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

잊지말고 지켜보자

By 2011/10/1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오병일

SK 커뮤니케이션즈의 3,5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 직후 열린 토론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관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이름-주민등록번호 대조방식의 실명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명의 도용을 방치하는 것 아닌가요?"

이에 대한 답변. "명의도용의 원인은 다양한데 실명제를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주된 원인이 아니면, 실명제를 통한 명의도용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

방통위의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집착은 참으로 집요합니다. 그나마 최근 방통위 국감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인터넷 실명제 문제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답변했지만, 이것이 국감장에서 난감한 상황을 일단 모면하기 위한 답변일지, 혹은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진정 고민하고 있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변화된 것은 없습니다. 포털들은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있고, 이미 수집된 주민등록번호도 폐기되지 않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를 전자주민증 도입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은 정말 가증스러운 일입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그랬듯, 전자주민증 역시 ‘인증’에 대한 강박을 키울 뿐입니다. 전자주민증으로 확인된 인증 정보는 실명제보다 더욱 방대한 ‘개인의 행적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지요. 작년 8월~11월, 전자여권 신청자 92만여명의 신상정보가 여권발급기 운용업체 직원들에 의해 유출된 사건은 전자주민증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SK 커뮤니케이션즈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항상 그랬듯, 이제 언론은 조용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출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잊지 않고 후속조치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되는지, 기업들이 수집한 주민등록번호가 폐기되는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는지…

오병일 @antiropy

2011-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