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액트온

Wiki in Action

By 2010/06/1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김승욱

위키라는 툴[도구]이 가장 잘 사용되고 있는 곳은 아마도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이다. 그래서 "위키=사전"이라고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사실 사전은 위키의 다양한 사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위키는 그저 공동으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목적과 방법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위키는 홈페이지도 될 수 있고, 블로그도 될 수 있고, 게시판도 될 수 있고, 자료실도 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오늘은 그 중에서 몇가지만 소개해볼까 한다.

진보넷 회의록

진보넷 회의록

진보넷 회의록

진보넷 회의에 위키를 사용하기 전에는 누군가가 책임지고 회의록을 종합/편집해야 되는 과정이 있었다. 회의에 참여하는 다른 구성원들은 회의록에 작성하고 싶은 내용을 책임자[사무국장]에게 전달하고, 책임자는 종합해서 문서로 편집하고, 완성된 문서는 회의가 시작될 때에나 테이블에 공개되는 과정.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회의에서 논의하고 싶은 주제를 제안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다른 사람이 회의록에 제안하는 내용을 알기도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제안된 내용에 대해 풍부한 고민을 할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하게 된다. 또 회의록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의도하기 않은 순간에 권력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다른 구성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반영하는 위치에 있다는 권력, 그 내용들을 배치/선별할 수 있는 권력, 또 남들보다 쉽게 제안할 수 있는 권력까지. 이러다보니, 회의에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

진보넷에서 위키를 이용해 회의록 작성을 하면서 생긴 변화는, 누구나 쉽게 안건을 챙기고,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 모두가 말하고 있다. 또 웹에 열려있는 회의록에 언제든지 접근하면서 다른 구성원들이 내용을 추가/수정할 때마다 인지할 수가 있다. 구성원 모두가 언제나 듣고 있다. 그만큼 회의전에 충분히 고민을 해볼 수 있게 된다. 덕분에 토론은 풍부해지고, 합의는 어려워졌다. 누군가 회의록을 책임지고 작성하는 고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부수적인 장점일 뿐이다.

 

빈집 홈페이지

남산 언저리 해방촌에 위치한 빈집은 이름마저 비어있는 주인없는 집이다. 아니, 잠시 스쳐가는 모든 이들이 주인인 집이다. 누구든지 빈집에서 밥을 먹고, 차/술을 마시고, 잠을 자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회의하고, 모임을 가지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장기투숙하는 행위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누가 와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늘 변해가는 공간, 빈집이 운영하고 홈페이지는 위키로 만들어져 있다. 빈집을 닮았다는 빈집 홈페이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홈페이지하면 으레 생각나는 것이 웹마스터이다. 웹마스터는 홈페이지를 운영/관리/수정하는 사람이다.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덧글을 다는 것 말고, 홈페이지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싶을 때 웹마스터가 호출된다. 웹마스터는 그런 기술[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빈집 홈페이지는 다르다. 빈집 홈페이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공간이고, 구성될 수 있는 공간이다. 홈페이지 첫 화면의 구성을 바꾸고 싶다면, 첫화면에서 [편집] 버튼을 누르고, 편집을 시작하면 된다. 저장을 누르면, 방금 편집된 내용이 그대로 첫 화면에 나타난다. 빈집에서 하고 싶은 것들, 하고 있는 것들, 이미 해버린 것들을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하고 싶다면, 적절한 장소에 내용을 정리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장소들에 노출시키거나, 링크를 걸어줄 수 있다. 적절한 장소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면 된다.

빈집에 주인이 없는 것처럼, 아니 빈집을 드나드는 모두가 빈집의 주인인 것처럼, 빈집 홈페이지의 웹마스터는 이 홈페이지를 드나드는 누구나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지금 바로 빈집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웹마스터가 되어보면 어떨까.

Wikileaks

Wikileaks는 비밀리에 행해지는 부당한 행위들, 특히 정부의 독재와 기업의 비리에 관련된 내부문서들을 제보/검증/폭로하기 위한 사이트이다. Wikileaks는 철저하게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공간이며, 제보된 문서의 진위에 대해서 Wikileaks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단체 및 개인]이 검증하는 공간이고, 검증이 완료된 사실들을 대중과 언론에게 폭로하는 공간이다. 당연하게도 Wikileaks는 위키로 만들어져 있다.

2007년 시작된 Wikileaks에 현재까지 폭로된 문서는 백만건이 넘으며,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처우에 대한 문건, 영국 노던 록(Nothern Rock) 은행의 파산 위기와 관련된 내부 문서, 최근 중국의 티벳학살 모습을 담은 사진영상까지 사회적 파장이 크고 꼭 필요한 문서들을 폭로해왔다. 최근에는 스위스 한 은행의 탈세 및 비리혐의를 폭로했다고 고발을 당해, 도메인이 일시 정지되기도 하였다.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Wikileaks가 가능한 것은, 언론과 대중의 신뢰를 받고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즉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폭로 사이트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폭로된 문서는 Wikileaks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및 개인들의 조사 및 토론을 통해 진실성과 정확성, 위변조 가능성 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위키를 통해 가능하고, 진행되고 있다. 폭로문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토론페이지를 열고, 자신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Wikileaks가 지향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보기관 ─사람들로 이루어진 정보기관─ 이다.

Wiki Politics

위키는 말뿐인 민주주의에 대한 한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정치에 위키를 통해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여럿 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그닥 성공적인 사례는 없는 것 같지만 몇개의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마 무리

여기 소개된 페이즈들 말고도 Biopass, 미디어문화행동, 지금보고 있는 이 웹 진, 그리고 아마도 무수히 존재할 개인위키 등 많은 곳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위키가 활용되고 있다. 여기 소개된 페이지들을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면, 혹은 다음번에 비슷한 페이지들이 필요하게 된다면, 먼저 위키를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추신

  •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Wiki in Action이 있다면 주저말고 아래쪽의 [편집]을 누르고 그 내용을 추가해주세요.
  • 혹은 앞으로 위키를 이용해 새로운 액션을 시작한다면 그 때에도 내용을 추가해주세요.
  • 그래서 이 글의 글쓴이는 쉼표로 마무리 되어있죠. 수정하시면 글쓴이에 자기 이름도 추가해주는 센스!
  • 참, [편집]을 할려면 로그인을 해야되고, 그러므로 계정을 만드셔야 됩니다.

2008-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