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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에 대한 짧은 단상

By 2010/06/1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준이

기존의 게시판, 관리자, 중앙집중식 운영의 인터넷

우리는 인터넷을 통하여 많은 정보들을 주고받고 토론을 한다. 때로는 2002년 발전노조의 파업때처럼 투쟁에도 활용을 하고 2002년 남한에서의 월드컵과 효 순, 미선이의 죽음, 대통령선거 등을 통해 보았듯이 개별적으로 뿔뿔이 흩어 진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쟁점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 결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배권력과 집권세 력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이른바 넷티즌을 무책임한 부류의 인간들로 사고를 했다면 현실의 여러가지 계기를 통하여 이러한 식의 사고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근에 위키위키라는 것을 접하고 사용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가 정보를 공유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 대하여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가 급격하게 발전을 하였고 그 어느 나라보다도 게시판 문화가 활발하다. 게시판을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며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런데 일반적 으로 게시판은 처음에 썼던 글은 계속 글이 올라오면서 묻혀지고 게시판 관리 자는 불철주야 게시판을 살펴보면서 불필요한 글들을 지우고 관리를 한다. 좋 은 정보를 올리면 그 정보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토론을 하지 만 정작 게시판에 글을 쓴 원래의 사람이 처음의 정보를 고치지 않으면 원래 의 글은 그대로 남아있다. 게시판 관리자는 쌓여만 가는 글에 힘들어만 간다. 게시판이 있으면 거기에는 당연히 게시판 관리자가 있어야 하고 중앙집중적인 관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우리의 머릿속에 굳혀졌다.

누구나 수정할 수 있다고? 그러면 누가 관리하지?

위키위키는 고정된 관리자가 있고 그 사람이 일일이 정보를 수정하고 편집해 야 할 의무 아닌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어떤 누가 글을 올린다. 예를 들 어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편리하다고 생각되는 팁을 올렸다고 하자. 그러면 다 른 사람이 여기에 자기의 의견을 반영하여 원래의 글을 수정한다. 사이트에 오는 사람 누구나 관리자가 될 수 있고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으며 다른 사람 의 글과 정보를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관리하는 사람과 글을 쓰 는 사람이 분리되었다면 위키위키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 곧 관리자가 된다. 중앙집중적인 관리를 해야, 관리자가 있어야 사이트가 운영될 수 있다는 믿음 아닌 믿음을 이제 떨쳐버리라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아무나 글을 수정할 수 있다면 못된 마음먹고 고쳐버리면 어떻할까?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 이전의 정보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계속 남아있으며 새로 수정한 글은 새로운 버전 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라면 일반적으로 여러 명이 서 공동개발을 하기 위해 CVS나 RCS 같은 버전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위 키위키에서도 버전관리기능을 가지고 있어 과거의 자료를 날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관리자의 손길이 필요하다.

위키위키의 장점은 CVS나 RCS같은 기술적인 부분의 장점이라기 보다는 인터넷 에서 서로간에 자유롭게 연대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문화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트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 한명이 관리자가 되어 죽도록 글을 모니 터링하고 편집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기존의 게시판식 사고를 떨쳐버릴 수 있 다는 것이다.

위키위키는 외적인 강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나간다. 거기에는 어떠한 강제도 없다. 개별적인 객체로 남는 것이 아니라 스 스로가 주체가 될 수 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신뢰에 바탕을 둔 공동체 적인 문화이다.

웹2.0, 자발성, 참여 여러가지 떠오르는 단어들, 그리고 기업들

요즘 웹2.0이란 단어는 지겹도록 많이 듣는 단어이다. 물론 인터넷이 보편화 되고 네트워크 인프라도 빠르게 발전을 하면서 모여드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새로운 기술을 통하여 인터넷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도 달라지고 새로운 가능성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웹2.0이라고 아주 거창하고 이야기가 되고 화두가 되는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이윤창출을 위한 기반이 되 어서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인터넷으로 모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잡아내 는 것이 인터넷이나 포털기업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고 회원수가 인터 넷기업의 이윤창출의 기반이 된다. 어떤 이는 대중지성과 관련하여 “기업과 자본이 자기네의 이윤 축적을 위해서 사실상 다중지성을 착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또 국가와 기업이 서로 협력하면서 지적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헤게모니 집단 으로 부상하고 있다” 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고민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자본의 노동통제방식에서 도 창의성이나 노동자의 자발적인 참여 이야기가 나오는데 간단하게 이야기하 면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하여 노동자의 지성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의 문제 이고 새로울 부분도 없는 이야기이다. 각주1)

자본의 강제가 아닌 사람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공유의 세상을 꿈꾸며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자마자 우리는 자본의 강제에 맡겨진다. 자본의 논 리, 경쟁력의 논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휘말려가는 자신의 삶을 바라본다. 자신의 노동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하면 할수록 소외되 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을 하고 노력 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발버둥치게 된다. 사람의 삶은 원래 그런 것이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동료들보다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항상 우리네 삶이 저 자본에 의해서만 강제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 닐 것이다. 인터넷 자체가 사람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지식공유를 통해 발전해 왔다. 특정한 회사의 프로토콜이나 프로그램이 아닌 tcp/ip, http, telnet, ftp, dns 등 공개표준을 통하여 발전해왔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하여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그와는 다른 논리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며 동참하고 있 다. 굳이 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기뻐하고 내가 주었던 도움이 다른 사람에게 큰 힘과 기쁨이 될때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된다. 우리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인터넷이 그리고 GNU/리눅스,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은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유라는 반자본주의, 탈자본주의적인 요소를 가지고 발전해왔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세 상의 희망을 조금씩 느낀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기술자체가 우리네 삶을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며 기술이 가진 진보적인 성격이 현실에서는 기업의 전유물로 나타날 수 있다. 위키가 가진 잠재력만을 가지고 자본과 국가통제에 길들여있는 것에 대 한 대안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자본과 이윤의 입장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만들어가 는 문화에 대해서는 무언가(?) 활용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애매모호 한 말로 글을 마친다.

각주)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Ⅱ-8 지식사회 새 경향, 대중지성에서 인용

2009-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