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시민사회단체-통합진보당 공동기자회견문
전자주민증법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한다!
지난 금요일(12/23)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전자주민증 법안이 기습적으로 통과되었다. 오래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이 법안이 상임위에서 별다른 토론도 없이 처리된 것에 대하여, 정부 여당은 물론 법안 처리를 합의해준 민주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로 예정되어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자주민증 법안이 통과된다면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경고한다.
전자주민증은 1996년 김영삼 정부가 추진했다가 김대중 정부 들어 국민 정보인권 침해와 방대한 예산 문제로 백지화된 사업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 2006년 삼성과 조폐공사 주도로 전자주민증이 다시 추진되다가 역시 같은 논란으로 지지부진해진 바 있다. 그러던 중 하필이면 3천5백만 주민번호 유출 사고가 터지고 전자여권 92만 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폭로된 해에 전자주민증이 강행되는 것에 대하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주민증의 주요 도입 명분은 위변조 방지이다. 그러나 위변조 공식 통계는 1년에 겨우 499건에 불과하며 그 대부분이 곧 성인이 될 청소년의 변조에 불과하다. 이 정도 이유로 많게는 10년 1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갈 전자주민증을 도입할 필요가 과연 있는가. 정부는 전자주민증이 안전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위변조될 일이 절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안사고에 장담은 있을 수 없다. 전자여권의 개인정보 유출만 하더라도 내부 업체에 의해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한국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제도의 인권침해성에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주민등록증과 주민번호를 이용한 신분 확인이 일반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전자주민증 위변조의 유혹은 형사처벌 조항의 위력을 압도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지 않는 주민번호의 재앙을 보고서도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주민번호와 지문을 보호하기 위해서 전자주민증을 도입한다는 명분은 어불성설이다. 전자주민증은 주민번호와 지문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과 공공에서 그 전자적 쓰임을 촉진하는 계획이다. 특히 전자주민증을 이용하여 공공기관, 병원, 은행, 휴대전화대리점점 등에서 실명확인을 강제하고 일상적인 지문날인을 강제하는 것은 그 또한 중대한 인권침해일 수 밖에 없다.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는 데에는 아무런 타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인권침해와 막대한 예산을 무릅쓸 합리적 이유가 전혀 없다. 전자주민증은 국민들의 정보인권에 재앙이다. 이 법의 통과로 덕볼 곳은 삼성과 조폐공사 등 전자주민증과 그 인식기의 제조 및 판매에 이해 관계가 있는 기업들 뿐이다. 정부 여당과 민주당은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를 중단하고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시켜야 할 것이다.
2011년 12월 28일
통합진보당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민주주의법학연구회 /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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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