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프라이버시

카톡검열, 핵심은 공권력 통제다

By 2014/10/07 3월 12th, 2020 No Comments

 카톡검열, 핵심은 공권력 통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까똑’. 우리에게 이 소리는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의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휴대전화 만큼 우리 생활에 밀착해 있는 소통 도구.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오랫동안 연락이 어려웠던 친구와 더불어, 같은 방에 있듯이 대화할 수 있다. 그만큼 모바일 메신저는 내 인생의 역사를 고스란히 저장한다. 나의 역사이기도 하고 나와 대화하는 모든 이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참으로 편리하다. 그러나 그 정보들이 한꺼번에 공권력에 전달된다면? 누군들 사생활이 송두리째 헤집어지지 않을까.
 
지난주 수요일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가 카카오톡 압수수색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나서 참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정진우 부대표가 9월 18일 서울종로경찰서로부터 받은 통지서에는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무려 40일치에 해당하는 카카오톡 대화내용과 대화 상대방 정보가 다 제공된 것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수사당국은 6월 10일 하루치만 가져갔다고 뒤늦게 해명하며 통지서 내용을 부인하였다. 평균 5~7일 정도의 대화 내용만 보관되는 기술적 특성상 더 많은 정보를 가져갈 수 없다는 다음카카오의 해명도 보였다. 앞으로는 2~3일만 보관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좀더 일찍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면 어떨까? 압수수색 대상자와 같은 대화방에 있던 사람들은 무슨 죄일까? 정진우 부대표의 경우에는 같은 대화방에 있던 사람들 수가 3000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어떤 해명이 있더라도 이런 방식의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우선 놀랐던 것은, 저장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렇게 대규모로, 싹슬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당사자 모르게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도 놀랍다. 보통 가택 등에 대해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압수수색의 경우 당사자에게 사전에 통지하고 변호인과 함께 참여할 수도 있지만, 카카오와 같은 통신회사에 대해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통신회사가 제3자라는 이유로, 혹은 급속을 요한다는 이유로 당사자 모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프라인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수색이 먼저 이루어지고 사건과 관계 있는 자료인지 아닌지 당사자 진술에 따른 압수가 선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당사자 없이 이루어지는 디지털 압수수색의 경우 싹슬이 압수가 먼저 이루어지고 나중에서야 수색이 이루어진다. 수색 과정에서도 당사자 참여권은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이 자료들이 나중에 형사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면 어떤 자료가 제공되었는지 당사자가 확인하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정진우 부대표의 경우 재판에 카카오톡 자료들이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쓸데 없는 압수수색이었다는 말이다. 혹은 다른 데 쓰였거나. 적어도 그랬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는 근거가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주 말부터 텔레그램 알람이 계속 울린다. 카카오톡에서 대화방을 옮겨가는 이들도 늘었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다. 왜 망명인가? 암호화 때문에? 그러나 대화내용이 아무리 암호화되어도 대한민국 수사력을 영영 피해갈 수는 없다. 한국 경찰은 2010년에 구글코리아에서 압수수색된 하드디스크의 암호도 해독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텔레그램을 선호하는가? 한마디로, 국내에 서버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안한 것은 한국 공권력이다.
 
정진우 부대표의 카카오톡이 압수수색 당한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로 가는 행진을 했기 때문이다. 국민이 카카오톡에 주목하는 이유는 검찰의 허위사실 대책회의에 카카오 간부가 참석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 대책회의는 지난 달 16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본인에 대한 모독을 참을 수 없다며 국론 분열 발언에 대처하라고 엄명을 내린 직후 검찰이 소집한 것이었다.
 
국민들은 자신의 발언을 불안해하고 있다. 공권력의 심기를 거슬렀을지 몰라서. 청와대 목전에서 집회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모든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그 상대방 정보가 다 털리는 상황 아니던가. 그러니 줄 망명 현상은 자기 검열이자 불안감의 표현이다. 이 심리적 위축은 헌법재판소가 말한 바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 침해 그 자체이다. 따라서 핵심은, 공권력에 대한 통제이다. 해법 역시 여기서 나와야 한다.
 
* 미디어오늘 2014. 10. 7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172

201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