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게시판
지난 호에 썼던 글 ‘인터넷 사용자들이 잘못 쓰는 우리말 표현 몇 개’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여러 블로그를 구독하다 보면 글쓰기 방법에 관한 글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서점에는 글쓰기 방법에 관해 조언하는 책들이 무수히 많다.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나는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글쓰기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글읽기, 글쓰기 환경을 파악하고 평소의 습관에서 벗어나 조금만 노력하면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한 단계 스스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평균적인 인터넷 사용자라면 하루에 몇 번 정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답장을 하거나 새로운 이메일을 작성하고, 뉴스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거나 블로그를 구독하고, 다른 웹사이트에 덧글을 남기거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쓸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각종 서류나 문서를 읽고 기획안을 작성하기도 할 것이다. 최소한 한두 시간 정도는 글읽기와 글쓰기의 환경에 노출된다. 이런 환경이 바로 글쓰기 교재다. 따로 시간을 내어 글쓰기 책을 읽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이 한두 시간을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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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관한 글을 쓸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그렇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평소에 좋은 글감을 수집해 두었다면 여기에서 의외로 흡족한 글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의 블로그 리드미파일에 수록된 글 중에는 재활용이거나 짜깁기한 것들이 많다. 나는 리드미파일 외에 메모를 모아두는 블로그를 또 하나 운영하는데 여기에 기록해둔 메모들을 짜깁기하거나 편집하고 보완하여 글을 쓰곤 한다. 그래서 메모 블로그는 리드미파일의 초고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readmefile.draft’라는 이름을 붙였다. 온라인 메모장을 따로 운영하는 이러한 방식은, 몇 달 해본 경험으로 볼 때 다른 이들에게도 권할 만한 방법이다. 어떤 웹사이트에서 메모해둘 만한 내용을 보았을 때 즐겨찾기를 해두거나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면 좀처럼 나중에 다시 꺼내 읽게되진 않는다. 그러나 메모 블로그에 정리해두면 수시로 확인하면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 유용하다. 나중에 다시 활용하기 위해 출처는 가급적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해 둔다. 물론 하나의 블로그 안에서 그것을 구현해도 무방하다. 자신에게 알맞은 글쓰기 방법을 택하면 된다.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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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메모는 글읽기와 글쓰기의 중간 형태인데, 이렇게 글쓰기는 쓰는 것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읽기 과정을 동반한다. 이메일도 그러하다.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인증 절차를 거치고 받은 편지함을 확인하고 답장을 하고 새 글을 작성하는 과정들이 모두 읽기와 쓰기의 밀접한 연관 관계 속에 있다. 글쓰기 교재를 읽는 것보다 이메일 한 통을 정성스럽게 작성하는 것이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더 유익하다. 다른 글도 그러하지만 이메일은 특히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어떠한 내용의 글인지 간결하게 보여주는 제목이 훌륭한 제목이다. 우리는 책을 폈을 때 목차를 보며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 대충 짐작하는데, 이메일을 쓸 때에도 상대방이 본문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이강룡입니다’ 또는 ‘안녕하세요’ 같은 제목은 무의미하다. 대개 습관 탓인데 글쓰기 연습을 겸해 습관을 고쳐보자. ‘원고 늦게 드려 죄송합니다.’ 또는 ‘안녕하세요. 내주 화요일 모임 불참합니다’ 같은 제목이 조금 더 낫지 않은가. 그러면 본문 분량을 최소한 한두 문장은 줄일 수 있다. 인터넷 문서를 읽는 환경은 꼼꼼한 읽기가 아닌 훑어보기(스캐닝)에 적합한 구조로 되어 있다. 제목은 친절하게 본문은 짧고 명료하게 쓰되, 중요한 메시지는 가급적 앞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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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규정과 한글맞춤법을 철저히 공부하고 글쓰기 교재 몇 권을 통독하고 나면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것이 정도인 것처럼 보여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글쓰기 교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과 블로그가 가장 좋은 글쓰기 교재요, 피씨방이나 직장이 곧 글쓰기 학교다. 우리는 소설가가 아니며 또 소설가처럼 쓸 필요도 없다. 정확하고 단단하게 쓰면 충분하지 않은가. 매일 접하는 인터넷 환경만 잘 활용해도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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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