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불평등한 국가 간 인터넷 접속료 체계… 힘의 논리에 따라 지불한다{/}인터넷 인프라 :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By 2004/03/04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집중분석

오병일
지구 인터넷 지도 http://www.telegeography.com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이다. 그리고 물론 ‘지구적’ 네트워크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국제기구의 자료를 검색하거나, 콜롬비아의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인터넷의 다양한 정보와 기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전지구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는 일은 돈이 들기 때문에 누군가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는 집에서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 서비스)을 이용하기 위해 매월 몇 만원씩 지불하고, PC 방에서는 시간당 요금을 지불한다. 사업장 내의 지역 네트워크(LAN)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축과 유지를 위한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며, 회사에서 이용하는 인터넷 전용선에 대한 대가는 회사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에게 지불한다. 공공망을 무료로 사용한다고 해도, 결국 세금의 형태로 국민들이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소규모 ISP들은 서로를 연결하거나, 더 큰 규모의 백본망 사업자(IBP)에게 연결하는 대가를 지불한다.

(주)케이티(KORNET), (주)데이콤(BORANET), (주)온세통신(Shinbiro) 등 현재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에 등록된 국내 ISP의 개수는 총 78개에 이른다. 그리고 국내 인터넷망간 효율적인 트래픽 교환을 위한 연동점으로 인터넷교환노드(IX)가 설립되었는데, 현재 한국전산원(KIX), (주)케이티(KTIX), (주)데이콤(DIX), (주)케이아이엔엑스(KINX) 등 4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과거 인터넷 초창기에 있었던, 국내에서 교환되는 데이터도 국제회선을 통해 해외를 경유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ISP들이 KTIX, DIX의 IX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회선비용과 회선비용의 20% 정도의 트랜싯(Transit) 서비스 비용(즉 트래픽 이용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공망인 KIX는 ISP에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지 않으며, ISP 협의체에서 설립한 KINX의 경우는 장비 및 운영의 최소 비용만을 ISP에게 부과한다.

인터넷은 지구적 네트워크이므로, 국가간을 연결하는 회선 역시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저 광케이블 및 위성통신을 통해 해외와 연결되어 있는데, 일본, 홍콩, 중국, 러시아, 미국 등으로 연결된 총 12개, 총용량 19.63Tbps에 이르는 해저 광케이블을 운용중이다. 1990년만에도 위성통신이 국제전송로 비중의 80%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해저 광케이블을 이용한 비중이 98%에 이른다.

한국의 이용자는 미국에도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간에 연결된 인프라에 대한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상호간 네트워크 구축비용은 50%씩 공동 부담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회선 이용과 관련한 비용(트랜싯 비용) 부담 문제가 발생한다.

전화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비용 측정 방법이 용이하다. 전화망의 경우 전화를 하는 동안에 송신자와 이용자가 회선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송신자, 수신자, 통화 시간이 명확하게 파악되며, 주로 송신자가 통화 시간 및 거리 등에 따라 비용을 부담한다. 하지만 인터넷망은 전화망과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로 다른 수신자와 송신자를 가진 데이터가 인터넷망을 함께 흘러다닐 뿐만 아니라, 실제 송수신과 관계없는 네트워크를 경유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급자와 수혜자, 혹은 이익의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현재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 등 사이에서의 트랜싯 비용은 무정산 방식의 피어링(peering) 접속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서로 아무런 비용을 주고받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는, 비용을 국내의 ISP가 일방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프라 운용 비용이 궁극적으로 최종 이용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했을 때, 모든 한국의 이용자가 미국의 망사업자에게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불평등한 인터넷 접속료, 국제적인 논란
물론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미국·유럽 등의 대형 ISP에 접속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오래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오던 국제적인 이슈인데, 지난 2002년 6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도 국가간 인터넷 상호접속 비용 정산방안 문제가 제기되었다. 현재 ITU-T의 스터디그룹3(SG3)에서 이 문제를 검토중이며, 지난 2003년 6월 및 11월에 ITU-T SG3 회의가 개최되었다. ITU-T SG3은 통신 경제 및 정책 이슈를 포함한 요금, 회계 및 국가간 정산 원칙 등의 표준화 안을 검토중이다.

일방적인 비용분담의 근거는 미국·유럽의 대형 ISP들을 주된 서비스 공급자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즉, 개발도상국의 이용자들이 선진국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정도가 그 역보다 압도적이라고 전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이후 개발도상국의 인터넷 활용과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 흐름의 비중이 변화하고 있는데(즉 선진국 이용자가 개발도상국의 자원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에 근거하여 중국 및 호주 등은 ‘트래픽(Traffic)’에 기반하여 비용을 분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즉, 연결된 사업자간에 발신, 착신하는 데이터의 비율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 인터넷 접속 시장이 매우 경쟁적인 시장이며, 따라서 시장의 논리에 근거하지 않은 정부의 인위적 규제는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술적 측면에서도 인터넷 트래픽의 유형과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발신된 데이터가 미국의 ISP를 거쳐 브라질의 이용자에게 수신된다면, 미국 내 망은 단지 경로로써 이용되었을 뿐이지만, 한국-미국 사이에 연결된 망의 트래픽에 포함되는 것이다. 혹은 스팸 메일이나 서비스 거부 공격 등도 발신되는 트래픽에 포함됨으로써 발신지의 ISP에게 유리하게 산정되므로, 이와 같은 악의적 트래픽을 줄이려는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국가간 힘의 논리보다는 정밀한 분석에 따라야
개발도상국 국가나 ISP 들이 힘의 열세에 있는 한, 이와 같은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실제 트래픽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APEC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인터넷 트래픽 측정 기법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작년 11월에 열린 ITU-T SG3 회의에서는 ETRI에서 개발한 실험용 시스템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며, 2003년 9월부터 중국의 ISP를 대상으로 트래픽 계측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 간 불평등한 인터넷 접속 비용은 일차적으로는 ISP에게, 궁극적으로는 이용자에게 전가된다. 이용자가 회선 사용료로 지불하는 액수 중 극히 일부분만이 국제 인터넷 접속료에 해당되므로, 각 개개인에게 전가되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자면, 한 사회의 인터넷 이용률이나 보편적 서비스 환경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업자 뿐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모색이 필요하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간 상호 연결시 요금 체계

■ 피어링(Peering) 방식 : 트래픽이 접속 당사자들간에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고, 당사자들이 정산 없이 트래픽을 교환하는 것이 보다 비용 효율적이라는데 동의할 때 채택하며, 통상 네트워크의 규모가 유사한 ISP간에 이루어진다. 자신의 망에서 최선의 품질만 보장하면 되며, 기본적으로 무정산을 원칙으로 한다. 각 백본망 사업자(IBP)간의 회선 설치비용은 서로 반반씩 부담하게 된다. 서비스의 품질 수준은 트랜싯 방식보다 낮은 수준이다.

■ 트랜싯(Transit) 방식 : 통상 하위의 소형 ISP가 보다 큰 기간망을 갖는 상위의 IBP(Internet Backbone Provider)에 접속하는 경우 이루어진다. 트랜싯 방식의 정산은 일방 정산, 쌍방 정산, 다자간 정산 방식으로 구분된다. 일방정산은 하위의 소형 ISP가 고객이 되고 상위의 대형 IBP가 트래픽 전송서비스의 공급자가 되어 고객인 소형 ISP에게 과금하여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보통 접속회선비용과 접속이용비용을 포함하여 월 정액의 형태로 정산된다. 쌍방정산은 접속 당사자들이 트래픽 대가에 동의하고 교환된 트래픽의 불균형을 측정하여 순 트래픽에 대해 정산하는 방식이다. 상위의 IBP가 상호접속된 망 규모에 기반한 정간가격으로 하위의 ISP에게 제시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다자간 정산은 접속당사자들이 교환지점 설치를 위해 기금을 출연하고, 교환지점까지의 회선 비용을 각 사업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궁극적으로 피어링 정산과 같이 무정산 가능성이 크다. 현재 현실적으로 일방 혹은 쌍방 정산이 보편적이다.

200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