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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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커: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EPIC에서 평가하고 있는 US-VISIT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마크: US-VISIT은 국제적인 인권조약과 미국법률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 없이 구축된 시스템이다. 이미 세계인권선언, OECD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 UN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 등을 위반하고 있다. US-VISIT은 미국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허용한 거대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써 국제적인 공동체들의 비판을 받을만한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또다른 목적을 위해서 사용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US-VISIT을 통해서 구축된 정보들은 고용기회, 또는 법적권리, 심지어 정치적인 자유까지도 억압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US-VISIT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 기록비밀로 유지하고 있으며,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정보 또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US-VISIT은 미국 안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일반적인 신분확인시스템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것을 제한할 수 있는 대책도 절실하다.
네트워커: 정부가 생체정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는 무엇인가?
마크: 생체정보를 통한 신분확인방법은 미래의 광범위한 감시사회의 문을 여는 것이다. 생체정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들의 데이터베이스가 다른 종류의 데이터베이스와 결합할 때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낳을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그동안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놓고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이 번호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대책들을 제시해 왔으며, 결국 사회보장번호가 국가적 신분확인시스템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네트워커: 미국 정부는 테러를 막기 위해서 US-VISIT과 같은 감시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얼마나 유용하다고 생각하는가?
마크: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들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있다. 미국 정부는 이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서 시스템에 잘못된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을 때에는,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부된다거나, 방문해서는 안되는 테러리스트들의 방문이 허여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 시스템을 통해서, 테러리스트의 미국 방문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트워커: 미국이 국제적인 감시기술을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크: 9-11 사건은 미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어떻게 보면, 미국정부가 그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미국정부가 테러방지라는 미명하에 도입한 시스템들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미국정부는 테러방지를 위해서 자국을 방문하는 모든 유럽인들의 항공여객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그렇게 넘겨받은 여객정보들을 테러방지가 아닌, 일상적인 범죄 수사를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네트워커: US-VISIT에 대해서 미국 일반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마크: 실제 US-VISIT을 통해서 신분확인요청을 받은 시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친척이나 친구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 얼굴사진과 지문 날인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US-VISIT 정책에 대응해서 자국을 방문하는 모든 미국인들의 얼굴사진과 지문을 채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미국인들이 브라질을 방문함으로써 똑같은 상황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트워커: EPIC은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내외적으로 어떠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가?
마크: 최근 EPIC은 US-VISIT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정리해서 프라이버시와 국가 데이터베이스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입법부 직원들에게 제출했다. 또한 법정조언자(friend of the court) 자료를 정리해 왔으며, 올해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문서를 통해서 US-VISIT의 문제점들을 폭로할 것이다. 또한 이 문서에는 US-VISIT의 설치 및 적용 범위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가 포함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EPIC의 웹사이트(http://www.epic.org/privacy/hiibel/default.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는 90여개의 단체들이 공동으로 연방수사국(FBI)에 국가범죄정보센터의 정보정확성요건에 대한 재검토 및 재구축을 요청한바 있다. 국제적으로 EPIC은 매년 ‘프라이버시와 인권: 프라이버시 법과 진전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라는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전세계 정책입안자들, 학술연구자 그리고 활동가들에게 보내고 있다. 2003년에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Privacy International)과 같은 국제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전세계 60개국의 정책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US-VISIT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네트워커: 최근 한국에서는 US-VISIT을 반대하는 운동이 커져가고 있는데,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크: 아직까지 미국내부에서는 US-VISIT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조직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 이유는 US-VISIT이 비미국인들에게만 적용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민운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한다. US-VISIT을 놓고 우리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 반대 캠페인을 제안하고 있으며, 한국의 활동가들과도 함께 연대활동을 조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4-0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