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프라이버시

[보도자료] 세월호 집회 참가자 불법체포 및 감금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

By 2015/10/07 4월 20th, 2018 No Comments

체포영장 원본, 미란다원칙 고지 없이 체포
영장 유효기간도 지나…체포영장 등사도 거부
실적 쌓기 위한 무리한 체포…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영장 없이 불법체포하고 감금한 사건과 관련하여 국가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7일 피해자 최장훈씨(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는 국가를 상대로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습니다.

3. 최씨는 지난 7월 21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 성동구 자택에 찾아온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 2명에 의해 체포되어 다음날 오전 0시 10분쯤 성동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되었습니다. 체포 당시 경찰들은 최씨의 자택 앞에 와서 전화를 걸어 최씨를 불러낸 후 집 앞으로 나온 최씨를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15일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 참석(일반교통방해) 건 등으로 여러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최씨가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최씨는 출석요구서나 사전 연락을 받지 못했고 체포 당시 미란다원칙을 고지 받지도 못했습니다. 최씨는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체포 다음날인 22일 오전 9시쯤 석방되었습니다. 석방 당시에도 최씨는 경찰로부터 석방 사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4. 경찰은 체포 당시 체포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이대면서 최씨를 체포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문제이지만, 당시 경찰은 휴대전화로 수배 전산망에 접속하여 그 내용을 제시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할 때 체포영장의 원본을 반드시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85조 제1항 등). 다만 “영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사실의 요지와 영장이 발부되었음을 고하고 집행”할 수 있습니다(제85조 제3항 등). 법원은 노역장 유치 관련 형집행장의 원본 제시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애초 사법경찰관리가 적법하게 발부된 형집행장을 소지할 여유가 없이 형 집행의 상대방에 조우한 경우 등을 가리키는 것이고, 위와 같이 피고인의 주거로 찾아가 그를 만난 사법경찰관리가 임의동행을 요구하였다가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고 그 장소를 이탈하려고 한 것을 두고 위의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8591 판결). 위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최씨 사건의 경우 경찰이 사전에 최씨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최씨의 집에 찾아와 전화를 걸었던 것이므로 체포영장 원본 제시 없이 체포할 수 있는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명백한 불법체포입니다.

5. 한편, 경찰이 체포의 근거로 삼은 체포영장조차도 유효기간이 지나 효력이 없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4년 10월 법원은 유효기간이 2014년 12월 24일인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성동경찰서의 담당 수사관이 내부 전산망에 영장의 유효기간을 공소시효 만료일인 2024년 8월 14일로 입력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담당 수사관을 다른 부서로 발령하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감찰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6. 최씨와 변호인 송상교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체포의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 5일 성동경찰서장에게 체포영장 등본 교부를 청구했습니다. 8월 17일에는 성동경찰서 지능팀을 방문하여 재차 요청했으나, 경찰은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체포영장 등본 교부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형사소송규칙 제101조의 취지에 반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변호인을 통하여 수사서류를 포함한 소송관계 서류를 열람·등사하고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대한 지나친 제한은 결국 피고인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7. 11. 27. 선고 94헌마60 결정). 최근 헌법재판관 4인은 “피의자는 체포될 때 체포영장을 제시받고(형사소송법 제200조의6, 제85조 제1항),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 등을 고지받으나(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통상의 경우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 있으므로 변호인이 그를 통해 체포영장에 기재된 사실을 온전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고, 따라서 변호인이 체포영장을 통하여 그에 기재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피체포자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체포영장에 대한 열람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열람은 한정된 시간 동안 일정한 장소에서 쭉 훑어보거나 조사하면서 보는 행위이므로, 원본과 동일한 문서를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등사에 비하여 한정된 시간 내에 더욱 철저한 방어권을 행사해야 하는 변호인에게 여전히 제약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5. 7. 30. 선고 2012헌마610 결정). 최씨는 소장을 통해 “체포영장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침해하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며, 나아가 알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단체들은 경찰이 체포영장 등사 요청에 응답하지 않는 이유가 자신들의 불법체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7. 우리 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시위에 대한 수사기관의 연행과 구속, 벌금폭탄 등 탄압의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실적 쌓기를 위한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체포가 이어지면서 현행법마저 무시한 불법체포 사건까지 발생한 것입니다. 경찰은 불법체포 및 감금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 결과를 공개하고 책임자를 강력하게 문책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우리 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형사소송법의 예외 조항을 악용하여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찰의 관행이라고 봅니다. 체포 현장에서 영장 원본을 제시했다면 영장의 유효기간 확인도 곧바로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체포영장의 원본 제시 원칙 준수를 포함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8.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아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천주교인권위는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9.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