보건의료에 대한 필요(healthcare needs)와 제약산업 경쟁간의 균형, 그리고 단일시장의 완성이었다. 이를 위해 유럽 약사법에 대한 의무적 재검토가 2001년 7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진행되었는데, 재검토의 주요대상은 자료보호기간, 판매허가절차, 의약품 감시(pharmaco-vigilance), 환자의 알권리(information to patient)였다. 유럽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의약품 관리에 대한 법률적 뼈대인 규칙(Regulation 2309/93)과 가축용, 인간용 의약품을 다루는 두 개의 지침(Directive 2001/82, Directive 2001/83)의 개정을 고려하였다.
2001년에 시작된 의약품 재검토는 “의약품조항과 혁신에 대한 고위급 그룹(High Level Group on Innovation and Provision of Medicines)” 혹은 “G10 Medicines Group”의 권고를 구체화하였다. 이 그룹은 2001년 3월에 Enterprise Commissioner Erkki Liikanen와 Health Commissioner David Byrne에 의해 만들어졌다. G-10 Medicines Group은 두 부류의 위원들로 구성되었다. 제약산업, 건강보험산업의 리더들, 환자대표와 보건, 산업 장관들이었다. 2002년 5월 7일에 G10 Medicines Group은 제약산업에서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권고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럽위원회는 2003년 7월 1일에 이 최종보고서에 대한 의사(Communication)를 제출했다. ‘A stronger European-based pharmaceutical industry for the benefit of the patient’란 제목의 유럽위원회의 제안서는 의약품 통합시장 활성화,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 연구기반 강화 등을 목표로 개정안의 골자가 되었다. 유럽의회(EP, European Parliament)는 2003년 12월 17일에 의약품 허가에 대한 규칙(Regulation)과 가축용, 인간용 의약품을 다루는 두 개의 지침(Directive)을 수용하였으며, 이를 유럽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가 2004년 3월 11일에 승인하였다. 2005년 11월부터 유럽의 새 약사법은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1990년대에 단일허가절차와 상호인정절차를 만들어 유럽 의약품 단일시장을 만들기 위한 기본틀을 만들었다면 2000년대에는 국가별로 상이한 신약의 자료독점기간을 확대, 단일화하고, 의약품 허가절차를 개혁하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허가취득을 좀 더 용이하게 하여 단일시장의 완성을 꽤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EU의 의약품자료독점권
EU에서의 자료독점은 1987년에 몇몇 나라에서 불충분한 제품특허(insufficient product patent)를 보상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TRIPS협정(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이 WTO회원국들에게 20년간의 특허보호기간을 비롯하여 특허권 보호의 최소기준을 강제함으로써 특허제도의 전 세계적인 통일화가 이뤄졌다. 그리하여 유럽 각국은 대부분 20년 동안 특허권을 보호하고 있으나, 자료독점기간과 관련해서는 그리스의 6년에서부터 프랑스의 10년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이고 있었고, 특히 폴란드 등의 신흥 유럽회원국들은 대부분 6년의 자료독점기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2000년대 유럽 약사법 개정을 통해 자료독점권에 대한 확대, 통일화를 이룬 EU는 미국의 자료독점권보다 더 강력한 공식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이렇듯 자료독점권은 특허권과 더불어 의약품독점을 강화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2001년 7월 18일 브뤼셀에서 유럽위원회(EC)가 유럽 약사법에 대한 포괄적인 개정제안을 수용하면서 시작된 의약품 재검토의 주요대상은 자료보호기간, 판매허가절차, 의약품 감시(pharmaco-vigilance), 환자의 알권리(information to patient)였는데, 이들 중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대립적인 이슈는 자료독점기간의 확대 및 통일화였다. 2003년 개정의 과정에서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정의가 처음으로 이뤄지게 되었는데 메이저제약사와 제네릭 제약사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었다. 그 논란은 자료독점기간에 집중되었다. 제네릭의약품의 판매허가 취득시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럽위원회(EC)는 제안서에서 자료독점기간을 10년이 되도록 새 법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메이저 제약업계의 입장을 대변하였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대부분 6년의 자료독점기간을 유지하고 있던 신흥 회원국들은 그들 국가의 보건의료예산에 지나친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란드 옵저버는 최근의 약사법의 변화가 그들 국가에서 연간 4억 유로만큼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독일의 사회주의자 MEP인 Dorette Corbey가 신흥 회원국들에서 공중보건 위기가 닥쳤을 경우 자료독점기간을 6년까지 감소시킬 수 있도록 지침의 개정을 제시하였으나, 2003년 11월 27일 유럽의회 공중보건위원회(Public Health Committee of the European Parliament)에서 거부되었다.
결국 2003년 12월 17일 유럽의회는 8+2+1 공식을 따르는 자료독점기간을 정하고, 의약품(medicines), 제네릭 의약품(generic medicinal products), 생물학적 제품(biological products), 경계가 불분명한 제품(borderline products)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그리고 단일허가과정의 대상으로 에이즈, 암, 신경손상 질병, 당뇨를 치료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을 포함하게 되었고, 이 리스트는 규칙이 발효된 지 4년 후에 다른 질병으로 확대되도록 했다. 8+2+1이라는 공식은 8년의 자료 독점, 2년의 마케팅 독점, 그리고 추가적 1년은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자료 독점기간을 뜻한다. 8년이 경과한 후 2년 동안 자료공개를 허용하고 카피품목을 생산하고 그 시판허가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카피품목을 판매하지는 못하도록 제한하였다(shall not be placed on the market until ten years have elapsed from the initial authorization of the reference product). 만약 8년의 자료독점 기간 내에 새로운 치료적응증(new therapeutic indications)이 허가되면 자료독점기간은 1년 더 확대될 수 있다. 즉 마케팅독점기간은 최대 11년. 8+2+1의 기간이 끝나야 제네릭 의약품을 시판할 수 있게 되는데, 오리지널의약품과 활성성분(active substances)과 형태(form)가 같고 생물학적으로 동등함을 입증하면 안전성, 유효성 등 임상시험자료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는 결과만 제출하면 오리지널의약품과 동일하다고 취급할 수 있는 화합물 즉 제네릭의약품의 범위에 신규화합물의 다른 염, 에스테르, 에테르, 이성질체, 이성질체의 혼합물, 착물, 유도체를 포함시켰다. 생물학적동등성을 증명할 수 없거나 활성성분(들), 치료적 적응증, 길이(strength), 형태, 경로(route of administration)에서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오리지널의약품에 비하여 적절한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해야한다. 또 활성성분을 포함하여 혼합을 한 의약품의 경우, 그 혼합과 관련한 새로운 임상적 시험결과를 제출해야한다. 그러나 각 활성성분에 대해서는 제출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오리지널제약사에게는 자료독점기간을 11년으로 확대시켜주는 대신, 제네릭의약품의 정의를 분명히 함으로써 오리지널제약사와 제네릭 제약사간의 분쟁의 소지를 없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자료독점권
우리나라는 식약청 고시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과 약사법시행규칙 제30조에서 자료독점권을 보장하고 있다.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이 되는 의약품은 신약과 자료제출의약품으로 분류되는데, 화학구조 또는 본질조성이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약품이나 그 신물질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한 복합제제의약품을 신약으로 정의하고, 새로운 효능군 의약품(이성체 및 염류 등 포함), 유효성분의 새로운 조성 또는 함량만의 증감(이성체 및 염류 등 포함), 새로운 투여경로 의약품, 새로운 용법․용량 의약품 등을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정의하여 각각 제출해야 할 자료를 정하고 있다. ‘이미 허가(신고)된 바 있는 품목과 유효성분의 종류, 규격 및 분량(액상제제의 경우 농도), 제형, 효능․효과, 용법․용량이 동일한 품목’에 대해서는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식약청 고시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과 약사법시행규칙 제30조에 따르면 신약,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 및 투여경로가 다른 전문의약품에 대해서는 6년간, 다른 효능을 추가한 전문의약품에 대해서는 4년간의 신약재심사기간동안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재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재심사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과 동일한 품목의 의약품을 허가받고자 할 때에는 최초 허가 시 제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서 이와 동등범위 이상의 자료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자료독점권을 보장하고 있다. 최초 허가자 또는 원개발사로부터 자료사용이 허여된 경우와 재심사기간 종료 후 품목허가 받을 것을 조건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즉 신약재심사기간동안 신약재심사대상의약품과 동일한 품목의 의약품을 허가받고자한다면, 원자료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여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게 함으로써 시판을 막는 것이다. 유럽연합과의 차이는 자료제출면제대상과 자료독점기간이다. 유럽연합이 안전성.유효성 자료제출 면제대상이 더 넓은 반면 자료독점으로 인한 마케팅독점기간이 최소 4년, 최대 5년 더 길다.
표1. 자료독점권 대상과 기간
유럽연합 |
한국 |
|
안전성‧유효성 관련 자료제출면제대상 |
-신규화합물의 다른 염, 에스테르, 에테르, 이성질체, 이성질체의 혼합물, 착물, 유도체를 같은 활성성분으로 취급하여 제네릭 의약품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있음 -자료독점으로 인한 최대 마케팅독점기간은 11년 |
-제네릭 의약품의 정의가 불명확함 -자료독점으로 인한 최대 마케팅독점기간은 6년 |
자료 제출 범위 |
|
|
세계 최고의 의약품 독점제도
한EU FTA협상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은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이 얻어낸 것보다 불리한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FTA협상에서 특허-허가 연계, 특허심사과정과 판매허가과정에서 지연된 기간만큼 독점기간 연장 등 의약품 독점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항이 대부분 완성되었기 때문에 유럽연합은 주로 미국보다 더 강력한 자료독점권을 요구할 것이다. 유럽연합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원자료(original data)에 대한 독점권이 충분하지 않다고 불평해왔다.
자료독점권은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재검토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독점연장의 수단일 뿐이다. 오리지널의약품이 기존의약품에 비해 치료 효과적 측면에서 신약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을 재검토하는 것과 원자료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또한 신약재심사기간동안 신약은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토를 명목으로 생물학적으로 동등함을 입증할 수 있는 제네릭의약품의 판매를 막을 명분이 없다. 한편 자료독점권과 특허권은 각각 허가제도와 특허제도에서 기인하지만 그 기준은 서로 연계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FTA협상결과나 미국의 상황에서는 특허권의 기준인 신규성, 진보성, 산업가능성의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특허와 허가가 연계되면서 신약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존의약품보다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한미약품이 출시한 비만치료제 슬리머(메실산 시푸트라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신약재심사라는 명분으로 보장된 자료독점권은 특허권과 더불어 의약품독점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키기 위한 오리지널제약회사와 제네릭 제약회사간의 각축의 산물일 뿐이다. 슬리머는 애보트사의 비만치료제 리덕틸(염산 시푸트라민)과 다른 염을 가졌으나 활성성분이 같은 의약품이다. 슬리머는 자료제출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신약과는 달리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자료 일부를 제출해야한다. 한미약품은 "슬리머 캡슐은 리덕틸의 염(의약품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쓰이는 성분)을 변경해 개발한 치료제로 리덕틸의 주성분이 `염산 시부트라민’인데 반해 슬리머의 주성분은 `메실산 시부트라민’으로 어디까지나 별개의 품목"임을 강조하면서 특허등록을 하고, 임상시험을 별도로 진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환자입장에서는 리덕틸이나 슬리머나 같은 약일뿐이다. 슬리머는 2002년 10월 최초로 특허 출원된 후 현재 한국, 미국, 호주 등 6개국에 특허가 등록된 상태다. 한미약품은 2004년 11월부터 시작된 권리범위확인심판(특허심판원)과 권리범위확인불복심판(특허법원), 2005년 7월부터 시작된 특허권침해금지소송(서울지방법원)에서 승소해 애보트사와의 특허분쟁에서도 모두 승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슬리머 출시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리덕틸의 재심사기간이었다. 결국 슬리머는 리덕틸의 재심사기간이 끝난 2007년 7월에 출시되었다. 슬리머가 리덕틸에 비해 용해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유럽식으로 자료독점권이 보장될 경우 슬리머의 출시는 2012년 7월까지 미뤄지게 되는 것이다.
의약품독점을 연장시키기 위한 각축장에서 배제되는 것은 환자의 건강권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 매출 순위 1위 제품인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Lipitor)’가 2004년 매출액만 108억 달러(약 11조)를 기록했고, 화이자사 전체 매출(525억 달러)의 1/5을 차지했다. 리피토의 독점기간이 하루만 늘어도 301억 원이다. 따라서 오리지널제약사는 독점기간을 하루라도 연장하기위해 제네릭 의약품 출시를 막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오리지널회사의 추가이윤은 고스란히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고, 돈이 없는 환자는 연장된 독점기간만큼 치료를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기간이나 임상시험기간이 길거나 판매허가절차에 소요된 기간이 길어서 시판 후 남은 특허기간이 짧은 경우, 어떤 종류의 특허권도 갖지 않은 의약품의 경우에도 자료독점기간에 의해 시장독점을 연장시킬 수 있다. 또한 자료독점기간동안 의약품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막는 효과가 있다. 2003년 한국 식약청의 조사에 따르면, 신약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었으나 신약재심사제도(PMS)로 보호되는 품목은 물질 특허 26건(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항파킨스치료제 ‘리큅정’ 등), 방법 특허 81건(한국릴리의 당뇨병 치료제인 ‘액토스정’, 항암제 ‘젬자’, 한국노바티스의 ‘트리렘탈필림코팅정’ 등)으로 모두 100건이 넘는다. 유럽의 자료독점권으로 인한 판매독점기간이 최대 11년이므로 이런 경우의 수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항암제인 Taxol이 특허권이 없었지만 자료독점으로 인해 시장독점을 보장받았다. 한미FTA 의약품협상결과에 더해 8+2+1방식의 자료독점권을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의약품독점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참고] 자료독점권 관련 EU의 규정과 지침
① 2004년 규정 요약 14조 11항 이 규정(Regulation)에 따라 허가된 인간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은 8년의 자료보호기간(data protection)과 10년의 마케팅 보호기간(marketing protection)으로부터 혜택을 받게 된다. 판매허가 소유자가 10년 중 첫 8년 동안 하나이상의 새로운 치료적 적응증(new therapeutic indications)에 대해 허가를 받는다면 마케팅 보호기간은 최대 11년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② 2004년 지침 요약 10조
1항. 신청자는 그 의약품이 유럽공동체에서 혹은 회원국내에서 8년 이상 6조하에서 허가되었거나 존재하는 참조의약품의 제네릭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전임상시험(pre-clinical tests)과 임상시험(clinical trials) 결과를 제공하도록 요구받아서는 안 된다. 이 조항에 따라 허가된 제네릭 의약품은 참조제품의 첫 허가로부터 10년이 경과할 때까지 시장에 나와서는 안 된다. 첫 하위항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신청이 제출된 회원국내에서 참조의약품이 허가되지 않았다면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경우 신청자는 참조의약품이 있거나 허가된 회원국의 이름을 신청 형식에 표시해야한다. 신청이 제출된 회원국의 관할당국에서 요구가 있을 때 다른 회원국의 관할당국은 참조의약품의 전체 구성과 필요하다면 다른 관련 문서와 함께 참조의약품이 존재하거나 허가되었다는 확인서를 1달 내에 전달해야한다. 두 번째 하위항과 관련된 10년 기간은, 10년 중 첫 8년 동안 판매허가 소유자가 기존 치료와 비교하여 상당한 임상적 혜택을 가져오는 치료적 적응증에 대해 하나이상 허가를 받으면 최대 11년까지 확대해야 한다.
2항. 이 조의 목적을 위해 (a) "참조의약품(reference medicinal product)“은 8조에 따라 6조하에서 허가된 의약품을 의미해야 한다. (b) "제네릭 의약품(generic medicinal product)“은 활성성분(active substances)이 질적, 양적으로 참조의약품과 같은 합성(composition)과 같은 형태(form)을 가지고, 참조의약품과의 생물학적동등성(bioequivalence)이 적절한 생물학적 연구에 의해 증명된 의약품을 의미해야 한다. 다른 염, 에스테르, 에테르, 이성질체, 이성질체의 혼합물, 착물 혹은 활성성분의 유도체는 안전성과(혹은) 유효성에 관련된 특성에서 상당히 다르지 않다면 같은 활성성분으로 여겨져야 한다. 그와 같은 경우 다양한 염, 에스테르 혹은 허가된 활성성분의 유도체의 안전성과(혹은) 효과성의 증거를 제공하는 추가적인 정보가 신청자에 의해 제출되어야 한다. 다양한 즉시-방출(immediate-release) 경구 의약품의 형태는 같은 형태로 여겨져야 한다. 제네릭 의약품이 적절한 구체화된 가이드라인에 정의된 대로 관련된 범위를 충족시킨다는 것을 신청자가 증명할 수 있다면 생물학적 연구는 요구될 필요가 없다.
3항. 의약품이 2(b)항에 제시된 대로 제네릭 의약품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거나 생물학적동등성이 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될 수 없는 경우 혹은 활성성분(들), 치료적 적응증, 길이(strength), 형태 혹은 경로(route of administration)에서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참조의약품에 비하여 적절한 전임상시험 혹은 임상시험 결과가 제출되어야 한다.
4. 특히 원물질(raw materials)과 관련한 차이 혹은 생물학적의약품과 참조생물학적의약품의 제조과정상의 차이에 기인하여 참조생물학적의약품과 비슷한 생물학적의약품(biological medicinal product)이 제네릭 의약품의 정의에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조건과 관련한 적절한 전임상시험 혹은 임상시험 결과가 제출되어야한다. 제출되는 추가자료의 양식과 양은 주석I에 기술된 관련기준과 관련가이드라인에 따라야한다. 참조의약품의 서류에서 다른 시험결과는 제공되어서는 안된다.
5. 1항에 규정된 조항에 추가하여 안정된 성분(well-established substance)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이 신청된 경우 상당한 전임상 혹은 임상연구가 새로운 적응증과 관련하여 수행되었다면 1년간의 비누적적인 자료독점(data exclusivity)기간이 허락되어야 한다.
6. 1, 2, 3, 4항의 신청 목적으로 필요한 연구와 시험 그리고 중대한 현실적 요구을 수행하는 것은 특허권이나 의약품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 증명서와 상반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아래 조가 삽입되어야 한다. 10a조 주석에 달린 조건의 견지에서 인정된 효과와 수용할 만한 수준의 안전성과 함께 그 의약품의 활성성분이 최소 10년간 공동체내에서 안정적인 의약적 사용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신청자는 전임상 혹은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받아서는 안된다. I. 그 경우 시험과 임상결과는 적절한 과학적 문헌(논문)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10b조 치료목적을 위해 지금까지 혼합에 사용되지 않았고 허가된 의약품의 합성에 사용된 활성성분을 포함하는 의약품의 경우, 그 혼합과 관련한 새로운 전임상 시험 혹은 새로운 임상적 시험결과가 8(3)(i)조에 따라 제출되어야한다. 그러나 각 활성성분과 관련한 과학적 참조는 제공할 필요가 없다.
10c조 판매허가소유자는 활성성분의 측면에서 같은 양적, 질적 합성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는 다른 의약품과 관련한 이후의 신청을 시험하기위해 그 의약품에 대한 파일에 포함된 전임상과 임상적 문서를 사용하도록 허락할 수 있다.
2008-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