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약월간네트워커

“네트워크 방식의 새로운 노동운동이 필요하다!”

By 2004/05/21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인터뷰

오병일

네트워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유키히로: 마산에서 한국시티즌 투쟁 그룹과 회의가 있다. 그들은 일본시티즌 본부와 협상하기 위해 약 4-5개월 동안 일본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우리는 노동운동 활동가, 한국 유학생 등과 함께 그들의 투쟁을 지원해 왔다. 결국 일본시티즌과의 협상은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이제 회사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일이 남아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투쟁의 과정을 평가하고, 향후에는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그리고 다른 노조에서 일본 회사와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주)한국시티즌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지난 2003년 1월 22일, 회사는 일방적으로 폐업을 선언하고 조합원들을 정리해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시티즌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몇 개월 간 농성을 진행하는 등 회사에 항의해왔다)

네트워커: 일본 노동넷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유키히로: 일본 노동넷의 주요 활동은 노동넷 홈페이지의 운영, 뉴스의 생산 및 노동정보 공유, 그리고 기획 사업 등이다. 일본의 노동운동은 오래됐지만, 일본 노조의 최근 활동은 예전에 비해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우리는 일본의 노동운동이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인터넷의 이용과 정보공유를 통해 새로운 노동운동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노조는 한국과 비슷하게 기업별 노조다. 노조간에 정보의 교류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형성하기 위해 노조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활동가 사이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일본 노동넷 홈페이지의 주된 목적 중 하나다.

네트워커: ‘새로운 노동운동’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유키히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지만 각자 그것에 대한 상은 다르다(웃음). 나 역시 나 자신의 상을 가지고 있다. 나는 노동운동이 기존처럼 중앙집중적인 구조가 아니라 좀 더 수평적인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상명하달식(Top-down)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일본의 노동운동은 일반적으로 상명하달식이다. 새로운 노동운동은 아래로부터의 투쟁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칼 맑스는 공산당선언에서 열차가 국제적인 노동자 사이에 더욱 강한 연대를 형성하였다고 썼다. 이제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만나고 정보를 순식간에 교환하며 서로 연대할 수 있다. 일본의 노동운동은 해외 노조나 활동가들을 잘 모른다. 일본 노동넷의 또 다른 목적은 메일링리스트 등 인터넷을 이용해서 국제적인 노동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새로운 노동운동은 이와 같이 네트워크 형식의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네트워커: 국제연대를 위한 노동넷의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
유키히로: 몇 주 전에 뉴욕의 식당 노조가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 뉴욕의 매우 오랜 식당인데 그 식당의 일본 지점이 도쿄에 있다. 그들은 뉴욕에서 파업을 진행하는 한편, 일본 지점의 본부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이 투쟁에 노동넷 뿐만 아니라 일본의 노조와 활동가들이 함께 결합했다.
지난주에는 이주 노동자의 투쟁을 지원하는 캠페인 페이지를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이주 노동자의 정보를 게재하고 신고를 받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이주 노동자의 프라이버시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웹사이트의 폐쇄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다른 활동은 아시아 노동넷의 건설이다. 한국 노동넷, 한국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WSL)와 함께 아시아 지역의 노동정보 공유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네트워커: 아시아 노동넷에는 얼마나 많은 노조가 참여하고 있나?
유키히로: 국제조직인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를 중심으로 각국 노조를 조직하고 있다.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호주 등에 지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많은 노조와 활동가들이 결합할 것으로 본다.

네트워커: 이번에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유키히로: 아직 구체적인 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다. 자유무역협정 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 자유무역협정은 노동운동 영역에서도 많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기업은 한국 정부에 한국의 전투적인 노동운동을 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대응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위한 작업을 이제 막 시작한 상태이다. 이번 방문에서 한국 단체들과의 논의를 통해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얻기를 바란다.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이슈와 같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싶다.

네트워커: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일본 내의 연대조직이 있는가?
유키히로: 물론 연대조직이 있다. 한일민중연대라는 단체가 중심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 금융과세시민연합(ATTAC), WTO 반대그룹, 민중 권력(Peoples Power), 아시아태평양자료센터(PARC) 등 여러 사회단체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결합하고 있다. 특히 농민 단체의 경우, 자유무역협정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신문,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들은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일본과 한국에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어 여론이 그렇게 형성되고 있다.

 

 

20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