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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By 2012/11/0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수신 :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

발신 :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내용 : 경찰청공고 제2012-24호로 입법 예고된 「경찰관직무집행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

일시 : 2012년 11월 6일

 

 

 

Ⅰ. 개정안의 주요 내용

 

가. 경찰서장이 범죄행위의 예방 및 수사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살인·약취유인·강도·성폭력·조직폭력·상습절도·마약류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사실이 있는 사람 중 그 성격, 상습성, 환경 등으로 보아 재범의 우려가 높은 사람(이하 “재범 우려자”)이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등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그 필요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재범 위험성 및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성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함(안 제8조의2신설)

 

나. 재범 우려자에 대한 정보 수집의 범위를 ①주소지 거주 여부 및 실제 거주지, ②가족 상황, ③직업 및 직장 등의 소재지, ④교우 관계, ⑤기타 재범 위험성 및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성 등의 판단에 필요한 자료로 제한함(안 제8조의3신설)

 

다. 재범 우려자를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으로 구분하고, 전과, 성격, 상습성, 환경 등을 고려하여 재범우려자정보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경찰서장이 결정하며, 재범 우려자 구분의 구체적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안 제8조의4신설)

 

라. 재범 우려자 해당 결정, 변경 및 해지, 그 밖에 재범 우려자 정보의 수집 등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경찰서에 재범우려자정보관리위원회를 두며,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5인 내지 7인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함. 또한 위원회의 위원 자격은 ①경찰공무원, ②변호사, ③의사, ④교정 보호관찰직 공무원, ⑤범죄 및 인권 관련분야 교수 또는 시민단체활동가 등으로 하며 위원은 경찰서장이 위촉하고,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함(안 제8조의5신설).

 

마. 재범 우려자 정보를 수집하는 때에는 직무상 비밀을 엄수하고 재범 우려자 및 관계인의 명예나 신용을 해치지 아니하여야 하며, 수집된 정보 및 보관된 자료는 오직 범죄의 예방이나 수사의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하고, 재 범 우려자 해당 결정이 해지되거나 그 밖에 재범 우려자 사망 등 재범 우려자 정보를 더 이상 보관할 필요가 없어진 때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 또는 자료를 폐기하도록 함(안 제8조의6 신설)

 

바. 재범 우려자 해당 결정의 절차, 정보 수집과 자료 보관의 기간 및 방법 등 재범 우려자 정보 관리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안 제8조의7 신설)

 

 

Ⅱ. 개정안에 대한 의견

 

1. 서

 

  경철청의 제안이유를 보면, 최근 잇달아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을 계기로 하여 재범우려자에 관리대책으로 재범우려자에 대한 정보 수집의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강력범죄의 예방효과 및 경찰수사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경찰청은 경찰청 예규인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1)(이하 ‘우범자규칙’이라 함)에 의하여 우범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ㆍ관리하고 있으나, 이에 관한 분명한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에 있다. 개정안의 취지는 그 동안 경찰 실무에서 우범자규칙에 의하여 시행되어 왔던 우범자 정보수집 및 관리정책에 대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데 있다.

 

2. 현행 우범자 관리제도의 문제점

 

  경찰의 우범자 관리제도는 1991년 7월 31일 「우범자 관찰보호규칙」의 제정에서 시작되었다. 우범자규칙 제2조는 “범죄단체의 조직원 또는 불시 조직화가 우려되는 조직성 폭력배 중 범죄사실 등으로 보아 죄를 범할 우려가 있는 자” 그리고 “살인, 강도, 절도, 강간, 강제추행, 마약류사범의 범죄경력이 있는 자 중 그 성벽, 상습성, 환경 등으로 보아 재범의 우려가 있는 자”를 우범자로 정의하고 있다. 경찰은 2010. 3 성폭력전과자 가운데 아동대상 1회,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각각 2회의 성폭력 범죄를 범해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 ‘성폭력 우범자’로 편입시키고, 또한 1990년 1월 1일부터 2010년 2월 28일까지 과거 20년간 실형을 받은 성폭력 전과자를 재심사하여 우범자로 편입시키는 등 관리대상을 대폭 확대하였다. 2010년 8월 기준으로 성폭력 우범자는 1만4772명으로 2000여명이 더 늘었다고 한다.2)

  경찰의 우범자관리는 크게 ‘첩보수집 대상자’와 ‘자료보관 대상자’로 구분된다. 첩보수집 대상자의 경우 3개월에 1회 이상 첨보수집으로 규정되어 있으나(우범자규칙 제6조 제2항), ‘중점관리대상자’의 경우 1개월 1회의 첩보수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우범자관리제도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경직법 제2조와 경찰법 제3조는 경찰의 직무활동의 범위를 정한 직무규범이다. 경찰법은 경찰조직법의 성격이 강한 반면에, 경찰의 직무활동에 관한 일반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경직법이다. 경직법 제2조는 경찰관의 일반적인 직무집행의 범위를 규정하면서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경찰직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극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직무규범의 성격을 지니는 경찰법 제3조나 경직법 제2조는 경찰의 광범위한 정보수집 및 처리를 근거지우는 ‘수권규범’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우범자편입을 위한 심사위원회의 자료에는 재범의 우려를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으며, 단지 전과 사실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3) 결국 우범자 선정사유는 재범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없이 수사관의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4)

 

3.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1) 오로지 수사효율성 강화를 위한 정보수집 – 형사정책 이념에 역행

 

  현행 우범자규칙도 그러하지만, 입법예고된 경직법 개정안에서도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제도는 “강력범죄의 예방” 및 “수사의 효율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범자 관리제도의 범죄예방 측면에 대해서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범자의 재범을 방지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우범자관리제도는 전과자의 출소 후에 사회복귀를 위하여 지원하는 제도로서의 기능은 전혀 없다. 보호관찰이나 갱생보호는 전과자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도와 보호가 이루어지지만, 우범자 관리제도의 경우 우범자 정보수집이 주된 목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사회복귀지원제도의 연장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5) 결국 우범자 관리제도의 목적은 범죄자 검거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의 수사정보의 확보라는 점에서 그 성격을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의 본질은 경찰의 위험통제에 있다.

  이렇게 보면, 재범우려자 정보수집 제도는 재사회화 지향의 형사정책의 맥락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최근 강력범죄의 발생을 배경으로 하여 발현되는 강성 형사정책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전자발찌제도의 확대강화라든가,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의 강화 등과 동일하게 근본적으로 ‘위험한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와 통제’를 목표로 한 사회통제수단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위험한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확대강화를 의도한 개정안의 태도, 더 나아가서 현행 우범자규칙상의 우범자관리제도가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인 형사정책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2010.4.15. 형법이 개정되어 징역형의 상한이 무려 30년(가중하면 50년)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전자발찌라든가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 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한 형사제재들이 속속 도입,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형벌제도의 변화 양상은 “위험성 있는 강력범죄자에 대한 무력화정책”이다. 이러한 형사정책의 경향에서 본래 형벌을 통해 추구해야 할 재사회화 목적이 점점 더 왜소하게 되고 종국에는 무기력하게 되어 버리고 있다.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제도 역시 재사회화 형사정책을 무력화하는데 기여한다. 교도소의 재사회화 프로그램도 지극히 열악한 상황에서 출소한 범죄자들에게 사회적 정착을 위한 지원을 해주기는커녕 경찰이 재범우려자라는 이유로 또다시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적 차원에서 볼 때, 이러한 상황은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재사회화라는 형벌목적은 여러 형벌목적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헌법적으로 사회국가원칙에 의하여 지지되는 최우선의 형벌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사회국가원리는 국가(입법자)에게 개인이 스스로의 생활질서를 스스로의 책임 아래 결정하고 영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유의 조건을 형성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고 말하면서, 이것이 형벌정책에 관련해서는 재사회화의 과제로 나타난다고 하였다.6) 이로부터 행형은 “범죄자에게 적절한 효과를 미침으로써 장래의 범죄 없는 생활을 위한 내적 조건”을 형성하도록 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수형자가 석방 후에 정상적인 자유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외적 조건”을 창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7)

  따라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형사정책의 큰 방향은 교도소의 교정교화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재정적, 인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 그리고 범죄자가 출소한 후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어야 한다.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을 강화하는 이번 경직법 개정안의 태도는 이러한 형사정책의 방향에 근본적으로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의 제도화에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재범우려자에 대한 경찰의 정보수집활동은 그 대상자의 사회적 평판을 손상시켜서 효과적인 사회복귀를 저해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경찰이 우범자의 정보수집 과정에서 전과사실이나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한 평가가 주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경우 우범자의 사생활의 비밀이 부당하게 노출됨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사회복귀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아무리 중범죄를 범하여 재범 위험성이 있다 하더라도 형기를 마친 후에는 범죄 관련 자료의 관리, 재범자에 관한 첩보수집 등 재범자에 대해 별도의 관리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8) 오히려 외국에서는 범죄자의 입소시부터 출소후 사회적응기까지 범죄자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해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보호관찰청에서 운영하는 Reentry시스템이나, 영국 내무성의 NOMS(National Offender Management System)은 모두 범죄자의 출소후 사회정착을 지원하는데 목적을 둔 시스템이다. 미국과 영국의 이러한 제도는 우리나라 경찰청의 우범자관리제도와는 근본적인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재범의 우려에 대한 판단의 자의성과 남용위험

 

  현행 우범자규칙에서도 그렇지만, 경직법 개정안에서도 출소자 중 경찰의 정보수집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재범의 우려가 높은 사람”이다(경직법 개정안 제8조의2 1호). “재범의 위험성”이 경찰의 정보수집의 실질적 요건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은 실제로 경찰 정보수집 대상자의 범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재범의 위험성 판단은 장래의 범죄가능성에 대한 예측적 판단이라서 결코 쉽지 않다. 재범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측정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현재의 우범자관리제도에서 보이듯이, 경찰은 교정시설로부터 출소자 정보를 받는 것 외에 재범의 우려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료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전자발찌라든가 신상공개 등의 경우에는 그나마 판결선고시에 재범의 우려를 판단하기 위하여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게 하는 등의 조치가 수반되지만, 출소자에 대하여 경찰이 재범의 우려를 판단함에는 그러한 자료를 활용할 수도 없다. 결국 경찰의 재범의 우려에 대한 판단은 재범우려자정보관리위원회에서 아무리 신중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재범의 우려를 신빙성 있게 판단할 만한 자료가 없어 실제로는 경찰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둘째, 그렇게 되면, 경찰은 강력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때마다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하여  강력범죄 출소자에 대해서 일단 재범우려자로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요건이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도 그 개념 자체가 지극히 불확정적 판단개념인데다가 경찰 실무상 이를 판단할 만한 기초자료가 지극히 부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제도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 형사사법의 각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재범의 우려에 대한 판단의 상호 모순성도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범죄자가 가석방된다면 이는 재범의 우려가 없거나 지극히 경미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동일인이 출소 후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의 대상자가 될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법원이 판결선고시에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로 징역형만 선고하면서 전자발찌 등의 보안처분의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에도 출소자는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기관별, 절차단계별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상호 모순된다면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은 정당화될 수 없다.

 

3) 정보수집 대상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오늘날 헌법적 기본권으로 승인되고 있는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은 타인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보유․처리․사용하는데 대하여 각 개인이 정보주체로서 통제권 내지 지배권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민등록법상 지문날인제도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9) 등에서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상의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 헌재에 의하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이다. 그리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를 말하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고 한다.

  경찰의 재범우려자에 대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경직법 개정안은 정보수집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사실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수집 및 처리에 관한 헌법적 구속원칙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즉, 경찰활동의 일환으로 개인정보의 수집과 처리는 어떤 조건 하에서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 범위와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1) 목적구속의 원칙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중요한 원칙으로 목적구속의 원칙이 있다. 그 근거는 국가의 정보수집 및 처리에 있어서 권력분립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으로부터 도출된다.10) 목적구속의 원칙은 개인정보의 수집 및 처리는 법률에 의하여 특정된 목적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원칙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하여야 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목적구속의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목적은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왜 수집되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한다. 한편, 목적구속의 원칙 및 그것이 요구하는 목적의 특정성은 그 기관의 정보수집이 그 목적 달성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필요최소한의 조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 매우 중요하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이 불명확하거나 특정되지 않은 경우 혹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경우에는 목적구속의 원칙에 반한다.11)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직법 개정안 제8조의2의 규정에서는 경찰의 정보수집이 어떠한 목적에서 어떠한 정보를 수집할 필요성이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가늠할 수 없어 목적구속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2) 경찰의 정보수집 및 처리의 허용기준으로서 “구체적 위험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 그리고 목적구속의 원칙에 충실하게 경찰의 정보수집 및 처리에 관하여 경직법에 – 개정안 제8조의2처럼 – 수권규정을 둔다고 할 때, 정작 중요한 것은 경찰의 직무활동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결국 경찰의 직무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경찰의 정보활동의 허용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찰의 직무는 범죄사건의 수사(소위 진압임무)와 위험방지의 예방임무로 크게 나뉘는데, 특히 경찰의 위험방지업무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의 허용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경찰의 직무와 권한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경찰국가화 경향이 강화되는 가운데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경찰권 발동이 정당화된다는 고전적인 제한법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법치주의 원칙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우려스럽다. 구체적 위험 요건이 형해화되는 상황에서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2006년 4월 4일 소위 ‘Rastefahndung’과 관련한 결정은 주목할 만하다.12) ‘Rastefahndung’은 우월한 법익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이 있을 때만 헌법상 기본권과 합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경찰법(NWPolG, 1990년) 제31조에 규정된 경찰의 예방적인 ‘Rastefahndung’에 대하여 연방과 주의 존속이나 안전 또는 생명, 신체, 자유와 같은 우월한 법익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이 존재할 때만 정보의 자기결정에 대한 기본권(기본법 제1조 1항과 결합한 제2조 1항)과 합치할 수 있다고 결정하였다. 나아가 2001년 9월 11일 이래 테러공격과 관련하여 널리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일반적인 위험상황 혹은 외교정책적인 긴장상태는 ‘Rasterfahndung’을 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구체적인 위험, 즉 테러공격을 준비하거나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위험이 도출될 만한 사실의 존재가 필요함을 명확히 하였다.

  경찰의 정보활동이 추상적 위험에 근거하여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경직법 개정안 제2조의 태도는 법치주의 원칙에 반한다. 구체적 위험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단지 경찰의 경험과 추상적인 판단에 의존한 추상적 위험 개념을 경찰권 행사의 요건으로 삼게 되면 실질적으로는 경찰의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이 경찰권 행사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는 결국 경찰권의 자의적인 행사와 그로 인한 시민의 권리침해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어 매우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경찰의 정보수집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치국가적 요건으로 “구체적 위험의 요건”이 명시되어야 한다.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의 경우 소위 예방적 범죄투쟁 등 ‘추상적 위험’을 근거로 한 개인정보수집은 금지해야 하며, 개인정보의 수집은 ‘공공의 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근거로 하여서만 허용되도록 규정해야 한다. 경직법 개정안 제8조의2 및 현행 우범자 정보수집제도는 경찰권 발동의 기본요건인 ‘구체적 위험’ 요건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위반이며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Ⅳ. 결론

 

1)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제도는 헌법적으로 승인된 재사회화 형사정책에 근본적으로 역행하는 방향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형사사법기관들은 범죄자의 효과적인 사회복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에서 형사정책적 수단을 강구하는데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2)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은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요한다. 그러나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 자체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경찰은 출소자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자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제도는 경찰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여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는 법치주의에 반한다.

 

3) 근본적으로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공권력행사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서는 목적구속의 원칙 등 개인정보수집 및 처리에 관한 원칙, 그리고 경찰권 행사의 법치국가적 원칙인 “구체적 위험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경우에만 경찰의 개인정보 수집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렇지만 경직법 개정안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은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법치주의 위반이다.

 

4) 결론적으로 경찰의 재범우려자 정보수집에 관한 경직법 개정안에는 반대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경찰에서 그동안 훈령에 의하여 실시해 왔던 우범자관리제도도 폐지되어야 한다.   



1) 경찰청 예규 제339호. 붙임 <참고자료 1> 참조.


2) 정상영, “경찰의 우범자 관리실태와 인권문제에 대한 검토”, 국회 우범자 관리제도 선진화방안 정책토론회, 2011.2.17, 50-51면.


3) 김학신, 재범방지를 위한 범죄경력자의 관리실태와 기본권 침해 여부(2011-08 책임연구보고서), 치안정책연구소, 2011, 37면.


4) 김성문, 강력범죄 우범자 관리를 위한 프로파일링 기법의 적용에 관한 연구, 강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 20면.


5) 김재봉, “우범자 관찰보호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형사정책 제10호, 1998, 200면.


6) BVerfGE 35, 235.


7) BVerfGE 35, 236.


8) 이에 대해서는, 김학신, 앞의 보고서, 40-47면 참조.


9) 헌재 2005.5.26. 99헌마513, 2004헌마190(병합) [주민등록법 제17조의8 등 위헌확인 등].


10) Riegel, Datenschutz bei den Sicherheitsbehörden, 2.Aufl., S.139.


11) 김성태, “개인관련정보에 대한 경찰작용 – 독일 주경찰법에서의 규율 -”, 경찰법연구 창간호, 2003, 103면.


12) BverfG, Beschuß vom 4.4.2006 ß 1BvR 518-02.

20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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