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몇몇 언론사에서 보도하는 내용과 새누리당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게시글이 몇 개 안 된다고 합니다. 사실인가요?
A1. 사실이 아닙니다. 다음 아고라 등 일반 포털의 게시판에서는 네티즌이 작성한 게시물을 삭제하고 탈퇴하면 삭제된 게시물을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국정원 직원 김00씨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2012년 12월 11일 이후,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었던 아이디들은 위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선거 시기 작성한 글들을 모두 삭제한 후 탈퇴했습니다. 따라서 검찰은 다음 등 일반 포털 게시판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선거 관련 게시물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이 최초로 발각된 <오늘의 유머>사이트의 경우, 게시물을 삭제한 후 탈퇴를 하더라도, 삭제된 글이 외부에서 검색이 안 될 뿐 서버의 다른 영역으로 옮겨지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어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선거 관련 게시물과 댓글을 복원하여 검찰에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이 대선 개입으로 판단한 73개의 게시글과 댓글은 모두 <오늘의 유머>사이트에서 확인한 것으로 만약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들이 작성한 게시글 등을 삭제하고 탈퇴하지만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의 게시글 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Q2. 그렇지만 확인된 선거 관련 게시물과 댓글의 숫자가 적은 것은 사실인데, 이것만으로 국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볼 수 없지 않나요?
A2.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검찰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여부를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선거 관련 게시물과 댓글만 가지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여러 사이트의 특성을 분석해 각 사이트 특성에 맞게 활동했기 때문에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입니다. 한겨레신문의 지난 4월 22일자 보도에 의하면, 경찰은 작년 12월 인터넷 댓글 작성 등을 통한 대선 여론조작 혐의를 받은 국정원 직원 김00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운영방식을 분석한 메모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김씨는 국정원 업무를 하면서 상부 보고용이나 업무 참고용 등으로 이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메모에는 ‘반대’가 4회 이상인 게시글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베스트 게시판으로 갈 수 없고, 반대가 10회 이상이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에 갈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이 메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국정원 직원들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굳이 대선후보를 직접 거론한 글을 쓰기보다는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글과 다른 후보들에게 유리한 게시물에 반대를 하여 해당 글이 베스트 혹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못 가게 해서 국민들이 이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을 통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도록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들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게시글’과 ‘다른 후보들에게 유리한 게시글’에 대하여 대대적인 반대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반대한 게시물 중 대표적인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 글들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지만 북한의 위협을 차단한다거나 심지어 소위 종북세력과도 전혀 관계없는, 단지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거나 다른 후보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행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 글들을 포함하여 국정원 직원들이 반대한 ‘오늘의 유머’ 게시물은 명백히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고, 다른 후보들에게는 유리한 것들입니다. 국정원은 자신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북한이나 종북세력과 관련된 정상적인 업무활동이라고 하지만, 아래와 같이 ‘문재인 후보가 TV화면에 잘 나온다’는 내용의 게시물에 반대를 하여 일반 국민들이 이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북한의 위협을 차단하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 이 게시글은 문재인 후보가 TV화면에 잘 나온다는 단순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5개의 반대를 받아 베스트 게시판으로 가질 못했는데 5개의 반대 모두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아이디로 의심된 아이디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 이 게시글은 단일화 논의과정을 보니 불안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에게 인간적인 신뢰감이 든다는 내용인데 6개의 반대를 받아 베스트 게시판으로 가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5개의 반대 모두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아이디로 의심된 아이디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 박근혜 후보의 어린시절 등이 부럽다 식의 풍자글인데 5개의 반대를 받아 베스트 게시판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5개의 반대 모두가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아이디로 의심되는 아이디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서 반대행위를 했던 게시글 중 북한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단 3건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국정원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게시글이나 댓글의 개수가 적어 선거 개입이 아니라는 주장은 이러한 국정원 직원들의 행태에 비추어 보면 타당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를 포함한 검찰이 수사한 사이트 전부를 대상으로 보더라도 2,214건의 찬반클릭행위 중 대통령선거 관련 찬반 클릭은 57.9%, 정치 관련 찬반 클릭은 19.6%로 정치개입 또는 선거개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 아고라 등 대형 포털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게시글이나 댓글은 이미 삭제되어 검찰이 확인할 수 없었으나, ①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시기에 위 사이트들에서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였다는 점, ② 국정원 직원 김00씨가 발각되자 동시에 작성한 글들을 삭제하고 탈퇴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이트들에서도 대선 관련 게시글 및 댓글의 작성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검찰은 바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 것입니다.
Q3.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국정 홍보를 하는 것은 직무상 가능한가요?
A3. 가능하지 않습니다. 국가정보원법이 정하고 있는 국정원의 업무범위를 살펴보면 국정현안에 대해 홍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국가정보원법 제3조(직무) ① 국정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형법」중 내란(內亂)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국정원 등은 위 규정 중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권한을 국정홍보가 가능하다는 근거로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직무의 범위를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라고 규정하면서, 국외 정보와 달리 국내 보안정보에 관하여는 별도의 괄호를 명시하여 ‘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관련된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만을 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에 이르기까지 과거 위 기관이 조직적인 국내 정치 개입이나 선거에 관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외 정보와 다르게 국내 정보의 수집은 한정적으로 열거하여 그 외의 국내 보안정보에 대하여는 엄격히 그 수집·작성 및 배포를 금지하여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본래 국정원의 설립 목적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존립의 보장과 국익증진에 충실하도록 하는 본연의 직무를 명확히 한 규정입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이 마치 일반인처럼 가장하여 국민들이 생각하는 바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였는데, 이러한 활동이 ‘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대한 정보수집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를 정당화하는 규정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밝혀진 국정원의 조직적인 정치 및 대선 개입은 명백히 국내 보안정보와는 무관한 것이며 그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고 할 것입니다.
Q4.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고 했던 행위가 구체적으로 공직선거법의 어느 조항에 위배되나요?
A4.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에 위배됩니다. 검찰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을 적용하였습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은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선거운동이라 함은 특정인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합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아래와 같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세력과 사람을 ‘종북세력’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사람이나 세력이 국회 등 정치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시하였습니다.
금년에 여러 가지 대선도 있고 해서, 그리고 이번에 또 13명인가? 통합진보당만도 13명이고 종북좌파들이 한 40여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는데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흔들려고 할거고, 우리 원 공격도 여러 방법으로 할거예요
– 2012. 4. 20.(2012. 4. 11. 총선 직후)
국정원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 소속 직원들은 위와 같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게 하기 위하여 게시글과 댓글을 작성하고, 찬반클릭행위를 하였던 것입니다.
Q5.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모두 기소유예를 하였는데, 타당한가요?
A5. 타당하지 않습니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은 위법한 상관의 명령을 따를 의무가 없고, 오히려 이를 거부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원칙을 여러 차례 확인한바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가안전기획부의 직원이 상관의 명령으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허위의 사실이 담긴 인쇄물을 배포한 사안에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즈음하여 상관은 하관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 명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에 대하여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허위의 사실을 담은 책자를 발간·배포하거나 기사를 게재하도록 하라는 것과 같이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도636 판결).
또한 검찰 스스로도 총리실 민간인불법사찰사건에서 상관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인멸한 장00 전 주무관 등에 대해서 상관의 명령에 따른 행위일 뿐이라는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한 바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들을 모두 기소유예 한 것은(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보한 자들에 대한 처벌을 고집하는 검찰의 태도와 종합하여 보면) 국정원장이 위법한 명령을 하더라도 하관은 무조건 따르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일어난 홀로코스트가 나치의 명령에 대해 거부하지 않고 충실히 그 임무를 수행한 공무원 탓이라는 평가가 있듯이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국민을 상대로 저질러온 범죄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공무원들이 부적법한 상관의 명령에 대해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 중 국정원 직원 등에 대한 부분은 이것을 완전히 부인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결과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면죄부를 주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고 할 것입니다.
Q6.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행위는 시효가 6개월이어서 이번 사건의 경우 6월 19일로 시효가 완성되었는데, 19일 이후에는 재판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인가요?
A6. 그렇지 않습니다. 공소시효란, 공소 즉, 검찰의 기소에 관한 것으로 시효로 정해진 기간 내에 공소를 제기하라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그 기간 내에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기만 하면 이후 소송이 진행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19일 이전에 검사가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를 하였기에 시효와 관련된 문제는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Q7.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검찰이 기소유예를 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재정신청을, 민변 등은 항고를 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A7. 검사의 결정에 대한 불복방법을 의미합니다.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기소유예 등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불기소처분’을 하면 고소인이나 고발인은 재정신청이나 항고의 방법으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다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273조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였다고 고발을 한 후보자와 정당(중앙당) 및 해당 선거관리위원회로 하여금 해당 검사 소속의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에 불기소처분의 당부에 관한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재정신청은 사전에 항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정당이기에 항고를 하지 않고 공직선거법 제273조에 따른 재정신청을,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정당이 아니기에 형사소송법에 따라 항고를 한 것입니다.
Q8. 재정신청이나 항고 등, 공직선거법은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6개월로 정해 놓았기에 결국 공소시효가 완성되어서 기소가 안 되는 것은 아닌가요?
A8.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제253조 제2항)은 공범의 1인에 대한 공소제기로 공소시효가 정지되면 그 효력은 다른 공범자에게 대하여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하여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여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건으로,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범행을 저지른 것에 해당하여 관련자는 모두 공범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공소시효가 정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공직선거법은 공직선거법에 의한 재정신청이 있게 되면 공소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키도록 하고 있는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민주당이 공직선거법에 따라 재정신청을 하였기에 재정신청 대상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것에 의하여도 중지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Q9. 만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면, 지난 대선의 결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나요?
A9. 어렵습니다. 선거나 당선의 효력에 대해 다툴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입니다.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에 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싶으면 선거소청이라는 행정심판을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제기하고,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싶으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선거에 관한 소송에는 ① 선거에 관한 규정의 위반이 있고, 이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때에 제기하는 선거소송(공직선거법 제222조)과 ② 선거의 진행이 유효했다는 것을 전제로, 당선인의 위법 행위로 인한 당선의 효력에 관하여 제기하는 당선소송(공직선거법 제223조)이 있습니다. 이러한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에만 제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공직선거법에서 정하고 있는 당선무효화입니다. 즉, 공직선거법은 당선인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그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습니다(제264조).
현재는 선거일로부터 30일이 훌쩍 지났기에 선거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헌법 제84조에 의하여 재임시절 형사상 소추(訴追, 수사나 기소)를 당하지 않기에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된다고 하여도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무효를 다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최고운영자로서 국가정보기관이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것 자체에 대하여 정치적 또는 도의적 책임이 있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Q10.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A10.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국정원법은 정치개입금지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매우 중차대한 사건입니다. 차후에 국정원법을 개정하여 국정원의 업무를 대외정보 수집 등으로 한정하고, 국내 정치에 개입할 소지를 없애야 합니다. 또한 국정원의 업무와 관련하여 국회에서의 감사를 철저히 하고, 내부비리 제보자에 대한 보호제도를 강화하여 조직이 자체적으로 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Q11. 우리와 유사한 해외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
A11.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대통령 재선을 준비하던 미국 공화당의 닉슨대통령이 경쟁자에 대한 정보 획득을 위해 민주당 본부가 있던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건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닉슨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사임하였습니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질서이자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선거에 정보기관, 공권력 등이 부정하게 개입하여 여론을 왜곡하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시도는 헌정질서를 교란시키는 위험한 행위이며, 명명백백히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반드시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입니다.
by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학교 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인권 및 교육단체 반대 의견서
최근 국회에 상정된 『학교 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하여, 인권 및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온 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법안은 학교 밖 위기 청소년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학교의 생활기록부 자료를 학교 밖에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하도록 하였습니다.
○ 우리 단체들은 지난 3. 20. 김희정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 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904177, 이하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힙니다.
○ 학업중단 청소년이 사회적 편견 및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다양한 학습 또는 교육의 기회를 통하여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 이 법안의 제정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 그러나 학업중단청소년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규정한 이 법안 제11조와 관련 제12조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불필요할 뿐더러 정보인권 침해 우려가 있습니다.
– 정보인권이란, 이 법안에 거론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시책”(제11조 제3항), 즉 기술적이고 소극적인 조치를 넘어서는 개념으로서, 우리 헌법과 국제 인권규범이 인정해 온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의미합니다.
– 이 법안에 규정된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하여 학교기관으로 하여금 ‘학교생활기록부’의 모든 기재사항에 대하여 제공하도록 한 것은 목적에 비하여 지나치게 광범위합니다. 이 법안에서 말하는 「학교생활기록의 작성 및 관리에 관한 규칙」 제3조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항은
1. 인적사항 : 학생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와 부모의 성명·생년월일 및 가족의 변동사항 등,
2. 학적사항 : 학생의 입학 전 학교명·졸업연월일, 재학중 학적변동이 있는 경우 그 일자 및 내용 등,
3. 출결상황 : 학생의 학년별 출결상황 등,
4.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 학생이 취득한 자격증의 명칭, 자격증 번호, 취득연월일, 자격증 발급기관명 및 인증의 종류·내용·인증기관 및 취득연월일 등,
5. 교과학습발달상황 : 학생의 재학중 이수교과 및 과목명, 평가결과, 학습활동의 발전 여부 등,
6.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 학교교육 이수중 학생의 행동특성과 학생의 학교교육이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의견 등
이처럼 매우 광범위합니다. 이렇게 많은 개인정보의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하도록 한 개인정보 보호 원칙(개인정보보호법 제3조)에 어긋날 뿐 아니라 개인정보에 대해 최소수집의 원칙을 천명해 온 국내외 정보인권 규범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 무엇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본래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초·중등교육법」 제25조). 이미 학업중단(자퇴나 퇴학)이 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 법안은 학교생활기록부를 명백히 목적 외로 이용하는 것으로서, 전세계적으로 인정된 개인정보의 목적구속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 이처럼 학교생활기록부 상의 광범위한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항목, 기간, 삭제 등에 대한 아무런 제한 규정을 법률에 두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요청에 따르도록” 하는 것은 중대한 정보인권 침해입니다. 또한, 구체적인 사항을 모두 시행령에 위임한 것은 포괄적 위임을 금지한 헌법의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 특히 아동의 전생애에 걸친 발달 상황을 기록한 생활기록부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인 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심의나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포괄적으로 제공토록 한 것은 중대한 절차적인 결함입니다. 특히 부모에 관한 정보, 출결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은 정보주체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 무엇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일단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후에는 이 시스템 상의 개인정보를 수사 등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폭넓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법자들은 정보시스템이 비록 법안의 선한 취지대로 구축 및 운영된다 하더라도,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광범위하게 제공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청소년에 대한 정보시스템의 구축에 대해서는 행정 편의보다 정보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결론적으로 우리 단체들은 이 법안 제11조 및 관련 제12조에 대하여 반대하는 바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기회 제공을 위한 상담, 보호 등의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정보 주체인 당사자와의 면담과 의사 확인을 거쳐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한 개인정보의 제공 또한 포괄적 제공이 아니라 정보주체의 동의에 따라 이루어져야 마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