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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네트워크센터의 과제와 전망

By 2010/05/18 10월 29th, 2016 No Comments

(2008년 10월 28일 오후 5시, 진보네트워크센터 회의실에서는 진보네트워크센터의 과제와 전망을 논의하는 좌담이 개최되었다. 이 좌담에는 이종회 대표, 김명준, 이성우 운영위원, 홍석만 민중언론 참세상 사무처장, 오병일, 김승욱 활동가가 참석하였다. 아래 내용은 이 날 좌담을 정리한 것이다.)

1998년 11월 14일 창립된 이후,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활동은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이로 인한 경제, 사회, 문화적 변화에 어떻게 조응할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이루어졌다.

텍스트 기반 BBS를 중심으로 했던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서비스는 2000년을 경과하면서 웹 기반 커뮤니티로 변화하였으며, 주된 소통 시스템도 게시판에서 블로그로, 단체에서 활동가 개인으로 변화하였다. 검색과 콘텐츠 중심의 사회운동 포털을 기획하기도 했으나, 주류 포털의 모델은 진보네트워크센터의 (비영리 단체로서의) 사업 모델과 양립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설립 초기부터 단순한 기술적 지원이 아니라, 사회운동 정보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운동 영향력 확대라는 ‘미디어’적 역할에 주목하였다. 진보 포털의 구축 시도 역시 그 일환이었으며, 대안 미디어 생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참세상 방송국과 참세상 뉴스, 미디어 참세상을 거쳐, 2005년 ‘민중언론 참세상’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제 민중언론 참세상은 독립하였지만,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여전히 웹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진보 위키에 대한 실험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로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역할은 무엇인지 여전히 정리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2000년 정책실 신설은 정보운동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위축된 정보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지문날인 반대연대, 노동자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 정보공유연대 IPLeft, NEIS 반대와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프라이버시법 제정을 위한 연석회의 등 정보운동 이슈별 연대체를 구성하고, 활동을 코디네이션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2003년 NEIS 반대투쟁을 계기로 ‘정보인권’ 담론이 사회 일반에 대중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지문날인 반대연대, 노동자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 등과 같이 활동이 침체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정보인권 의제는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발전에 대한 대중적 환상, 그리고 산업화와 효율성의 담론은 여전히 강고하다. 기술 발전에 어떠한 입장을 가질 것인지, 대중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는 여전히 안고 있는 고민이다. ‘정보인권’ 담론의 한계 역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권운동도 자유권에서 사회권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통신운동 역시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심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자유주의적 의제-표현의 자유나 프라이버시권-에 집중하였으며, 정보통신 산업의 구조와 같은 전체적인 조망,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진흥 정책 등에 있어서는 활동의 공백이 존재하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06년부터 진보네트워크센터가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개입을 시작한 것은 이러한 고민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2008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는 기존 운동 단체에게 많은 영감과 동시에 반성을 안겨주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게도 스스로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고민을 던져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음(Daum) 아고라 등이 이명박 정부의 압력에 의해 게시글을 삭제하고, 아고라 시스템을 변경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자, 네티즌들은 아고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하였다. 일부는 한겨레 신문 사이트의 한토마로 이동하기도 하고, 새로운 대안 사이트의 구축을 고민하기도 하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보네트워크와 같은 독립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중적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에게 진보네트워크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또한, 97년 총파업통신지원단 활동은 무척 활발했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오히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출범한 지 10년이 된 지금, 그 울림은 훨씬 덜한 것이 아닌가하는 평가도 제기된다. PC 통신 시절에는 일반 동호회들도 리본을 다는 등 사회 이슈에 동참을 했는데, 지금 진보네트워크는 운동 단체와 활동가들의 고립된 공간이 되고 있지 않은가하는 반성인 것이다. 2008년 촛불 공간에서도 진보네트워크는 자신을 드러내고, 일반 대중들과 독립 네트워크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려고 노력했는가.

물론 진보네트워크가 보다 많은 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앞서 진보 포털에 대한 실험에서 있었던 고민과 같이, 비영리 단체로서 대중적 포털을 운영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있는가? 혹은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신문과 같은 기업적 형태로 가야하는가? 그럴 경우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는 정보인권 운동 영역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정보인권 운동이 일반 공동체나 대중과의 연결이 약해지고, 단체 활동가와 전문가의 전문적 활동으로 축소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내부적 비판이 계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비록 NEIS를 계기로 정보인권 담론이 대중화되었다고 하나, 촛불시위에 대한 탄압 국면에서도 많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비판적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진보네트워크센터의 대중적 영향력은 한계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진보네트워크라는 독립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활동이 전개되면서,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과 같은) 주류 네트워크 내부와의 소통은 단절이 되어왔다. 과연 독립 네트워크 운동과 주류 네트워크 내에서의 운동은 어떠해야 하는지, 운동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의 지역 정보운동 단체들은 서서히 위축되어 사라졌거나 지역 인터넷 언론으로 전환되었다. 정보통신운동은 서울에만 있으면 되는가, 지역의 정보통신운동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지역과는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과 운동모델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활동은 독립 네트워크 운영, 정보통신정책(정보인권) 운동, 미디어 운동 등 3개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왔다. 기술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활동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또 변화해왔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기존 활동의 관성으로, 혹은 눈에 보이는 이슈 파이팅 중심으로 활동이 배치되어 왔다. 그리고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중장기적 목표와 계획이 부재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현재의 상황을 다시 규정하고, 이러한 상황 인식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프레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조직 체계, 재정 구조, 운영 및 활동 방식 등에 대해 새롭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평가를 통해, 진보네트워크센터는 향후 10년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을 2009년 초에 개최될 총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