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By 2004/02/20 10월 29th, 2016 No Comments

게임

김상현

지금으로부터 20년도 전에, 로드 브리티시(리차드 개리엇의 애칭이며, 최초의 Computer RPG이자 최고의 명작인 ‘울티마’를 만듬)는 책 속에나 존재하던 상상 속의 세계를 구현해 냈다. 1950 연대 J.R.R 톨킨이 그려낸 세계가 30년 후, 당시 10대였던 이 겁 없는 청년에 의해 하나의 온전한 세계로 재구성된 것이다.

로드 브리티시가 울티마에서 만들어낸 화면은, 물론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피터 잭슨이 소환해 낸 판타지 세계에 비하면 극히 보잘 것 없는 수준일지 모른다. 그러나 당시 그 감동의 수준은 반지의 제왕을 월등히 능가했다.

불과 20년, 아니 10년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세상은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미지의 세계였고,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조금의 기술만 있다면 누구나 혼자서도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게임의 법칙은 아직도 그 광채를 잃지 않은 채 많은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도 분명 그러한 종류의 게임임에 틀림없다. 개발자인 조던 매크너는 천일야화에 등장할법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지고 향후의 액션 어드벤쳐 게임의 문법을 정의할 게임을 만들어냈다. 부드러운 액션과 아름다운 그래픽, 절묘한 퍼즐, 무시무시한 함정 등. 신비에 쌓인 페르시아의 고성(古城) 속에서의 숨막히는 모험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수십 번 수백 번 추락사하고, 독살 당하고, 허리가 잘리고 가시에 찔리면서도 계속해서 도전할 수밖에 없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였다.

조던 매크너는 ‘페르시아의 왕자1’을 89년에 공개하는데 그는 개발 당시에 자기 형의 동작을 캠코더로 찍어 그것을 바탕으로 왕자의 움직임을 구현해냈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15년 전에 벌써 게임 제작에 모션 캡쳐 기법을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이어 그는 93년에 ‘페르시아의 왕자2’를 완성한다. 이 게임은 1편의 게임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진일보한 화면과 음악, 레벨 디자인 등을 갖추어 1편 이상의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99년에 발표된 ‘페르시아의 왕자 3D’는 당시 퍼즐형 액션 어드벤쳐 게임의 대표작이었던 툼레이더의 어설픈 아류작으로 분류되면서 실패를 겪는다.

2003년 말, 페르시아의 왕자는 ‘페르시아 왕자 – 시간의 모래’ 편으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10년 전 만큼의 충격을 주기에는 좀 약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훌륭한 게임이다.

‘페르시아의 왕자 3D’의 처절한 실패를 거울 삼아, 조던 매크너가 직접 기획자로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분명 그 이전작들과는 차이가 있다. 느린 칼싸움, 아슬아슬하게 함정피하기와 같이 다소 정적이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줄타기, 평행봉, 벽타기 등의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편이다. 조던 매크너가 직접 참여한 만큼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짜임새 있는 게임성을 자랑하고 있어, 이전의 페르시아의 왕자 매니아뿐만 아니라 신세대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게임이다.

뒷이야기…
1. 구버전 페르시아의 왕자를 즐기고 싶다면, 플래시로 구현된 판을 해보는 것도 좋을듯.
http://www.princeofpersiagame.com/minigame/game/flash/Princegame.swf
2. 페르시아의 왕자가 ‘동키콩’이나 ‘마리오 브라더스’와 같은 당대의 전설적 게임의 영향하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매크너는 두 게임에 대한 매니아였다고 하며 그 제작자인 미야모토 시게루에 대한 존경을 표한 바 있다.
3. 노래 ‘마법의 성’의 가사는 ‘페르시아의 왕자2’를 소재로 5분만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4. ‘시간의 모래’편에서 아름다운 그래픽에 비해 왕자는 왜 이렇게 못생긴 것일까.

2004-01-04