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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서비스, 나의 개인정보도 유비쿼터스하다면{/}유비쿼터스 전자정부, 좋기만 한 일인가

By 2004/05/14 10월 29th, 2016 No Comments

기획연재

장여경

전자정부에도 유비쿼터스가 적용될 전망이다. 유비쿼터스를 도입한 최근 사례를 보면 유비쿼터스 전자정부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은 저소득층 건강취약주민을 위한 가정간호 업무에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도입키로 하고 관련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로부터 2억여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가정방문간호사업소와 환자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간호사에게 환자별 정보와 방문일정 등을 문자메세지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올해 말까지 보호관찰 업무에 지리정보시스템(GIS)과 PDA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보호관찰 대상자의 소재를 신속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유비쿼터스 전자정부는 정부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과 공급자인 공무원이 언제 어디서나 전자정부에 접속하여 민원서비스를 제공받거나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전자정부를 뜻한다. 기존 유선인터넷 중심의 전자정부를 모바일 환경에 맞춰 고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참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전자정부 로드맵]에서도 유비쿼터스 서비스의 전망을 볼 수 있다. 팩스·우편·전화와 같은 ‘전통적’ 방식이나 PC 기반의 인터넷 뿐 아니라 모바일을 이용한 휴대전화나 PDA로도 전자정부에 접근하여 정보를 검색하고 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까지 음성·모바일 서비스를 도입하고 2005년까지 전자정부 통신망을 모바일 환경에 맞춰 고도화하여 2007년까지 모바일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서비스를 통하여 국민의 관청 방문 횟수를 년 10회에서 년 3회로 줄이겠다고 한다.

특히 전자정부의 경우 유비쿼터스의 힘은 ‘찾아가는 행정’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데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산원 이정아 연구원은 한 논문에서 유비쿼터스의 도입으로 전자정부에 대한 접근 경로가 확대되어 “디지털 소외집단을 줄이고 더 많은 시민들이 전자정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무선 인터넷에 떠 다니는 개인정보
그러나 유비쿼터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방대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이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은, 역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의 개인정보에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간호사인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일거수 일투족 원격으로 감시받는다. 이것은 노동 감시의 ‘편재화’와 다를 바 없다. 유비쿼터스 서비스의 대상인 환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도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고 전달된다. 편리한 서비스의 이면에 존재하는 섬뜩한 사실이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보호관찰업무의 원격화는 어떠한가. 전자 족쇄를 차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 감호소에 있는 것보다 보호관찰자의 인권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보호관찰의 근거인 사회보호법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법무부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보호관찰자들을 최첨단 감시 행정의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이 시스템이 보호관찰자로부터 더 많은 대상자로 확대된다면 ‘유비쿼터스 감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개인의 위치를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위치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 위치정보의 보호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민간 영역에서 개인 위치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위치정보의이용및보호등에관한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내놓았지만, 정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규제가 없어 정부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개인의 위치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이 서비스 당사자인 간호사에게, 환자에게, 보호관찰자에게 정확히 알려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 일반 또한 유비쿼터스 서비스의 이면에 존재하게 될 방대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모른다. 유비쿼터스 전자정부의 추진 과정이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과 정부는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보다는 유비쿼터스라는 첨단 기술을 국내에 시험적용하고 안정화시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관심이 있는 듯하다.

근대 국민 국가가 국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모든 행정은 국민의 동의 하에 국민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전자정부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인 프라이버시 보호가 유비쿼터스와 공존하려면, 유비쿼터스 시스템 속에 국민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어디로 전달되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아니, 정보주체인 국민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언제’ ‘어떻게’ ‘어디로’ 전달되는지 완전하게 알고 동의 혹은 거절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본래 유비쿼터스의 어원은 ‘신은 어디에나 널리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이 말을 본딴 유비쿼터스 전자정부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정부’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의 의사와 권리 이상 위에 군림할 때 그것은 ‘빅브라더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


유비쿼터스란 무엇인가

비쿼터스(Ubiquitou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영어로, ‘편재(어디에나 존재하는)’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술적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네트워킹)’은 대체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1991년 미국 제록스사의 팔로알토연구센터가 처음 사용하였으며 메인프레임, 클라이언트/서버, 웹컴퓨팅에 이어 등장한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즉 유비쿼터스는 우리 주변의 모든 물건에 네트워킹할 수 있는 초소형·저가격의 컴퓨터와 센서를 내장하여 네트워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PC·휴대전화·정보가전·게임기·차량 네비게이션 기기 등 다양한 정보 단말기가 멀티미티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모바일 통신이 가능해야 하며 유무선 정보통신망이 큰 대역폭으로 브로드밴드화해야 하고 모든 단말기마다 부족함 없이 IP주소를 부여 할 수 있는 IPv6가 도입되어야 한다.

200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