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입장

[논평] 카카오톡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확인한 법원 판단을 환영한다

By 2015/07/07 3월 12th, 2020 No Comments
[사이버사찰긴급행동 논평]
오늘(7/7)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유환우 판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주최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진우 노동당 전 부대표의 결심공판에서 압수수색된 카카오톡 대화기록은 위법수집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유판사는 압수수색 당시 경찰이 (주)카카오에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팩스로 보냈으며 사후에라도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압수물 목록을 교부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는 수사기관의 마구잡이 압수수색 관행에 제동을 건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압수수색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팩스로 보냈을 뿐 (주)카카오를 방문하지도 않았다. (주)카카오는 영장의 원본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정씨의 대화내용을 경찰로 보냈고 사후에도 확인하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이 영장의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목록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이 영장집행에 관하여 규정한 최소한도의 적법절차도 무시한 것이다. 압수수색을 위해 회사의 기술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이 배석하여 직접 통제하는 가운데 행해져야 한다. 민간 회사의 직원이 시민의 가장 사적이며 내밀한 개인정보에 접근하는데도 경찰이 배석조차 하지 않는 것이 ‘팩스 집행’이라는 관행인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수사기관이 민간회사에 영장집행을 사실상 위탁하고 위법적 압수수색을 관행으로 일삼아 왔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에 대하여 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제동을 건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우리는 경찰이 범죄 혐의와의 관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씨의 모든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출력·복사했다는 사실에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영장 하나를 가지고 당사자의 모든 대화내용, 그리고 범죄혐의와 무관한 수많은 제3자의 대화내용을 다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또다른 본질이다. 검찰은 차후에라도 혐의사실 이외의 정보는 폐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기록에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씨의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내용까지 그대로 편철하여 보관하고 있다. 형사법령과 판례, 그리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취지를 위반한 것으로 명백히 위법한 집행이다.

애초 정씨에 대한 압수수색은 범죄 수사의 필요와는 무관한 사실상의 사찰이었다. 정씨는 영장의 내용은커녕 영장 발부 사실 자체도 알지 못하다가 3개월이 지나서야 경찰로부터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고 자신이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수사기관은 정씨에 대한 단 한번의 압수수색으로 정씨와 같은 대화방에 있었던 2368명의 반일치 대화 내용과 전화번호를 싹쓸이했다. 그 대부분은 정씨와 대화하지도 않았는데 같은 대화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 대상이 되었다. 범죄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압수수색 대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없이 혐의와 무관한 사적 정보까지 모두 쓸어 담은 것이다. 지난해 ‘가만히 있으라’라는 침묵시위를 제안한 용혜인씨도 정씨와 비슷한 사건을 겪고 지난달 법원에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용씨에 대한 카카오톡 압수수색 또한 영장 원본이 아니라 팩스로 이루어졌다.

영장원본제시, 압수목록제공 등의 조치를 시정한다고 하여도 싹슬이 압수수색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수사기관과 법원의 근본적인 성찰과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법원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서비스의 압수수색 영장발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압수하지 말고 적법절차의 대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함은 물론, 수색과정에 당사자 참여권을 반드시 보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수사기관의 사이버상의 싹쓸이 압수수색이 근절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다.

2015년 7월 7일

사이버사찰긴급행동
노동당, 노동자연대, 노동자투쟁연대, 미디어기독연대, 민변 카카오톡등 사이버공안탄압법률대응팀, 민주노총,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애국촛불전국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인권운동공간‘활’, 인권운동사랑방, 장애해방열사‘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해고자복직투쟁 특별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한겨레신문발전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